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추운 겨울이다. 이틀이 멀다하고 눈이 내리고 기온은 15년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여기에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경제사정으로 세상은 온통 꽁꽁 언 느낌이다. 이럴 때 햇볕이 따사롭게 드는 창가에 앉아 은은하게 코끝을 휘감는 향기를 즐기며 마시는 커피 한잔은 추운 겨울을 녹이고도 남음이 있다.

그래서일까. 이번 겨울 서울거리에서는 커피전쟁이 치열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개인업자 할 것 없이 이미 30여 업체가 커피 신시장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인파가 모이는 거리에 가면 의례 눈에 띄는 새로 들어선 에스프레소(espresso)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미 커피는 대중음료인데 이렇게 인기를 얻는 까닭은 무엇일까?

경험의 경제학(economics of experience)이란 게 있다. 예를 들어 멕시코 커피농장에서 원두를 따서 팔면 1∼2센트를 받는다고 한다. 그런데 원두를 맛있게 볶아 상품으로 만들면 5∼25센트를 받는다. 이 커피를 커피숍에서 서비스를 덧붙여 팔면 50센트에서 1달러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다 특별한 경험을 덧붙이면 2∼5달러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의 유명한 커피전문점 체인 스타벅스 같은 곳에서는 커피이야기와 여기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과 분위기를 덧붙여 비싼 값에 팔고 있다. 배리스타(baristar)라고 불리는 종업원들이 커피의 종류, 기원에 대한 설명도 하면서 고객들과 대화를 이끌어 나간다. 산지에서는 단돈 2센트밖에 하지 않는 커피가 어떤 서비스와 경험을 덧붙이느냐에 따라 200배 이상의 고가에 팔리는 것이다.

사람들은 멋진 커피 이상의 것, 스타벅스 스토어 안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한 분위기와 일체감, 그리고 멋진 커피를 마시는 로맨스를 구매하는 것이다. 지금 막 불이 붙고 있는 커피 전쟁은 우리가 일상에서 마시는 평범한 커피가 아니다. 젊은이들을 사로잡는 것은 에스프레소 커피의 문화(culture)와 가치(value)이다.

여행상품도 마찬가지이다. 커피가 그랬던 것처럼 여행은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 여행정보가 넘쳐나고 있지만 차별화된 경험이 가능한 고품질의 여행은 별로 없다. 예를 들어 프랑스 여행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의 문화를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보르도지방의 시골마을, 낡고 오래된 창고에서 100년된 와인을 맛보고 그들의 문화를 체험하는 것은 분명히 에펠탑을 쳐다보고 오는 패키지상품과는 다르다. 여행업체에서는 경기 침체로 올 한해도 경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비침체와 업체들간의 덤핑경쟁, 동남아 국가들의 저가공세도 넘어야 할 벽이다.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해서 저가전략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런 때일수록 차별화된 상품기획으로 제값을 받는 전략이 필요하다. 틈새시장은 차별화할 때 열린다. 무엇을 만들고 어디에 간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경험과 가치를 제공할 것이냐를 고민할 때이다.

기존에 있었지만 그 가치를 알지 못하고 활용되지 못했던 것들을 찾아 새로운 경험을 만들고 부가가치를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소비침체로 얼어 붙어 있는 관광업계를 따뜻이 녹여줄 에스프레소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책연구센터 연구원 serieco@seri21.org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