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자유화이후 관광수지의 적자를 구렁텅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 관광산업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이의 개선을 위한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이제 겨우 국민소득 6천 달러 시대를 맞은 우리국민들과 2만 달러 시대를 구가하고 있는 선진국 국민들이 해외여행에서 사용하고 있는 외화소비를 대비해 보더라도 이러한 의문은 더욱 증폭된다. 외화소비 고다증에 빠진 일부 내국인들의 외화 씀씀이는 세계 어디에서나 정평이 나 있다.

그런가 하면 선진부국 국민들의 관광달러 소비는 꼭 필요한 곳에만 사용하는 근면성을 보이고 있다. 가장 최근의 조사에 의하면 세계의 관광왕국 스페인의 경우 구미선진 각국 관광객들이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관광외화수입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관광객의 발길이 닿는 외국의 쇼핑 가에는 언제나 만원을 이루고 있다니 한숨마저 저절로 나올 지경이다. 우리나라 해외관광객들의 외화 과다소비는 명백한 자기 과시욕 때문이다. 이것이 국가경제의 한 부분을 후퇴시키는 사안임에도 우리사회는 이들을 설득하거나 수용할 자정능력이 부족한데다 「내돈 내가 쓰는데 무슨 참견이냐」는 철면피한 논리에 어떤 대응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그뿐 아니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우리국민 중 일부는 각종 추태까지 부리고 있어 현지교민들이 낯뜨거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는 소식이다. 최근 호주에 거주하고 있는 한 교포는 국내 신문에 다음과 같은 투고를 한일이 있다. 이 교포가 고국동포들의 여행모습을 보고 꼭 고쳐야할 점이라고 지적한 사항은 대략 이런 것이다. 무엇보다 먼저 어디서나 항상 줄을 서서 질서를 지키라는 것이다.

그리고 식당 이용 때는 안내자의 안내에 따르고 큰소리고 떠들어 옆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것이다. 또 관광버스 내에서 음주를 삼가고 운전기사에게 팁을 주지 말며 화투놀이로 수면부족을 초래하는 등 관광리듬을 깨지 말라는 것 등이다.

이 교포의 지적은 앞에 열거한 우리나라 해외관광객들의 행태가 외국인들에게 우리의 인상을 추하게 볼 수 있도록 하는 촉매제가 되고 있음을 상기시키고 있다. 물론 개인의 자유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양식 없는 행동, 그것도 국내가 아닌 외국에서 국외에 손상을 끼치는 일까지 한다는 것은 우리가 하루빨리 고쳐야할 악습이다.

따지고 보면 호주교포가 신문투고를 통해 시정을 요구한 사항은 모두 우리가 국내관광 때 다반사로 행하고있는 무질서의 전형적인 행태들이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몸에 베인 잘못된 습관을 외국에서도 그대로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국민들의 해외관광객패턴이 이런 식으로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중진국 대열에서 이탈,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는 이새대의우리가 외국인들로부터 조소의 대상이 되어서는 더욱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잘못된 관광패턴을 하루빨리 건전한 방향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나 하나가 아닌 우리를 위한 의식의 대전환이 필요한 때가 된 것이다.

이러한 의식의 전환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보다 깊은 악습의 뿌리가 내리기 전에 이들 정화시킬 수 있는 국민적 운동이 필요하다. 이러한 운동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면 우리의 잘못된 해외여행 관행은 앞으로도 예나 다름없이 기승을 부리게 될 것이다.

사회전반에 해를 끼치는 독버섯은 기회가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생겨나기 마련이다. 지금 우리의 해외관광에서 일어나고 있는 갖가지 부조리로 이외 한 유형이다. 이를 방치하게되면 그 독은 우리의 관광산업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며 해외여행자유화라는 전 국민적인 해외여행개방의 물결에도 좋지 않은 요인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악습이 치유 불가능한 거대한 공룡으로 자라기 전에 어떤 확고한 대책을 마련할 때가 되었다고 하겠다. 「호사다마」좋은 일에는 흔히 방해되는 일이 따르기 마련이다. 해외여행 자유화가 더 이상 관광부조리와 연계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의 건전한 해외여행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는 보다 알차고 내실 있는 대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신문이나 TV등 매스컴을 통한 지속적인 캠페인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해외여행 건전화 운동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함께 우리자신을 지키는 의식개혁 운동으로 발전시켜야만 보다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연합통신 논설위원>"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