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1세는 「약속을 지키는 최상의 방법은 결코 약속을 하지 않는것」이라고 말했다. 약속이란 그만큼 지키기 어렵다는 뜻을 함축하는 경구의 하나이다. 인간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내일을 두고 약속을 한다는 것은 예기치 못한 상황전개를 감안하는등 사전대비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만 약속을 지키지못할 부득이한 사정이 생기더라도 이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중국의 고사에도 약속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야기가 많다. 그중에 이런 일화도 있다.

공자의 제자중 한사람인 증가의 아내가 시장에 가려는데 아이가 울면서 뒤쫓아 나왔다. 증자의 아내는 자 빨리 집에가 있거라. 시장갔다오면 돼지를 잡아서 맛있는 고기를 줄테니 라며 타이른후 시장으로 갔다. 그녀가 시장에서 돌아오니 증자가 돼지를 잡으려고 하고 있기에 깜짝놀라 「난 그저 농담으로 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증자는 아내에게 「아이들에게 그런 농을 해서는 안돼오. 부모에게 여러 가지를 배우려고 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하면 그 아이들이 거짓말하는 법을 배우게 될게 아니오. 거짓말인줄 알면 엄마인 당신도 믿지 않으려고 할것이오」라면서 아이와 약속한대로 돼지를 잡아 구워 먹었다고 한다.

당시의 경제사정이 오늘처럼 풍요로운 물질사회가 형성되기전인데도 지나가는 말로 어린이와 한 약속을 지키기위해 돼지까지 잡았다는 것은 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어른과 어린이 사이 그것도 엄마와 아들사이의 약속을 지키기위해 돼지를 잡았다는 것은 약속의 이행을 강조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와같이 중요한 약속의 룰이 우리사회에서는 어떤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가. 최근 우리사회는 산업화에 따른 핵가족화의 후유증이라고 할수있는 「나만 알고 나마을 모르는 풍조」가 확산되면서 공동사회 유지의 필수요건인 약속의 룰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국민소득 6천달러시대에 살고있는 우리국민들의 이같은 약속의식은 공중도덕의 부재현상까지 초래함으로써 삶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질서의 정립에도 적신호가 되고 있다. 최근의 자료를 보면 퍼스널 컴퓨터를 통한 항공예약 부도율이 55.3%에 이르고 있으며 관광호텔과 콘도의 예약부도율도 10%가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예약부도율이 이와같이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많은 돈과 시간의 낭비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반질서 반문화의 표본으로까지 치부되고있는 예약부도율이 이와같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선진각국과 달리 우리나라 국민들의 의식에 아직도 예약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약제도는 항공사나 호텔 콘도등의 업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이용고객을 위한것이라는 것이 제대로 이해되지 않고 있다. 거기다 예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더라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는 허점까지 있어 예약문화의 정착을 저해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국민들의 예약문화 향상을 위해서는 위약수수료 제도를 명문화하는등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하겠다.

둘째 예약불이행자들이 이로인한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데도 그 원인이 있다. 항공사와 관광호텔등이 1백%의 예약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통보없이 탑승이나 투숙을 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결과적으로 좌석과 객실이 남아돌아 예기치못한 손실을 보고 있으며 바쁜 업무등으로 시간에 쫓기는 많은 사람들의 이용마져 봉쇄되고 있는데서도 이는 분명해 지고 있다.

예약의 불이행은 이와같이 항공사등은 물론이고 선의의 제3자에게 까지 피해를 주고있는 것이다. 예약문화는 복잡다기화된 오늘의 산업사회에서는 그 중요성이 점점 더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예약의 파기를 사소한 개인일로 넘겨버리는 몰염치가 판을 치고있다는 것은 사회전반의 건전한 발전에도 장애요인을 제공하고 있다.

예약의 파기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자기본위의 사고와 시민의식의 결핍이 약속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는 약속의 시대이다. 이에 걸맞는 제도의 정착을 위해서는 선진시민의식의 함양이 큰 몫을 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또 믿음과 책임의 사회가 정착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우리모두 실종된 예약문화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할때가 되었다고 하겠다.

연합통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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