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5백만 대가 넘어 섰지만 교통문화는 요원한 실정이다. 대한민국 정부수립도 반세기에 이르고 있지만 역시 우리의 정치문화도 아직은 미숙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국민의 값비싼 대가로 닫힌 시대의 정치를 열린 시대의 정치로 만들어 놓았다. 이는 정치문화의 개혁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문화란 하나의 습성이라고 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문화는 역사적 변화를 겪으면서 도덕성이 조화 있게 맞물려야 한다. 사람답게 살고, 인간답게 품위를 지난 문화국민 이야말로 진정한 선진국민이고 국제사회인이다. 따라서 국제인이 될 수 있는 문화국민이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문화가 다르다는 것은 그 국민의 관습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사회는 서구문화의 유입으로 우리고유의 문화나 전통예절이 변형되거나 사라져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 처해있다. 5천년의 역사와 전통을 지난 문화민속이 말이다. 이와 함께 지난 70년대 국제관광이 활성화되면서부터 서비스문화라는 새로운 단어도 구체화됐다. 더 많은 외국관광객들을 유치 관광달러를 벌어들이려면 국제적인 서비스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20여 년을 외쳐온 이 서비스문화가 개선되기는커녕 외국인들에게 횡포까지 부리고 있다하니 이는 국가적 차원의 망신살이 아닐 수 없다. 최근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지난해 관광불편신고 종합 보고서에 따르면 4백43건의 불편신고사항 중 택시의 횡포가 1백35건으로 전체의 29.9%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터무니없는 부당 요금을 받아내고 미터기사용을 거부한 것이 1백 건으로 가장 많고 승차거부 또는 도중하차 강요가 22건이나 된다. 여기서 나타난 실례로 한 미국인 관광객이 김포공항에서 힐튼호텔까지 2만5천 원을 주었다고 했으며 명동롯데호텔에서 잠실롯데호텔까진 간 일본인 관광객도 미터기를 꺾지 않은 상태서 2만5천 원을 강요받았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1월 말경 서울에 온 미국인 존슨 씨(50)는 공항에서 쉐라톤워커힐호텔까지 가면서 4만여 원을 주고는 한국은 1년 만에 택시요금이 3, 4배나 올랐느냐고 하면서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분개했다는 것이다. 존슨 씨는 지난 연말부터 새로 운행된 모범택시를 이용했는데 외국인에게는 모범택시의 홍보가 안 돼 한국의 택시요금이 1년 새 터무니없이 인상된 것으로만 느꼈던 것은 당연하다.

택시횡포는 한마디로 한국관광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 한국에 대한 첫 인상을 흐리게 하고 있다. 이 같은 외국인들에 대한 서비스부재는 숙소인 호텔에 도착해서도 마찬가지다. 호텔종사원의 불친절, 예약불이행, 객실의 시설관리 미비 등 1백18건의 불편사항이 신고 돼 있다. 그 중에는 종사원이 음식값의 거스름돈을 주지 않는 곳도 있다고 했다.

서비스는 친절을 상대방에게 베풀고 그 대가를 받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회는 상대에게 불쾌감을 주면서 그 대가를 강요하는 서비스의 횡포가 만연돼 있다. 서비스는 물적 상품의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종사원의 인간적 상품이 함께 제공되지 않으면 그 시설의 상품도 평가 절하되는 결과를 낳는다.

인간적 상품이란 곧 국가관의 의식과 예절, 인간성이 확립된 서비스맨을 말한다. 학술적으로 말하면 서비스란 인간노동에 의해서 생산되어 인간행위 그 차제에 의존하는 비물질적인 실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비물질적 실체」들이 국제화시대를 맞아 유구한 우리민족문화를 멍들게 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목전에 둔 대대적인 국제행사를 원만히 치르려면 한국병 치유의 차원에서 우리 스스로가 서비스문화 정착에 총력을 쏟아야 할 때다.<김병태 본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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