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같은 간격으로 이끼가 겹겹이낀 돌무더기가 나오는데 30리 이상 길게 이어진 이 돌무더기들은 청나라와 사이에 경계포지로 축조했다는 설을 갖고 있으나 축죠연대는 확실치 않다 다시 토문강과 압록강의 분수령이 되는 정계비터를 지나면 바로 백두산 정상으로 나가게 된다.
백두산에는 2,500m가 넘는 대소 산봉이 20개소 이상이나 있다. 이들 봉우리가 동서남북 환상의 급경사진 호구벽을 이루며 천지를 옹위하고 있다. 일부 완사면에는 풀이 자라고 있으며 사람의 접근이 가능하다. 최근 북한은 백두산 남쪽 산 능선을 넘어 천지에 이르는 케이블카를 설치했다고 한다.
천지는 한 늪이 아니다. 나는 그렇게 보았다. 내 양심이 그렇게 본 것이다. (중략) 저기서 단군이 나오셨겠다. 저기서 동명이 나오셨겠다. (중략) 줄잡아도 그것을 조화의 방망이로 보지 아니치 못할 것 아닌가. 깎고 깍아서 라도 그것이 한 늪인 채 신령의 큰그릇임을 알아주어야 할 것 아닌가 아무리 목전주의 현실주의자이기로 이천년 일언의 역사적 사실임을 어떻게 할수 있을 것인가. 천지의 신비는 신비한 채로 신비랄 것이 아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으며 명료한 신비...
환하게 보이는 신비라고나 할 것이다. 천지에는 말하지 않건마는 큰 소리가 잇으며, 곰짝하지 않건마는 큰 몸짓이 있어 자기의 심상한 한 늪이 아님을 스스로 고오대증함이다. 귀 있는 자는 들을 것이요, 눈있는 자는 볼 것이다. 바로 듣고 볼때에 천지의 심상한 한 늪이 아님을 깨닫지 아니치 못할 것이다. 허허 천지야 말로 세계에 있는 가장 신비한 일존재일 것이다.
마침내 천지에 다다른 최남서은 백두산 근참기에서 이렇게 섰다. 천지의 물은 물이로되 그냥 물이 아닌 것이다. 그것은 민족의 감로수ㅡ요 생명수인 것이다. 그는 천지을 찾는 사람은 그렇게 보아야 핳믈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정신적 입장에서 뿐만 아니라 과학적 입장에서 천지를 아라아보는 것도 상식을 위해서 필요하다.
천지는 지각변동이 활발했던 제3세기말의 화산 활동에 의해 분화구가 형성되면서 용암과 화산재를 뿜어내다가 뒤에 중앙부가 함몰하면서 만들어진 깊은 호수이다. 천지는 북쪽으로 중국 송화강의 수원이 될 뿐만 아니라 백두산에서 솟아나는 지하수는 부근에 웅덩이와 같은 아주 작은 호수를 30여개소나 만들었고 이들 호수와 지하수가 흘러 압록강과 두만강의 원류가 되고 있다.
천지의 둘레는 약 19km 폭은 남북 4.85km 동서 3.35km 수면면적은 약 19㎢ 저수량은 약 20억 t 최대 수심은 384m로 나타나 있다. 여름철에도 수온이 섭씨6도 정도로 매우 차고 프랑크톤이 자라지 않아어류가 살고 있지 않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으나 최근에는 부유생물, 미생물과 약간의 수초가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어 북한 당국은 삼지연의 산천어를 천지에 보내 시험양식하고 있다고 한다.
천지를 중심으로 한 백두산의 날씨는 변화무쌍하여 예측할 수가 없다. 하루에도 수십차례기후가 급변하고 백두산 연봉은 거의 구름이나 안개에 휩싸여 있어 천경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4m 정도로 얼었던 천지의 물은 6월 하순이나 돼야 해빙되고 9월 하순이면 본격적인 겨울에 접어들며 얼음이 얼기 시작한다.
기나긴 겨울철에는 세한 강풍이나 눈보라가 휘물아치면서 산상의 작은 돌들과 모래를 날려 사람이 접근할 수 없다. 백두산의 관광명소는 중국 관할지역에 많이 분포되어 있다. 천지의 물이 북쪽으로 흘러내려 송화강의 원류가 되는 이도백하 주위 상류에는 볼 만한 폭포물이 있고 온천이 개발되어 있어 여름에는 관광객이 줄을 잇는다.
김용성 인하대교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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