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의 정의에 대한 주장이 다채롭다. 정부는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 하고, 기업은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의해, 학자들은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들'... 이렇듯 용어의 개념을 놓고 한마디씩 한다. 저마다 자기분야를 주장하는 것을 보면 국제화의 필요성은 어느 곳에서나 다 절실한 모양. 그런데 고쳐야 할 대상에 대한 의견에는 별 차이가 없어 큰 다행인 듯하다.

용어의 정의가 중요하다는 말에 이의를 제기하자는 것은 아니나 우리 주변 어느 한군데 국제화에 모범이 될 만 한 곳이 없는 것 같으니 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의를 내린다는 것이 어디 쉬운 노릇이랴. 세계적으로 국제화가 가장 먼저 이루어진 것은 '국제민간 항공'분야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1944년 '시카고회의'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를 탄생시키고, 우선 국제항공의 '안전하고 질서 있는 발달'을 도모하기 위해 이른바 '국제표준 및 권고방식'을 채택했다. 그후 과학기술의 진보와 안전운항의 요구에 발 맞춰 계속 발전시켜오고 있으며 우리 나라의 '항공법' 제 1장 제 1조도 이를 준거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만약 국제항공에서 표준화된 절차와 방식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프랑스제 A300동체에 영국제 '롤스로이스 엔진'을 장착하고 미연방항공청이 발급한 면허를 소지한 한국인 조종사가 30내지 40개 국적의 승객을 태우고 서울을 출발하며 마닐라공항에 일본제 레이더 기기로 필리핀 관제사의 지시를 받으며 착륙할 때, 제품을 생산한 나라는 자기기준을 주장하고 면장도 자기나라 것이라야 하고 관제용어도 자국어를 고집한다면 비행기는 어디로 가야할 것인가.

1945년에 설립된 '국제항공운공협회(IATA)는 전세계를 커버하는 항공요금체계를 개발하고 그에 따른 규칙을 마련해 오고 있다. 만약에 저마다 자기의 요금과 화폐 또는 항공권 발권방식을 요구한다면 국제항공여행은 불가능 해진다. 세계의 어느 항공사나 ICAD와 IATA의 신세를 톡톡히 지고 있는 것은 이들의 규칙을 지켜준 대가이다. 또 국제선 항공편에는 별의 별 승객이 다 있다.

우선 먹는 것만 해도 그렇다. 쇠고기 안먹는 사람(인도), 돼지고기 안먹는 사람(중동), 채식주의자, 당뇨환자식, 저지방, 저칼로리, 유아식... 이런 갖가지 식성을 다 맞추어 줄 수 있을 때 그 항공사의 기내식서비스는 국제화되었다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국제화란 상이한 관습이나 요구가지도 포용하는 것만 내세우고, 남의 것은 무시하고, 까다로운 규칙은 슬적 넘어가려고 하면 결과는 국제화사회에서 고립되는 것이다. 규칙을 영어로는RULE, 같은 어간으로 RULE는 '자'가 된다.

필자가 오래전 모항공사에 근무할 때 항공정비들이 근무할 때 항공기정비사들이 해외에서 교육을 받으러 가는 사증을 신청한 적이 있다. 당시에 우리나라는 여권발급절차가 복잡하여 교육개시 하루전에야 여권을 받았다. 최소 24시간전에 사증발급신청을 해야하는 관례를 알고 있었지만 사정이 다급했다. 염치불구 그 나라 영사관을 찾아 사정을 하였더니 담당영사가 ""You ask me to bend my ruler""라고 하던 생각이 난다.

자가 휘어지면 자 노릇을 못하는 것. 국제화란 국제적으로 통용/준수되고 있는 규칙을 지키는 것이 국제화의 첫걸음이고 그다음 이런 규칙을 지킬 수 있도록 미흡한 제도, 법률, 관행, 심지어는 사고와 행동까지 고쳐서 우리자신의 역량을 재조직하는 것이 2단계, 마지막 단계는 우리가 개발한 기술이나 표준이 국제적인 지표가 되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한다. '골프룰을 안지키면 프로생명은 끝'이란 말에는 모두가 동의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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