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봉 마루에 북소리 나더니
금일로 산봉에 님만나 보겠네
풍세가 좋아서 순풍에 돛달면
몽구미 관암포 들였다 댄다네

「몽금포타령」에 나오는 몽구미는 몽금포의 원명이라고 할 수 있다. 한자어 몽은 형용사 「멀다」의 관형형인 「먼」의 음이 「몬」으로 변하면서 차음된 것으로 금은 우리나라 해안의 지명에서 발견되는 仇非, 仇味, 久美, 九味, 九美등의 음이 줄어서 금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몽구미를 우리말로 나타내면 「먼 구미」가 될 것인데 여기서 「구미」는 「물굽이」, 「굽이」로 「물이 돌아가는 곳」을 뜻한다. 낭만적인 것을 떠올리게 하는 한자어 몽금은 실은 해안지세와 관련된 순수한 우리말이었던 것이다.

노천명은 해방 전에 함경북도 영흥군(현재 금야군으로 개편됨) 송전(松田) 해수욕장에 갔다가 돌아와 쓴 수필「松田抄」에서 그곳 모래와 황해도 장연지방의 모래를 이렇게 비교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여기 온 후로 처음 해당화를 봤다. 잡풀 틈에 섞여 보일락말락하는 것을 가까이 가서 보니 해당화가 한 그루 거기 섞여 있지 않는가.

여기는 모래가 나빠서 해당화가 잘 안되는 모양이다. 바다빛이 곱기는 동해바다, 모래가 곱기는 서해다. 구미포(九味浦)나 몽금포(夢金浦)의 모래란 문자 그대로 명주 모래다. 노천명이 몽금포의 모래를 명주에 비유하며 자랑하고 있는 것은 그 지방이 단지 그의 고향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실제로 몽금포 부근에는 해수욕장과 해풍에 의해 형성된 사구(沙丘)형태의 황금빛 모래사장과 모래언덕이 함께 존재한다. 바람에 불려 언덕이 될 만큼 이곳의 모래가 매우 곱다는 것이 입증되는 셈이다. 그래서 이곳 해수욕장은 원산의 명사십리와 같은 이름을 지니고 있기도 하며 황금빛을 띠어 금사십리(金沙十里)라 부르기도 한다.

몽금포는 우리나라 8경으로 꼽혀 예로부터 많은 시인 목객들이 여기에 찾아와서 많은 시가와 노래를 남기기도 했다. 몽금포를 아랑포(阿郞浦)라고도 부르는데 신라시대 아랑(阿郞), 영랑(永郞), 술랑(述郞), 안상(安祥), 남석(南石)등 네 화랑이 이곳에 들러 풍류를 즐겼다는 데서 연유한다.

해수욕장은 모래뿐만 아니라 해당화와 코끼리 바위를 비롯한 기암들과 맑은 물이 한데 어우러져 관광자원을 이루고 있다. 몽금포에서 동쪽으로 가까운 곳에 지금은 터만 남은 금사사(金沙寺)라는 절이 있었다. 이율곡은 이 절에 들렀다가 절과 같은 제목의 시 한 수를 남겼다.

송림 사이로 거닐으니 낮바람이 시원하여라
금모래에서 놀다보디 어느듯 석양이 지는구나
천년지나 아랑의 발길 어디서 찾을건가
신기루 다 걷히니 수평선은 더욱 멀어라

몽금포에서 서남쪽으로 13km되는 곳에 장산곶이 있다. 장산곶은 긴 산줄기(40km)가 서해 바다 깊숙히 뻗어내려 가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으로서 해안에 절벽과 기암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어 장관을 이룬다. 해변에는 영웅암(소금항아리 바위)라는 두 개의 바위가 높다란히 가파르게 서 있기 때문에 물살이 센 험난한 물목을 이루어 옛날 이 앞을 지나던 배들이 좌초하거나 난파되는 일이 많았다.

이같은 해난을 방지하기 위해 옛날 어부들은 장산곶사당을 지어 봄 가을로 용왕에게 제를 지냈다고 한다. 「심청전」에 나오는 인당수가 바로 이 해역이었다.

김용성 인하대교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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