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관. 지각변동의 해라고 할 수 있는 묵은 해를 보내고 새역사의 기점인 93년에 들어섰습니다. 해가 바뀌고 32년만에 출범하는 문민정부가 들어설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무언가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일어날 것이고 이에따른 역사적 의미도 새롭게 부여될 것 같습니다. 따라서「관광전쟁」이라고 비유되는 세계의 관광환경과 관련, 우리의 관광업계도 묵은 때를 벗고 새롭게 태어나는 그런 한해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의 관광현실이 그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는 우리의 관광수지적자가 연 2년째 계속된 수지흉년의 연장선상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올해의 우리나라 관광경기는 이웃나라이자 경제대국인 일본의 경기회복과 단교로 그동안 서운해 졌던 과의 관계개선, 그리고 대전 EXPO등 국내외적인 여건의 변화에 따라 침체국면의 탈출이 기대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해를 한국관광 재도약의 기회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이같은 기대가 성취된다면 올해의 출발점은 그 어느 해보다도 상쾌한 발걸음의 신년이 되리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를 돌이켜 보면 우리가 못한 일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건전해외여행 캠페인의 영향으로 사치성 해외여행이 감소되기는 했지만 일부 부유층과 불로소득자들의 해외여행 형태는 그전과 다름이 없었다고 해야할 것입니다. 거기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래관광객의 성장률 감소는 관광수지 적자폭을 더욱 크게 넓혔을 분입니다. 올해는 제발 그러해가 되지 않게 가능한 한 행정지원을 관광업계에 기울여 주기를 바랍니다.

단순 예상치로 본다면 올해 우리나라를 찾을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보다 17.7%가 늘어난 3백9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어디 그것이 쉬운 일입니까. 예기치 않은 악재가 전혀 돌출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오늘의 현실과 미래의 예측 사이에는 엄청난 괴리가 있기 마련입니다.

여기다 세계각국이 무공해 청정산업인 관광관련업의 육성에 엄청난 돈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관광후발국」인 말레이시아까지 「관광전쟁」에 가세, 외국기업들의 위로여행과 각종 국제행사의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데서도 이는 분명해 지고 있습니다.

국제관광환경의 이 같은 변화는 우리의 관광여건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외국의 우리나라 관광시장 공략현황을 보아도 이러한 변화는 그대로 감지되고 있습니다. 「한국관광객을 잡아라」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고 지난해 우리나라 관광시장 공략에 나선 나라는 미·일·대·가 등 국민소득이 우리보다 월등히 높은 나라들이었습니다.

돈 잘쓰고 허세부리기 좋아하는 한국인을 노린 캠페인이었습니다.한마디로 한국인은 관광에 관한한 세계도처에서「봉」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세계각국의 사기꾼이나 무장강도등이 한국인 관광객을 노리고 있다는 달갑지 않은 소리도 들리고 있습니다.

그런 반면에 우리의 외래관광객 유치전략은 어떻습니까.「한국방문의 해」로 정한 오는 94년을 기점으로 관광수지를 다시 흑자로 되돌려 놓기 위한 종합적인 관광진흥책을 확정한 것이 고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미·일등 관광 선진국과 같은 본격적인 해외캠페인은 전무한 실정입니다. 우리가 외래관광객 유치를 위해「우물안 개구리」식 정책을 펴고 있는 반면에 관광선진국 등은 맨투맨식 전법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해외관광PR을 너무 소홀히 하고 있는 것입니다. 보다 과감한 예산배정 등을 통해 우리의 관광자원을 외국에서 홍보할 수 있는 방안의 모색과 이의 실천이 어느 때 보다 시급하다고 하겠습니다.

노장관. 다시 말할 필요도 없이 세계각국은 관광산업을 국가의 주요전략산업으로 육성해 왔습니다. 오늘에 와서는 그 비중이 더욱 확대되는 추세에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우리의 경우는 이에 대한 지원이 너무나 빈약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명복으로 관광산업을 사치성 서비스업종으로 지정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행수지 적자가 크게 문제화되자 이의 지정을 취소키로 결정을 했으나 지난 해 말까지 제대로 시정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 문제의 해결은 그 바톤이 올해로 넘어오고 말았습니다. 말로는 관광진흥을 읊조리면서도 행정적으로는 합당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이러한 정책은 우리의 관광 현주소를 더욱 어둡게 할 뿐입니다.

관광업계 자체에도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업체의 경우 관광외적인 투자 등으로 인해 도산한 것 이라던지 과당경쟁을 통한 가격덤핑으로 스스로의 수익감소를 자초한 것 등이 그것입니다. 이러한 업계의 부조리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행정당국의 보다 강력한 지도와 감독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금년도 국내관광 10대뉴스의 후보에까지 올랐던 택시의 불친절과 바가지 요금의 시정에 대한 건의를 하겠습니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은 최근 서울발 기사에서 서울의 택시운전사들은 아무데서나 끼어들기를 하고 타고있는 승객들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멋대로 합승을 시킨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서울과 인근위성도시를 오가는 일명「총알택시」는 이름에 걸맞게 질주한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대도시에서 운전을 한다는 것은 러시안롤렛보다 아슬아슬하다는 비유까지 했습니다.

외래관광객들이 그 나라의 얼굴이라고 부르고 있는 택시가 이 지경이니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들이 이미지가 좋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관광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도 택시에 대한 운영개선방안이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하겠습니다.

노장관. 지금까지 이야기한 모든 사안들이 자기가 그린 동그라미가 바람에 지워지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으면 계속 같은 동작을 되풀이하는 소금쟁이의 곡예를 벗어나지 못한 그런 범주의 것이지만 관광업계로서는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이기도 합니다. 관광산업의 진흥이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기도 한 지금 새해 들어 처음으로 건의한 문제점들의 해결에 최선의 노력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연합통신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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