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산 사왕봉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송곳 끝처럼 날카롭게 솟은 봉우리가 구월산 제 2봉이다. 사왕봉에서는 아사봉 너머로 펼쳐져 있는 장연의 산야뿐만 아니라 멀리 몽금포타령으로 유명한 몽금포와 장산곳도 한눈에 조망할수 있다. 예전에 구얼산에 오른 여행객들은 다소라도 시간적여유가 있다면 으레껏 해서지방의 바닷가 명승인 이 몽금포와 장산곶을 찾았다고 한다.

현재 행정상으로 몽금포와 장산곶은 1950년에 신설된 용연군에 속해있다. 용연군은 전 장연군의 해안면, 대구면, 용연면을 통폐합하고 후에 일부를 흡수하여 이루어진 군이다. 그래서 장연군이 따로 있지만 용연군은 장연군과 함께 장연지방으로 불리는 것이다.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로 시작하는 시 '사슴'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여류시인 노천명(1912-1957)의 고향은 몽금포가 20여리밖에 안되는 옛 행정지역으로 말하면 장연군 순택면 비석포이다. 그런 인연으로 그는 소녀적에 고향을 떠나 내내 서울에 살았으면서도 고향을 그리워하는 많은 시편을 남겼다. 그 중에 하나가 '인문평론' 1940년 6월호에 발표한 '망향'이다.

언제든 가리라
마지막엔 돌아가리라.
목화꽃이 고은 내 고향으로
메밀꽃이 하이얗게 피는 촌으로.
조밥과 수수엿이 맛있는 고을
나뭇짐에 함박꽃을 꺾어오던 총각들
서울구경이 소원이더니
차를 타보지 못한체 마을을 지키겠네.
(하략).

장연읍이 20리길인 비석포 인근 산야에는 시에서 보듯이 들나물 산나물과 나무열매가 풍부한 곳이었다 어디 비석포 뿐이었겠는가. 오늘날에도 산림이 60%이상인 장서지방의 주산물을 꼽으면 질 좋은 사과를 재배하는 것을 비롯하여 산에서는 밤, 잣, 호두, 돌배, 도토리, 다래등의 유실수와 곰취나물, 고사리, 도라지, 삼지구엽초, 더덕등 다양한 나물류의 임산물이 채취되고 있다고 한다.

시에 등장하는 학림사는 장연읍에서 서쪽으로 8킬로 거리에 있는 검림산 삼장봉 아래에 있던 절로서 비석포에서는 매우 가가운 곳이다. 원래 이 절은 긴라 눌지왕 때 창거했던 사찰로 노천명의 어린시절만 해도 보광전, 보응전, 향적전, 무집당, 채풍루, 금강문등 많은 유적이 온전하게 남아 있었으나 애석하게도 6.25전쟁때 소실되고 5층석탑과 사적비만 현재 남아 있다고 한다.

이 지방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산이 불타산이다. 불계의 선경처럼 아름답고 패불사, 해림사, 자비사, 해임사, 칠봉사등 사찰이 많다고 해서 그와같은 이름이 붙은 불타산은 장연군과 용연군의 경계에 위치한 606m의 이 지방에서는 가장 톺고 큰 산이다.

노천명은 '겨울밤 이야기'라는 수필에서 ""불타산 뫼뿌리들이 둥글게 묻히도록 눈이 와 쌓이면 아버지는 친구들과 곧잘 노루 사냥을 떠나셨다.""라고 말하고 있듯이 산에는 지금도 오소리, 너구리, 복작노루, 토끼, 뀡등이 살고 있다고 하니 사냥꾼에게는 군침이 돌만한 사냥터일 법도 하다.

<김용성 인하대 교수, 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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