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부는 벼락부자를 말한다. 그리고 증후군은 몇가지 증후가 함께 나타나지만 그 원인이 분명하지 않은 병명에 붙이는 명칭이다. 이 두단어를 합성하면 말할 것도 없이 졸부증후군이 된다. 이 합성어가 가지고 있는 뜻을 다시한번 되새겨 보면 벼락부자가 된 사람이 돈을 마구 쓰고 싶어하고 또 실제로 불요불급한 곳에 돈을 쓰는 그런 종류의 허세정도를 가르키는 것이될 것이다. 그런데 언제 부턴가 우리사회에는 이 말이 거부감없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 말이 처음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과소비 풍조가 만연되었던때 부터가 아닌가 생각 된다. 부동산 투기나 한탕주의의 편법에 익숙한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많은 돈을 벌어들이면서 불로소득자가 크게 늘어나고 이들이 무분별한 낭비행각을 일삼으면서 이말의 사용빈도는 더욱 잦아졌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그때 우리사회는 투기나 한탕주의를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이러니 속칭 졸부들이 늘어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투기나 한탕주의의 영역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졸부증후군의 후유증은 아직 우리사회의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수도권에 산재한 골프장이 평일에도 항상 만원사례를 이루고 있으며 특급호텔등의 헬스클럽이 시도 때도 없ㅇ이 붐비고 있다. 이것뿐이 아니다. 고급 외제승용차가 매년 엄청나게 팔리고 있으며 가격이 비싼 고급음식점일수록 예약을 하지 않고는 자리를 잡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장비구입비만도 엄청나게 든다는 스키 애호인구도 해가 갈수록 늘어나 휴일에는 스키장이 발디딜 틈 조차 없을 정도가 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모두 졸부증후군과 연관성이 있다고는 할 수가 없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졸부증후군의 연장선상에서 이런 풍조가 만연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적인 상황은 이렇다 하더라도 재화의 해외유출이 없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해외에까지 이어진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외신보도를 보면 러시아 정부당국이 급증하고 있는 한국인 강도피해와 관련하여 한국인 보호를 위한 특별대책을 전국 경찰에 시달했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우리보다 몇배나 잘사는 서구각국이나 일본등의 방문객에게는 취하지도 않고 있는 특별조치를 왜 우리한국인에 대해서만 세우고 있는가.

결론은 간단하다. 지금까지 러시아를 방문한 많은 한국인중 일부가 그곳에서 졸부근성을 발휘, 많은 돈을 뿌리고 다녔기 때문이다. 이러니 러시아의 강도들이 한국인을 표적으로 삼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고 그들은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1년동안 상트페테르부르크 지방에서만 한국인에 대한 강도사건이 신고된 것만 15건이나 된다는 것이다 또 언어장벽 등의 이유 때문에 신고되지 않은 강도사건은 몇건이나 될까. 그리고 이러한 강도사건에 따른 피해액은 얼마나 될까. 해외에서 제멋대로 행동한 졸부증후군의 후유증이 엉뚱한 방향으로 비화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사전에 한국인 특유의 근면성을 바탕으로한 해외여행을 했다면 이런 불미스러운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졸부증후군의 후유증이 이렇게까지 진전되고 있는 것은 우리국민들의 이기주의적발상 때문이다. 자기위주의 사고와 자기위주의 행동이 결국은 자기방어의 모순까지 몰고온 것이다.

지난 수년간 누적된 잘못된 해외여행 관행이 제거되거나 치유되기는커녕 오히려 그 도를 더해가고 있음을 읽을 수 있는 한단면이다. 엄청난 여행수지 적자가 계속되고 있는데도 해외여행자는 늘어만 가고 있다. 러시아등 북방권 국가 방문자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러시아 중국 베트남등 3개 북방국가의 방문자는 모두 8만3천3백명으로 전년의 1만4천여명에 비해 무려 6배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국민들의 자유로운 해외여행을 막을 수는 없다. 또 막을 필요도 없다. 그러나 우리가 해야할 일이 있다. 해외여행의 기본적인 룰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 룰이란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둔 국민다운 행동을 하는 것이다. 언제 어디를 가든 문제가 되고 있는 졸부증후군을 하루빨리 청산하는 것도 그 중의 하나이다. 불필요하게 많은 돈을 쓰고 오히려 손가락질을 받는 그런 어처구니 없는 행동은 이제 화석으로 만들어 버려야 한다. <연합통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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