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가장 큰 산업은 '여행·관광'이라고 한다. WTTO(World Travel & Tourism Council - 세계여행·관광회의)의 자료에 의하면 '여행·관광' 산업의 92년도 총생산은 미화 3조5천억달러로 전세계의 농업생산 보다도 크고 자동차나 철강산업보다 더 크다고 한다.

고용인구도 1억2천7백만명으로 매 15명의 근로자중 한사람은 관광분야에 종사하며, 소비자의 지출에도 12.9%를 차지하여 식비 다음으로 가장 높은 지출항목이 되고, 연간 4천2백20억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발시켜 전세계 자본투자의 7.2%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연간성장률이 세계평균으로 20%를 웃돌고 있다는 것이다. '굴뚝없는 공장'이란 말이 실감난다.

금년엔 우리도 '한국방문의 해'를 맞이하여 여행·관광산업이 '사치소비성' 업종이란 누명을 벗게 되고 지난 달에는 업계대표들이 청와대에서 김영삼대통령을 뵙고 큰 격려까지 받았으니, 이제 팔 좀 걷어 부치고 소임을 다해야 할 때가 온 것같다. 안팎으로는 '우루과이 라운드'니 '국제화'니 하는 큰 파도가 밀려오니, 우리의 관광정책도 파도타기를 배워야 하겠다.

고집스럽게 '관광수지 흑자'만이 관광정책의 제일목표요, 그것도 어떻게하면 관광지출을 줄이느냐, 좀더 원색적으로 어떻게 하면 내국인의 해외여행 열기에 찬물을 끼어 얹느냐만 생각해 온 것 같다. 남의 집은 찾아가지 않고 우리집에만 놀러 오라고 떼를 쓴다. 사고의 전환부터 있어야겠다.

오는 3월말부터 중국여행이 자유화되면 금년에는 관광수지가 겨우 균형을 이루리라던 기대가 깨어진다고 벌써부터 걱정이 타산같다. 연간 8만명이 1인당 여행경비로 미화 2천달러를 쓰면 1억6천만달러가 깨진다고…. 우리는 연간 8만명의 외국관광객을 더 유치하는데 힘쓴적이 있는가 묻고 싶어진다. 호텔, 교통 등 각종 관광하부구조에 대한 투자가 소홀했으니 비사고, 불편하고, 불친절한 곳에 볼거리가 있어봤자 선뜻 찾아 올 리가 있으랴. 그나마 한국을 '목적지'로 적극적인 홍보 한번 못해 본 것 같으니.

새삼 말할 필요도 없이 관광은 금융, 증권, 보험, 교통, 통신, 영화, 광고업과 같이 서비스산업에 속한다. 'UR'의 서비스시장 개방은 바로 이분야이다. 관광자원 자체는 이동성이 없어 설악산이나 제주도가 농산물처럼 국경을 넘지 않으니, 'UR'과는 관계 없다고 생각되겠지만 서비스산업과 관련한 'UR'의 가장 큰 이슈는 '시장진입장벽-Market Entry Barrier'의 철폐이다.

내국시장을 개방하여 시장진입장벽을 낮추는데는 두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외국의 큰 관광업체가 한국에 지사를 설치하여 내국관광업체와 꼭같은 대접을 받도록 해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관광객에게 선진국 수준의 편리함과 환대를 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홍콩처럼 상대국의 GNP수준에 따라 무사증 체재일수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거나 EC국가처럼 입출국절차(ICO는 이를 FACILITATION이라 함)를 대폭 간소화 한다든지 하여 편리하고 제도적으로 친절한 조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결국 관광분야의 '국제화'란 마케팅이다.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이윤을 얻는 것이다.

'굴뚝 없는 공장'이란 비유에서 공장의 역할이 무엇인가?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순수관광객이 사증 얻기가 힘들거나 공항의 입국절차가 판문점통과 보다 더 삼엄하고, 택시잡기가 하늘에 별따기, 호텔방 구하기 힘들고, 민속촌 한번 다녀 오려면 하루를 길에서 허비해야 하는 관광상품이 소비자에게 매력이 있겠는지. 멀리 볼 것 없다. 금강산이 빼어난 것은 삼척동자도 알지만 그림의 떡인 이유는 접근이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대만의 인구가 2천만명을 조금 넘지만 중국본토를 다녀온 사람이 한해에 2백만명이 있다. 접근이 허용된 때문이다. 금년에 중국에 8만명이 여행할 것이라고, 접근방법이 생기기 때문이다. 호텔, 항공기 좌석, 관광·휴양시설등에 우선 접근이 용이하냐 하는 것이다.

항공사들이 가지고 있는 대형 전산예약시스템(CRS)이 예약/발권 기능에서 마케팅 기능으로 변신한지 오래이다. 대형 CRS가 제공하는 여행관광정보는 세계의 구석구석을 커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관광정보가 외국의 대형 CRS의 데이터베이스에 몇줄이나 실려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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