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익 교통부장관은 지난 일요일 아침 KBS와의 영상 인터뷰에서 교통부를 「꼬래비」부처라고 서슴없이 한마디했다. 그것도 대담자로부터 첫마디, 장관 취임 축하인사를 받으면서. 「꼬래비」라는 사투리는 「꼴찌」라는 뜻이다. 꼴찌는 표준어사전에 「순서로 쳐서 맨 끝」이라고 나와있다.
-자신의 입각에 대한 겸손이라고 받아들이고 싶다. 필자 자신은-

그러나 이 글을 쓰면서는 일국의 장관이, 공인이 된 사람이 국민 앞에서 교통부를 그렇게 평할 수 있을까 의아심을 갖게 했다. 순간 너무나 경솔한 태도였다고 본다. 하긴 교통부라는 부처가 역대 임명권자들이 지역적 안배 또는 논공행상을 한 측근들만 장관으로 임명했기에 그 자리를 맡았던 장관들이 단명했다.

평균 수명이 1년 안팎
밥상을 받자마자 숟가락을 놔야했다. 자기가 만든 반찬에 밥을 떠 먹어보지도 못하고. 다시 그 밥상 앞에 않은 장관은 『무슨 반찬 맛이 이 따위야』하고는 그 음식에다 자기 취향대로 양념만 곁들인다. 무, 배추, 시금치, 쇠고기, 돼지고기, 생선 등을 사러 시장에 갈 시간이 없기 때문에.

너무나 지나친 표현 같지만 이런 상태였기에 교통행정이 총체적으로 정책적 비전 없이 이 골목 저 골목에서 서성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선두주자인 장관이 자주 바뀌는 상태서 꼴찌부처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계익 장관은 이날아침 대담에서 사회간접자본의 시설확충은 교통부다 다 맡고 있다고 했다.

그것은 사실이다. 모든 산업의 동맥은 교통수단이다. 그렇다면 교통부가 이젠 이 장관 말대로 꼴찌부처가 되어서는 안 된다. 행정경험은 없지만 교통행정을 맡은데 대한 두려움은 없다고 이 장관은 대담자 앞에서 당당했다. 교통부장관으로서 국민을 의식하면서.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일부장관들이 사상 유례 없는 단명을 했지만 그들은 치부를 했거나 공직자 윤리에 어긋난, 집안관리를 소홀히 해왔기 때문이다.

이 장관도 잠깐 머물렀던 공직에서 축재를 했을 것이라고 구설이 있었지만 그런 대로 더 뒷말은 없었다. 장관을 떠나서 이계익 씨 자연인으로 봐서도 천만 다행스런 일이다. 이 장관은 정부투자기관인 한국관광공사 사장자리에 있었던 3년여를 빼고는 언론에서 정력을 쏟은 사람이다. TV를 통해 얼굴도 알려졌다.

따라서 언론인으로서, 지식인으로서 현실참여에 대한 겸양과 고뇌의 흔적이 역력한 사람으로 평가하고 싶다. 언론은 비판과 보도를 통해 정도를 걸으면서 현실에 참여해왔다. 오늘의 이 장관도 언론에 몸담고 있을 때 교통부를 꼴찌부처라고 비판적으로 봐왔기 때문에 순간적이나마 그런 말을 했으리라고 본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이 장관이 펼쳐 나가는 새로운 정책에 관심이 안 쏠릴 수가 없다.
그 첫째가 심각한 교통체증이다. 서울엔 러쉬아워가 없어진지 오래다. 시민들마저도 이젠 무감각 상태다. TV 대담에서 서울 중심가에서 상계동을 가는데 2시간 여나 걸리는데, 1시간대 서울∼부산의 고속전철을 건설한다는 것이 시기적으로 봐서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것도 엄청난 자금을 투입하면서까지.

이 장관의 답변은 간단명료했다. 서울∼부산을 오가는 사람들을 고속전철로 끌어들이면 지금의 경부고속도로는 명실공히 산업도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그러나 요금이 비싼 고속전철을 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봤는지 의문이다. 또한 지하철도 금세기가 끝나기 전에 전구간이 완료된다.

철도의 민영화는 96년이다. 누적된 엄청난 빚을 정부가 짊어졌다. 한·중 항공협정 지연은 중국 측이 국제관례에 어긋난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 영종도공항건설은 입지적 타당성을 정부가 충분히 검토했다. 그러나 관광분야에 대해서는 『한국에는 볼거리가 없어 외국관광객들의 방문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으나, 관광시설 확충에 대해서는 답변이 없었다.

올해의 대전엑스포, 내년의 한국방문의 해 등 거국적인 행사를 계기로 PATA 총회 등 1백여 개의 국제행사를 유치해 놓고 있어 그때가면 한국관광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이 장관은 관광분야를 맡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충분한 복안은 있으리라고 믿는다.

최근 발표한 장기관광진흥대책은 숫자로만 목표를 세워, 2001년에 세계 10대 관광국에 진입하겠다고 했지 외래객 유치를 위한 관광환경개선 정책은 미흡하다. 여하튼 관광산업은 고부가가치를 지니고 국익을 선양할 수 있는 미래산업이다.

이 장관은 2000년에 앞서 한국관광을 세계 10대 관광국으로 끌어올리면, 그때 가서 교통부가 24개 부처 중 10번째 부처라고 찬사를 보낼 것이다. 「꼬래비 부처」를 면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김병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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