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구매하는 모든 상품에는 규격이 있고 품질이 있다. 따라서 품질에 대한 통제가 가능하다. 공산품, 농산물, 음료수, 심지어는 호텔에도 등급이 있다. 연필 한 자루를 사도 KS마크가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항공서비스 상품은 질이나 가치가 사뭇 추상적이며 객관성이 결여되어 있다.

미국의 한 연구소가 항공소비자의 여론을 조사해 보았더니 등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가 무려 20여개로 나타났다. 심지어는 누가 엉터리 광고를 하느냐도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모든 상품과 마찬가지로 항공서비스상품도 경쟁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품의 특이화와 가격정책이다.

상품특이화는 자기의 정품을 남다르게 하는 것이다. '우리의 비즈니스클래스는 너희의 일등석에 버금간다'든지, 아니면 '우리는 불필요한 것은 없애고 대신 가격을 낮추었다.'든지...

다음으로 가격이다. 상품이 규격화되어 있지 않고 특이화 것을 만들지 못하는 마당에는 가격만이 변수로 작용하는 것이다. 같은 서비스에 비하여 우리 것이 헐하다는 것이다. 우선 상품의 특이화 전략을 보자. 일등석, 비즈니스클래스, 일반석으로 상품을 등급화하고 다음 그 등급에 따라 소비자의 요구를 최대한 만족시키기 위한 작업이 따른다.

기내에서만 하더라도 더 넓은 공간, 더 아늑한 분위기, 더 좋은 식사와 음료, 더 친절한 승무원, 더 많은 여흥프로, 전화기 설치, 좌석마다 오디오 시스템... 하늘만큼 끝이 없지만 점보기안의 3백몇십명의 입맛은 저마다 다르다. 라면처럼 여러 종류를 개발해 놓고 기호에 따라 사먹게 할 수는 없을까.

그래서 기발한 아이디어가 속출했다. 이른바 '노프릴서비스' 일체의 간지러움을 없애버린 것. 레이커항공의 창설자 프레디레이커는 이른바 '공중열차'라는 상품을 고안해냈다. 비행기가 근본적으로 열차와 다를게 뭐냐는 입장에서 였다. 예약 필요없다. 선착순이다. 비행기 삯에는 식사와 음료가 포함되어 있다. 먹기 싫은 사람도 많다. 없애라.

그리고 그만큼 요금을 낮추어라. 먹고 마시고 싶으면 기내에서 돈주고 사먹어라. 수화물도 손가방 하나뿐인 사람도 많다. 수하물 처리에 얼마나 많은 인력과 장비가 필요하냐. 요금은 수하물 없는 사람을 기준으로 낮추고 짐이 있는 사람은 개당 얼마씩 지불하기로 해라. 정시에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그리고 저렴하게 모시는 이상의 서비스가 무엇이냐. 쌍수로 환영할 아이디어였다. 실제로 성공했다.

그 공로로 영국여왕으로부터 경의 칭호를 받았다. 미국 여러 항공사는 한수 더 떳다. 요금도 비행기안에서 받았다. 70년대 일이었다. 오래가지 못했다. 경쟁사의 덤핑(?)탓이었다. 시장을 잠식당한 항공사들이 예약도 받고 식사도 제공하고 수하물도 무료로, 그러나 가격은 레이커와 같이했다.

80년대 중반부터는 항공사의 호황기였다. 서로 영역을 넓혔다. 특이화 전략은 상품의 고급화에 집중했다. 특히 수익성이 좋은 일등석과 비즈니스 클래스를 경쟁적으로 고급화시켰다. 그런데 90년대가 왔다. 늘어난 공급에 비하여 수요는 떨어졌다. 불경기이다.

국제선 항공사의 일반적 좌석 수요패턴은 4할이 개인여행자, 6할이 단체 여객이다. 둘다 줄었다. 전세계적으로 현재 약 8백대의 항공기가 낮잠을 자고 있다. 경쟁을 끝이 없고 전쟁처럼 승자만이 있을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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