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신정연휴 3일간은 단체와 가족단위로 국내외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크게 붐볐다. 공항과 역 터미널등이 온통 이들로 북새통을 이루었으며 이대열에 끼이지 못한 사람들은 근교의 산등을 찾아 새해 첫출발의 함성을 지르기도 했다.

신정 3일간의 연휴기간에 이런 풍속도가 연출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이 설날로 부활되면서 신정이란 것이 단지 연휴의 범주로 정착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새해는 노는것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다 올해는 설날이 이달 하순에 끼어있어 노는날이 줄을 잇고 있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연휴를 해외여행등에 이용함으로써 엄청난 외화가 소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우리가 남보다 잘살고 외화사정이 넉넉하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데 우리의 사정은 그렇지 않다. 최근 몇 개월간 무역수지는 그런데로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여행수지 적자등이 계속 되면서 경상수지는 적자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세계 외채 10대국의 하나이다. 천연자원빈국인 우리로서는 이러한 현상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일부에서는 우리의 대외자산을 감안할 경우 순외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렇게 높지않기 때문에 염려할 사안이 아니라는 낙관론을 펴기도 하고 있다. 이러한 낙관론도 근거는 있겠지만 보다 빠른 선진국 진입을 위해서는 불필요한 해외여행을 자제하는등 외화의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지난 해의 경상수지 현황을 보면 일본은 날고 대만은 뛰고 있는데 비해 우리는 기다못해 드러누워 버린 꼴이 되었다. 이런 상황의 전개는 해외여행 자유화도 한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해외여행도 일종의 향락이다. 향락이란 마약과 같은 마력을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향락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가 어렵다.

자동차의 경우 고속으로 달려본 차가 그렇지 않은차보다 잘 달린다고 한다. 이런점을 고려한다면 해외여행도 한번 가본 사람일수록 자꾸 가고싶어 하고 또 실제로 그들이 잦은 해외여행을 하고 있다.

현재 우리사회에 만연되고 있는 「해외여행병」도 잘못하면 그 후유증이 심각할수도 있다. 이러한 우려가 지금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으니 말이다. 일부 여행자의 경우 필요이상의 외제물품을 반입하고 있으며 어떤부류는 골프·낚시·사냥등 외화소비가 엄청난 해외여행을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일부 부유층은 성격의 해외여행까지 가고 있다. 이런 부류의 해외여행 패턴은 한마디로 우리의 국제수지기를 어렵게하는 행위이다.

각 항공사의 연말연시 해외여행 예약현황을 보면 일부국민들의 해외나들이가 어느선에까지 이르고 있는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의 이기간중 해외여행 예약현황을 보면 오는 10일까지 하와이행 항공편은 모두 동이 났으며 방콕과 싱가포르행은 지난 6일까지 예약이 완료되는 등 양사모두 연휴기간중 하와이, 괌, 방콕, 싱가포르, 미주 및 동남아 노선의 좌석 예약률이 1백%에 달하고 있다.

생활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자기집 안방 드나들 듯이 하면서 귀중한 외화를 마구쓰는 현실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하겠다. 한때 우리사회에서는 과소비와 향락풍조가 큰 사회문제로 대두된 바 있다. 그때 대부분의 국민들이 비난의 화살을 집중시킨 부류는 「졸부」와 「불로소득자」들이었다.

이들의 과소비와 향략풍조는 세금추징등 각종행정규제를 통해 많은 개선이 있었다. 그러나 국내적인 제약은 실효을 거두었지만 해외에서 이들이 자행하고 있는 과소비와 향락풍조는 아직도 그 뿌리를 면면히 이어가고 있다. 김포공항등에서 적발되고 있는 외화과다 밀반출과 보석밀수등이 이를 그대로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일부 몰지각한 해외나들이꾼들의 이러한 행태 때문에 공항주변에는 「보순이」와 「자돌이」의 해외여행 이야기가 심심찮게 오가고 있다. 해외여행후 귀국하면서 보석을 밀수하다가 적발된 유한마담의 케이스나 외국의 골프장에서 자치기(골프)를 즐긴후 거들먹 거리며 귀국하는 패거리들을 보고 하는말이다.

일부 부유층에서 저질러지고 있는 이러한 현상은 세태의 변화에 걸맞는 의식수준의 개혁이 뒤따르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올해는 「보순이」와 「자돌이」의 그릇된 해외여행 관행이 사라지는 그런 한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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