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 밑바탕을 무엇에다 둘 것인가. 그것은 공경하는데서 부터 시작해야 한다. 예의 대상이 신이건 사람이건 할 것 없이 공경하는 마음과 행동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 마치 방문을 거치지 아니하고 방에 들어갈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리고 예에는 크고 작은 것과, 검으로 나타나는 것들이 모두 갖추어 져야만 하는 것이다. 친한 이와 친하지 않은 이의 예가 달라야할 것이며, 집안과 남과도 정해짐이 달라야 하는 것이다. 예는 그 정도를 넘거나 남의 몫(인격, 권리)을 침범해서도 아니되고, 남을 업신여기거나 친하다고 하여 버릇없이 함부로 굴어도 안되는 것이다.

○충자를 풀면 중+심자이며 신자는 인+언이다. 속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정성스러운 마음을 두고 충이라 하고, 사람의 사람으로서의 말다운 말이 다름 아닌 신자인 것이다. 정성스럽고 믿음성 없이 체가 설수잆고, 옳은 도리가 아니고서는 예라고 할 수 없다. 예는 충과 신을 바탕으로 한다.

만약 충과 신이 없다면 예가 있을 수 없고, 의리라는 문체가 없이는 예가 행하여지지 못한다. 사람이 예로서 몸을 닦는 그릇으로 삼는다면 행실이 크게 갖추어 진다. 모든 행실이 잘 갖추어지면 덕이 성해진다. 서로간에 예가 갖추어지면 서먹했던 사이가 친하게 되고, 썩 친한 사이라도 함부로 구는 것이 없으므로 원망하지 않게 되며 뉘우치는 일이 없게 된다.

예가 갖추어진 경지는 다름아닌 인을 이룬 것이 된다. 인은 인+이로 두사람과의 관계인 것이다. 인은 내가 아닌 남이며, 남의 처지를 바꾸어서 생각하거나, 나를 미루어서 남에게 미쳐 생각하는 것이며, 내가 하기 좋아하는 일은 남에게도 하게 하고, 내가 하기 싫은 것은 남에게 도 시키지 않는 정신이다.

이것이 바로 옳은 도리이고, 정성스럽고 미쁜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체는 품세라하여 예로써 몸을 닦는 그릇으로 삼는 까닭인 것이다. 도덕과 인의도 예가 아니고서는 이루어 질 수가 없고, 위아래, 부모 자식, 형제 아우사이에도 예가 아니고서는 서로의 자리가 정하여지지 아니한다.

○사람이 사람으로서의 길을 가는 것을 덕으로 삼고, 어질고 옳은 것으로 남을 널리 사랑하는 일이나, 바른 풍속을 배워 행하는 것들이 모두 예가 바탕하지 아니하고서는 제자리가 정해지지 않는다.

○이런 까닭으로 군자는 언제나 공경하는 마음을 갖고 사악한 생각을 억제하며, 겸손하여서 예를 밝게 하여야 한다. 사람과 짐승이 말을 하고 못하는데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앵무새는 나르는 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성성이는 짐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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