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관광수지가 극심한 적자의 수렁에 빠져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지구촌 한가족」이라는 세계관광질서의 재편과정이 우리에게는 이와같이 엄청난 부담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관광질서의 재편과정이 세계의 모든 나라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나 동남아 등 아직도 1인당 국민소득 1백달러 미만의 국가 국민들은 「관광의 세계화 추세」에 동참할 수가 없다. 관광달러로 소비할 수 있는 외화의 보유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관광질서의 재편과정과 관련, 세계 각국은 자국민을 외국에 송출하면서도 다른나라 관광객의 자국내 유치에 온갖 묘안을 동원하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관광전쟁」을 전개하고 있다.

최근 미국·괌·호주·말레이시아 등이 우리나라에서 대규모 관광교역전을 전개한데서도 이는 그대로 증명되고 있다. 관광의 경우 세계각국은 무국경의 개념을 오래전 부터 도입했다. 무사증 입국제도나 공항과 항구에서 입국심사과정을 통해 일정기간 동안 체류할 수 있는 허가증 등을 발급하고 있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에따라 관광산업은 국제사회에서 적과 동지의 개념이 퇴색되면서 관광달러의 획득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추세로 변하게 된 것이다. 이를 대변하듯 동서냉전 체제가 붕괴되기 전에는 자유국가의 국민이 공산세계를, 공산권 국가의 국민이 자유세계를 관광하는 채널이 폭넓게 유지되고 있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당시 남북관계의 극한적인 대립 때문에 공산권 국가에 대한 관광은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우리국민의 경우도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정부의 과감한 북방정책 추진으로 소련중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구공산권 국가와 외교관계가 수립됨으로써 우리국민들 누구나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원하기만 하면 아프리카의 최남단 희망봉에서부터 러시아의 시베리아 최북단까지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다만 스탈린식 사회주의를 고수하며 개방과 개혁을 외면하고 있는 북한만이 예외일 뿐이다.

문제가 있다면 우리가 세계의 「관광전쟁」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관광수지 적자는 4억1천만 달러에 달하고 있으며 연말까지는 이 규모가 4억5천만 달러로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해외여행 자유화라는 변화의 물결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적절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데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해외여행은 국민들의 세계관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선진문물을 직접보고 체험함으로써 국내관광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반면에 과다쇼핑 등에 따는 무분별한 외화소비와 여행지식의 부족에 따른 추태 등 부작용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그 결과는 부정적인 면만 크게 부각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 국민들 중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초창기의 잘못된 관행을 되풀이함으로써 이의 시정이 하나의 숙제로 남게된 것이다.

어떤 경우에나 문제가 있으면 가능한 빠른 시간내에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를 개선해야 한다. 그 개선은 시간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치유 불가능한 방향으로 진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관광은 삶의 청량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연간 몇번씩 관광을 가기 마련이다. 그것이 국내관광이던 외국관광이던 상관이 없다. 진정한 관광은 개인의 발전은 물론 나아가 사회와 국가의 발전에도 연계되어야 한다. 이러한 연계고리가 확실한 뿌리를 내리게 되면 우리국민들의 해외관광도 자연스럽게 건전관광으로 유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관광산업을 60~70년대처럼 외화획득의 보고로 부활시키는 일이다. 해외관광이 일부 한탕주의자나 불로소득자 등의 자기과시욕에 머무는 시대착오적 행태의 연장선상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관광은 국가경제와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때문에 해외관광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냉철한 자기반성의 기회를 한번씩 가져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겠다. 세계적 추세인 「관광전쟁」에서 살아남고 이름다운 우리의 금수강산을 관광보고로 가꾸기 위해서는 이는 필요한 수순의 하나이다.

<연합통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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