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속의 명승지] 육당 최남선과 천리천평
[문화속의 명승지] 육당 최남선과 천리천평
  • 여행신문
  • 승인 1992.10.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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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지연에서 백두산의 동쪽에 위치하고 있는 한 언덕인 신무성(또는 신무치)까지는 60리 하루길이다. 그 아득한 옛날 단군왕검이 이곳에 신국을 세우고 홍익인간의 정치를 폈다는 곳이다.

최남선은 신무의 뜻을 영산으로 풀이하고 있다. 신무치의 「치」는 제단이 있었던 곳임을 일러주는 말이다. 그러고 보면 단군왕검이 이곳에서 제정으로 두루 백성을 다스렸음을 짐작케 한다. 고증할 길은 없으나 그의 영토는 신무성 아래 드넓게 펼쳐져 있는 천평이 아니었을까.

천평은 보통 백두산 아래 신무성을 중심으로 하여 남쪽의 포태산과 동쪽의 중산 사이의 고원 삼림지대를 이르지만, 북쪽으로는 도문강 이북 지역과 서쪽으로 압록강의 양안까지를 포함시켜 간도땅도 이의 일부로 보기도 한다. 천평의 「천」은 「하늘」에서 「한」을 의미하고 「평」은 「벌」에서 「발」을 의미하여 「천평」은 곧 「한발」, 환국으로 볼 수 있더눈 곳이 최남선의 주장이다.

천평에서 신무성까지는 물이 없다. 더욱이 분화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인재로 인한 것인지 삼지연에서 20리 가량 지나면 나무들이 모두 불에 타 버린 황막한 벌판이라 햇빛이라도 내려 쪼이면 마치 사막을 걷는 것 같은 느낌이다.

최남선 1926년 동아일보에 「백두산근참기」를 연재할 때만 하더라도 이 지역에는 나무가지와 잎들이 타서 없어지고 껍질은 썩어 떨어진 시꺼멓고 허연 나무기둥만 전봇대처럼 빽빽히 서 있던 황량한 곳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남선은 그곳이 우리 민족의 발상지임을 힘주어 강조한다.

천평은 노선 역사의 요람기를 파묻은 큰 무덤이다. 행여 신성한 유적이 염루한 후인의 손에 들어갈까 무서워서 천화의 폭발이 이를 회신 만들고, 용암의 유파가 이를 석결해 놓은 건쟁한 고적지이다. 육안면에 보일 것은 하나도 없으되, 한번 심안을 열면(중략) 삼월 고순려의 악량 회렵의 발단도 볼 것이요, 새끼 시절의 국선 풍절도 볼 것이요, 알시기의 팔계곡체도 볼 것이요, 정감의 비조인 신지씨가 하늘의 계시를 받아서 민족 만년의 문명을 기록하던 광경도 볼 것이요, 혁거세의 본생인 왕검님이 인문 영세의 기초를 존정하던 상황도 볼 것이니, 안전의 저것이 흙덩이요, 타다가 남은 모래뭉치라 하면, 그렇지 아니한 것도 아니지마는 그러나 저 모래가 이러한 어수선한 뒤숭숭과 많음과 큼을 집어삼킨 시간의 대분묘임을 알아야 한다.

신무성에서 서북쪽의 백두산을 향해 곧바로 나가면 정계비 터에 이르게 된다. 정계비는 우리나라와 청국 양국 사이에 세웠던 국경 경계비이다.

최남선은 계속 썼다. 『조선인의 백두산을 잊어버렸다. (중략) 그 중에서도 천평은 아주 담담히 잊어 버렸다. (중략) 조선의 모든 것-사람의 마음과 나라의 문명까지도, 공중에 둥둥 떠서 어느 바람에 어떻게 나부끼는지 모르게 됨이 실로 우연이 아니다. (중략) 제 발이 어디가서 뿜었는지 제 궁둥이가 어디가서 놓였는지 조차도 모르고 열병 들린 자의 헛소리만 하는 조선인에게 화가 있지 아니치 못 할진저. 그런데 이 무서운 병근재원은 실로 백두산과 그 천평을 잊어버릴 때에 비롯하였음을 생각할 것이다.』

그랬던 최남선이 1940년 이후 친일적 문필활동을 했던 것으로 미루어 그 역시 잠시나마 백두산과 천평을 잊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에서 역사의 교훈을 배운다.

<김용성 인하대 교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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