「예기」는 원래 유교 철학의 전체를 포괄적으로 체계화하여 엮어놓은 모든 규범의 총칭으로 나라의 제도와 법률을 비롯하여, 의식 범절에 이르며, 일신의 수양에서부터 천하의 경륜에 이르기까지 언급이 안되어 있는 것이 없어서, 큰 줄거리만도 삼백이 되고, 세목이 무려 삼천이 된다하여, 예의 삼백, 위의 삼천이란 말이 있을 정도이다.
그 많은 중에서 몇 가지를 골라낸다는 것은 힘에 겹고 어려운 일이나, 줄기가 될 만한 것을 가려 놓았으니 오늘 우리 생활 속에 깊숙히 배어 있는 예절의 근본을 이해하면서, 내일을 조명하는데 도움될 것으로 본다. 동시에 이 시대에 걸맞는 새 가치관에 따른 새로운 도덕률이 자리잡아 가는 데에도 길잡이가 되리라고 본다.
<편집자 저>
옛날에는 사내아이가 태어나 5, 6세가 되면 천자문을 배우고, 다음에 「동몽선습」이란 책을 배우는 것이었다. 이 동몽선습이란 책은 조선 명종때의 유학자 박세무가 지은 것인데, 「어려서 아직 어두운 아이들이 먼저 배우고 익혀야 할 책」이라는 뜻이다. 이 책 첫머리에서 하늘과 땅 사이 만가지 물건의 무리 가운데에서 오직 사람이 가장 귀한데, 사람이 가장 귀하다고 하는 것은 오륜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오륜은 다름 아닌 사람이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인 것이다. 옛 어른들은 그 시대 삶에 있어서 사람의 사람다운 도리를 크게 다섯 개로 정하였지마는, 그것이 지닌 철학적 뜻은 오직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설정인 것이며, 그것은 예의이며 질서라고 말할 수 있다.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자유로움을 최상의 가치로 삼는 오늘의 민주사회에서는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 절서요 예의인 것이다. 이것 없이 민주질서가 잡힐 수 없고, 이것 없이 문화시민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예라는 것은 마치 사람의 몸과 같은 것이어서, 몸은 완전하게 갖추어져 있어야 하며, 몸의 어느 한 부분이라도 서하지 못한 곳이 있으며 우리는 이것을 불구자라고 하는 것처럼, 사람이 행동을 하는 데에 갖추지 않은 것이 있으면 이것 또한 예의 불구자라고 하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