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예가 있으면 편안하고 예가 없으면 위태롭다 그러므로 예는 배워 몸에 익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비록 미천한 자라 하더라도 반드시 남을 존경하는 마음이 있거든, 하물며 부귀한 사람이야 말할 나위가 없다.

윗자리에 있는 사람이 예를 좋아할 줄 알면 교만하지 아니하고 문란한데 유혹되지 아니한다. 아랫사람으로 예를 좋아할 줄 알면, 뜻이 서있어서 두려움을 느끼거나 움 추려 들지 아니하게 된다.

예에서 글을 배우고 도를 배움에 있어서 스스로 스승에게 찾아가서 배운다는 말은 들었어도 스승을 불러서 배운다는 말을 듣지 못했으며 제자가 스승에게 가서 가르침을 받는다는 말은 들었어도 스승이 제자를 찾아가서 가르친다는 말은 듣지 못 하였다. 그러므로 예라는 것은 자기를 낮추어서 남을 높이는 것이다.

예는 일정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고정 불변한 딱딱한 것으로만 하여서는 안돼, 사신이나 남의 심부름을 갔을 때는 그 나라 그 지방 그 집안의 풍속에 따르는 것이 맞는 예의라고 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과 같은 것이다.

뾰족한 칼날이 있는 것을 남에게 줄 적에는 칼날을 피해서 주어야 한다. 받는 쪽에 칼날을 내미는 것은 예가 못된다는 뜻이다. 귀한 손님이건 보통 손님이건 손님을 대하는데는 공손한 마음을 주로 하며. 제사는 의식을 갖추어야 하지만 공경하는 마음이 주가 되어야 하며 상사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일을 가지런하게 해야하지만 슬픔을 주로 해야 한다.

무릇 음식으로서 국물이 있는 것은 주인이 간을 맞춘 것이므로 먹는 사림이 다시 간을 맞추지 않는다. 세숫대야의 물이나 음식을 잡은 사람은 자기 입김이나 콧김이 닿지 않도록 해야하고 묻는 말이 있을 적에는 입가를 피하고서 대답하는 것이다.

서 있는 사람에게서 받거나 서있는 이에게 줄 적에는 앉지 아니한다. 아직 사당(조상)에 햇곡식으로 가을 제사를 올리지 않았으면 햇곡식을 먼저 먹지 않는다.

다음은 공자께서 예를 말씀하신 몇 가지이다. 흉년을 맞아 임금이 지켜야할 예는 흉년인 즉 제일 아래 등급의 노마를 타고, 종묘제사에는 아랫자리 희생을 쓴다. 말의 구분을 여섯 가지로 하는데, 종자 말인 種馬, 군사용인 戊馬. 재빠른 말인 濟馬, 여행중인 말인 道馬, 밭갈이 말인 田馬, 그리고 최하등급인 우둔한 말인 牛馬의 순 이다.

어버이의 상에는 삼년상(정확하게 25개월)을 지내고 형제의 상에는 기년상(일년상)을 지냈다. 부모상을 삼 년 으로 모신 까닭은 어려서 어머니 품에 안겨 자란 삼 년을 잊지 않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친상(어버이의상)은 마음속에 슬픔이 남아있어도 밖으로는 슬픔을 없애고 형제의 상에는 상기가 끝나기 전에 슬픔을 덜게 된다고 하였다. 즉 그렇게 되는 것이 예이다.

대저 예는 알맞도록 다듬어 중정을 갖는 것이다.
가령 자장은 中正에서 지나쳤고, 자하는 中正에 미치지 못하고, 자산은 뭇 사람의 어머니 같아서 진실로 백성을 먹게는 했지만 가르치지를 못했던 것이다. 바꿔 말하면 仁愛가 지나치고 의가 모자랐기 때문에 역시 中正을 못했다고 말하고, 子貴이 다시 어떻게 해야 中正을 얻을 수 있습니까하고 묻는 말에 공자는 『예는 예이다』하면서 앞으로 말씀을 했다 한다."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