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국민들의 북한관광은 언제쯤 실현될 수 있을까. 만약 실현된다면 어떤 형태로 이루어질까. 지난해 남북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발효되자 일부에서는 이의 실현도 멀지않았다는 성급한 기대를 가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한순간에 사라졌다. 북한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안정에 걸림돌로 작용될 수 있는 핵개발의혹을 증폭시킴으로써 남북대화 자체가 비틀거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남북간 기존합의 사항이 제대로 준수되더라도 양측의 관광교류는 또다른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의 선행조건마저 파탄상태가 되었으니 북한관광은 '강건너 불'구경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우리국민들중 남북관광 교류를 가장 갈망하고 있는 층은 6·25가 낳은 비극에 따라 그리운 가족들과 헤어져 남과 북에서 서로 다른 삶을 영위하고 있는 1천만 이산가족일 것이다.

특히 이들중 70세이상의 고령자들은 한번이라도 고향산천을 보고 싶어하고 있다. 옛말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당시의 타임머신이 그대로 돌아갔다고 하더라도 그 고향산천이 4번이나 바뀌었을 것이다. 그 바뀐 모습은 어떤 형태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을까. 이 때문에 이산가족들은 그 수많은 밤을 고향방문의 꿈으로 지새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산가족에게 재회의 광장을 마련한다는 것은 넓은 의미에서 보면 남북한 관광교류의 첫 번째 단계라고도 볼 수 있다. 한정된 장소 한정된 인원을 만나는 것이기는 하지만 자기가 태어나고 한때나마 자랐던 고향산천 가까운 곳에서 일가친척을 만난다는 것은 신명나는 일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듯이 이산가족의 이러한 만남이 계속 이어지게 된다면 결국엔 자기가 가고싶고 보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방문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더욱 진전된다면 일반인들의 남북관광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북한은 이도적인 사업이자 남북관광교류의 한 패턴이 될 수도 있는 이산가족의 재회를 거부했다. 북측의 이같은 비인도적인 처사는 이산가족의 아픔마져 외면하는 것이다. 그들은 지난해 광복절을 기해 서로 교환방문키로 했던 남북한 고령이산가족의 재회를 뚜렷한 이유없이 무산시켜 버렸다. 이산가족들은 북측의 이러한 행태에 더없는 실망과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북측이 이산가족 재회를 볼모로 삼고 남북대화를 파탄으로 몰고가고 있는 것은 그들이 처한 대내외적인 어려움을 호도하려는 저의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은 판문점에서 평양까지 가는 길목주변의 주민생활상을 상대적으로 월등한 생활환경을 자랑하는 우리의 이산가족들에게 액면 그대로 노출시키는 것이 꺼림칙 했을지도 모른다.

거기다 옷차림새등 만나는 친척들의 모습에서 핍박한 그들의 일상생활을 보여주는 것이 체제유지에도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까지 계산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여건을 감안한다면 북한은 현 상황에서 남북관광교류를 실현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정치 경제적인 여건이 성숙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들어 북한은 평양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에게 까지 국내에서 발행되고 있는 신문의 구독과 여행을 더욱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지금까지 평양에 주재하고 있는 외교관을 비롯 외국인 기술자들이 유일하게 자유로운 왕래를 할 수 있었던 서해안의 행락지 남포여행이 사전 허가제로 바뀌게 되었다는 것이다. 북한의 이러한 조치는 그들지역을 방문한 외국기자들이 현지 르포기사를 통해 식량폭동등을 폭로한 것과 연관성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남북관광교류는 아직도 환상에 불과하다. 다시말해 우리가 북한을 관광한다는 것은 먼 훗날의 이야기일 뿐이다. 북한정권의 속성이 인륜과 거역되는 일을 다반사로 저지르는 등 경직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언젠가 남북관광교류는 실현될 것이다. 북한도 세계적인 조류에 따라 개방과 개혁의 흐름을 계속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같은 상황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힘을 비축해야 한다. 그리고 변화의 징후가 나타나면 그 문을 크게 두드리자. 그러면 굳게 닫혀있던 관광폐쇄지역 북한의 문도 열리게 될 것이다.<연합통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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