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가면 고생」이란 말이 있다. 먹는 것과 잠자리를 두고 한 말 일게다. 그중 음식 특히 외국에서 한국여행객의 밥투정은 꽤나 유별나다. 된장, 고추장, 김치, 깍두기에 몇십 년 절은 혓바닥이 버터, 치즈, 빵의 감미로운 맛에 둔감하다. 한마디로 맛이 없다. 억지로 넘기고 나면 이번에는 위장이 받아주지 않는다.

단체관광객을 모집하면 으레 세끼 중 한번이라도 한식이 있는지 묻는다. 아예 출발할 때 고추장 아니면 파김치 같은 밑반찬을 병에 담아 챙기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는 양식이건 화식이건 상관없이 매끼마다 식탁 위에 올려놓고 즐긴다. 그걸 보고 나면 한술 달라는 소리를 삼킬 수 있는 용기가 나지 않는다.

당장 혀에 군침이 돌고 목구멍이 뻣뻣해진다. 서양의 치즈나 피클도 발효식품이고 한국의 김치 깍두기도 발효식품인 것은 마찬가지. 문제는 냄새. 우리의 밑반찬은 거의 파, 마늘, 고춧가루 같이 냄새가 강한 양념을 쓴다. 냄새가 약한 서양식당에서는 주변의 공기를 압도해 버린다. 난처해지는 것은 호텔측이다. 옆 식탁의 코 큰 사람들이 이상한(?) 냄새에는 큰 코를 계속 벌렁거린다. 심한 사람은 비행기 안에서 뚜껑을 연다.

기후가 더운 지방으로 여행하면 유리병 속에서도 김치가 계속 발효한다. 비행기 내의 기압이 낮으니 뚜껑을 여는 순간 「퍽」하는 소리와 함께 김치 국물이 옆으로 튄다. 비닐주머니로 몇 겹씩 단속했더라도 비행기 안에서는 열지 말기를. 불가피 지참했을 때는 냉장고에 넣어 두어야 마땅한 일.

또 호텔식당에서 소주병을 슬그머니 올려놓는 사람이 있다. 반주 한잔 없이 어떻게 스테이크를 먹느냐고 하겠지만 이것도 큰 반칙이다. 주류를 파는 호텔이나 식당에 술병을 가져오는 것은 일단 옐로카드 감이다. 좀 심한 곳은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가 달라고 한다. 호주나 유럽처럼 「BYO(Bring Your Own Bottle의 준말) 표시가 있는 식당을 제외하고는 소주병을 지니고 가면 안 된다.

관광이란 이국의 정취와 풍물을 즐기며 피로해진 심신에 활력을 재충전하자는 것이다. 먹는 것도 그곳의 토속음식을 맛보고 그 사람들의 생활과 풍습도 경험해 보는 것이다. 한국적인 좀 유별난 것 같다. 단 하나 예외는 정력에 좋다면 소태 맛도 좋고 인사불성이 되어도 좋다.

우리나라를 찾아온 외국인을 보면 눈물을 흘리면서도 매운 김치를 먹어보고 또 양념이 짙은 불고기도 즐긴다. 가끔 물어온다. 한국사람은 매끼 이렇게 먹느냐고. 김치에 관한 한 그렇다고 대답해 준다.

프랑스 사람에게는 당신네 나라의 치즈 종류만큼이나 우리의 김치도 종류가 다양하다고. 그런데 부인을 동반한 남편이 『여보, 마늘 한쪽 먹어봐도 괜찮을까』하고 묻자 부인 왈 『좋을 대로 하세요』라고 응답, 그 남자는 선뜻 마늘을 집지 않는다. 저녁에 마늘을 먹겠다는 것은 따로 자겠다는 암시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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