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물을 잃는 것은 조금 잃는 것이며 명예를 잃는 것은 많이 모든 것을 잃은 것이다」.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한 우리나라 전래의 고사이다. 지금 우리주변에는 국민소득의 증가와 함께 여러 가지 건강 증진법이 등장하고 각종 건강식품까지 홍수를 이루고 있다.

도심지 곳곳에 산재한 헬스클럽이 만원을 이루고 있으며 웬만한 약수터에는 새벽부터 인근주민들이 삼삼오오 몰려나와 경쾌한 음악에 맞춰 에어로빅으로 몸을 다듬는 등 남녀노소 모두가 건강한 하루의 출발을 시작하고 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는 것이 최선」이라는 경구를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건강증진은 명랑한 사회조성의 초석이기도 하다. 건강한 웃음꽃이 온누리에 퍼질 때 그 누가 우리사회를 메말랐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우리 국민들 사이에는 빗나간 건강증진, 다시 말해 보신건강에 한눈을 팔고 있는 저질 건강파가 있어 엄청난 문제점을 던져주고 있다.

야생의 개구리와 뱀은 물론이고 지렁이 굼벵이까지 마다 않고 그 튼튼한 위장 속으로 집어 넣는 사태로까지 진전됨에 따라 자연 생태계의 파괴까지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 때문에 먹이사슬 사이에 있는 천적이 해가 갈수록 그 숫자가 줄어들어 논 밭에는 들쥐가 들끊는 등 농작물에 엄청난 피해를 주는 부작용까지 낳고 있다.

이것뿐이 아니다. 몇 년전부터 해외여행 자유화에 편승한 보신 관광파들은 동남아 일대를 누비며 코브라탕 곰발바닥 요리까지 즐기면서(?) 국위에 손상을 주는 몰상식한 행동까지 서슴치 않고 있다. 이들은 의학적으로 아무런 근거도 없는 정력의 환상터널에 안주하면서 귀중한 외화까지 낭비하는 우를 범해 한 때 큰 사회문제를 일으키기까지 했다.

정력 편집병에 걸린 사람들이 무절제한 행동이 우리국민 모두가 몬도가네식 식습관을 가진 것처럼 잘못 알려지게 했을 우려 마져 있다고 하겠다. 그 말썽 많았던 보신관광에 이어 이번에는 불치병 치료관광의 열풍이 일부환자들 사이에 불고 있다.

며칠 전 어느 재벌의 총수가 중국에서 침술치료를 통해 중풀을 고치고 걸어서 귀국했다는 일부신문의 보도가 있자 이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일부관광회사까지 이에 합세, 이 부문에 대한 판촉전까지 벌이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일부 여행사들은 의료사고가 날 경우 보상혜택 등에 큰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풍은 중국으로 눈병은 러시아」로라는 케치프레이즈까지 내걸고 있다.

불치병 치료 여행자들이 유의해야 할 것은 지난번 사기극임이 밝혀져 물의를 빚은 바 있는 필리핀의 심령술사 준라보씨의 경우다. 준라보씨의 심령술이 사기극임이 우리의 TV를 통해 그 실상이 생생히 방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필리핀 바기오시에는 수십명의 한국인이 치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치료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적을 기대하며 치료를 받으려는 환자들의 고충은 이해가 가지만 일부 여행사가 이를 악용, 돈벌이에 급급한 치료관광을 알선한다는 것은 건전 해외관광의 정착에도 적신호가 되고 있다. 치료관광의 함정은 이 여행을 다녀온 일부환자들에 의해서도 명백히 밝혀지고 있다.

올 소련을 다녀온 사람은 「근시가 조금 나아진 것 같으나 치료를 계속해야 한다는 소련의사의 편지가 자꾸 오고 있는 것으로 보아 고도의 상술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밝히고 있다. 또 부친의 중풍치료를 위해 중국을 다녀온 사람은 「침술이 중풍에 효험이 있다는 말을 듣고 현지에 갔다가 별효험을 보지 못한 채 장기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말만 듣고 돌아왔다」고 말하고 있다.

자기 몸이 아픈 사람은 이의 치료방법에 대한 구전이나 매스컴의 보도에 귀가 솔깃해지기 마련이다. 한 때 중국이 대머리 치료제로 개발했다는 101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으나 결과는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져 반짝 붐에 그친바 있다. 자기의 불편한 몸을 치료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는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아는 길도 물어서 가라」고 했다. 더구나 치료 여행이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점에서 또 다른 과소비의 관광형태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까지 있다. 주변의 허튼 소문에 현혹되지 말고 보다 확실한 자료가 뒷받침될 때 치료여행을 떠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을 어느 성전의 이야기도 아니고 시골장터 약장수의 주문도 아닌 바로 우리가 짚고 넘어 가야 할 과제의 하나이기도 하다. <연합통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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