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업협회(JATA)가 지난달 29일부터 4일 동안 도쿄 신다카나와 프린스호텔에서 주최한 제 9회 일본국제관광회의 및 관광교역전(JCIT)에는 80여 개 국에서 2천여 명의 관광관련인사들이 참가했다. 21세기에 각광받는 관광산업의 새로운 전략을 짜기 위해 「발상의 전환을 … 새로운 가치관의 창조를… 」라는 주제를 놓고 연일 열린 국제관광회의에는 새로운 관광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각 국의 인사들이 국제회의장을 꽉 메웠다.

이어폰을 끼고 경청하는 모습들이 진지해 보였다. 그러나 이번 회의의 주제를 다루는 둘째 날 이 본회의장에 얼굴을 내만 한국대표들은 대여섯 명 남짓했다. JATA에 참가비까지 지불하고 일본에 출장 온 50여명의 나머지 사람들은 회의 개막시간 9시까지도 호텔방에 머물러 있었는지 의심스러웠다.

그런가하면 이 국제관광회의 개막에 앞서 일본시장 판촉전략을 위한 담합회의 격인 지운태 한국관광공사사장의 첫날 조찬모임에도 우리대표자급들 대다수가 참석을 기피해 조찬세팅테이블에 포크와 나이프, 빈 접시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곳이 많았다.

이 조찬의 멤버급들인 여행사, 호텔에선 한명은 KATA 회장이 도쿄의 서울동방관광 방희동 소장과 함께 자리했고 오세중 세방 회장이 이상현 부사장, 오신희 이사와 그리고 정운상 서울항공회장, 설영기 대한여행사 사장 등 손가락을 꼽을 정도였으며 업계지 관계자, 주최측인 관광공사 직원들까지 합쳐도 20여명에 불과했다.

한국대표단 조찬회서 일본시장공략을 업계와 숙의하고 본격적인 상륙작전()을 시도하려 했던 관광공사의 지 사장은 크게 실망했다. 『94 한국방문의 해인 내년에는 일본관광객을 월평균 20만 명, 한해동안 2백40만 명을 유치목표로 세워놓고 있습니다. 업계와 관광공사가 힘을 합쳐 더욱 노력해 나갑시다…』

지 사장의 맥빠진 호소력은 천장과 벽에 부딪쳤을 뿐이다. 마지못해 업계대표로 인사말을 한 한명은 KATA 회장도 일본시장 석권을 위해서는 일본과 대등한 위치의 자리 굳힘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면서 『관광업계 모두가 힘을 합쳐 총력을 쏟아도 힘든 판에 여기까지 온 업계대표들이 이런 중요한 모임에도 참석치 않은 것은 유감스럽다』고 업계의 자성을 스스로 촉구하기도 했다.

이 조찬모임에 불참한 대다수 사람들은 연락을 받지 못해 나가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관광공사 측은 국내서도 사전에 알렸고 현지서는 도쿄에 주재하고 있는 사무소장을 모임에서도 주지시켰다고 했다. 여하튼 이 모임에 대해 더 이상 왈가왈부는 하고 싶지 않지만 JATA 국제관광회의를 지켜보는 동안 관광공사나 업계가 무엇을 얼마나 했느냐고 묻고 싶다.

한국관광의 주체자들은 밖에서도 손발이 안 맞아 「집나가서도 쪽박을 깨트리는 며느리」격이었다. 한달 밖에 남지 않은 우리의 큰 잔치, 94 한국방문의 해 행사를 목전에 두고 남의 잔치상만 기웃거리는 꼴들이 한심스러웠다.

관광공사는 나름대로 한국관 부스를 운영하고 일본기자들을 불러 내년 행사의 설명회, 서울에서 열리는 43차 PATA 총회 설명 모임 등을 갖기는 했지만 JATA 회의에 참석한 2천여 명의 세계관광인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을 수 있는 오찬모임이나 디너파티를 기획하지 않은 것은 얼마 남지 않은 한국방문의 해를 막바지에 홍보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를 놓쳐 버린 것 같다.

하와이나 중국 등이 기획한 이벤트도 우리는 마련하지 못해 못내 아쉬웠기 때문이다. 또한 관광공사가 마련해 놓은 상품판매 상담실에도 우리업자들 마저 자리를 함께 하고 있지 않아 외국바이어들의 발길이 뜸해 이틀만에 폐쇄해버린 망신살을 낳기도 했다. 해외에서 열리는 PATA나 ASTA 총회 때마다 떠날 때는 대표단 결단식을 갖는 등 거창한 겉치레를 우리네는 늘 해왔다.

그리고 떠나와서는 구심체 없이 각각이 헤멘다. 물론 이번 JATA 총회 참가는 대표단 결단식 같은 것도 없었지만 우리 관광산업이 일본시장에 사활을 걸고 내년의 한국방문의 해 행사를 슬기롭게 치러, 관광수입 1백억 달러 전초기지로 삼으로 했다면 우리 대표단들은 전장터에서 보병역할을 충분히 하면서 한국을 알리는데 총력을 쏟았어야 했을 것이다. 관광공사의 함포사격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치더라도. <김병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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