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는 국제화의 상위개념인가. 항공사간의 동맹이 세계화 전략의 일환으로 지대한 관심을 끌고 있다. 자기에게 부족한 자원을 상대방이 가지고 있을 서로 보완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은 업계의 오래된 관행이다. 이러한 노력이 동맹이란 형식으로 구체화하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후반부터였으나, 그때만 해도 동맹은 서로 간에 소모적인 경쟁을 지양하고 사이좋게 지상을 나눠먹자는 방어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91년 걸프전 이후 세계적인 여행경기침체와 계속 늘어만 가는 항공기의 빈 좌석 때문에 동맹은 공격적인 것으로 변모해 버렸다. 창사이래 최대의 경영위기를 맞았던 노스웨스트항공은 KLM 네덜란드항공에게 20%의 지분을 팔고 동맹관계를 맺었으며, 미국의 유에스에어에 자본 투자로 동맹을 맺었다.

또 유나이티드항공과 독일의 루프트한자는 미국과 독일간에 코드쉐어링을 통한 동맹관계를 맺었다. 동맹은 주로 공동마케팅, 지분투자, 코드쉐어링 등의 형태로 나타났다. 지난 연말 세계항공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사건 하나 이른바 「알카자」이라는 이름의 범 유럽동맹이 탄생할 뻔한 것이었다.

유럽의 KLM, SAS, 스위스항공 그리고 오스트리아항공, 이들 4개항공사가 난공불락의 알카자 성처럼 요새를 구축하여 유럽의 3감인 브리티시항공, 루프트한자, 에어프랑스 이어 유럽 4위의 항공군단을 만들어 미국과 아시아지역에서 효과적으로 경쟁한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영세중립국인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는 통합 유럽시장권 밖에 있게 되므로 국제선의 사활이 걸린 모험이었다.

전 세계의 항공업계는 숨을 죽이고 이들을 지쳐보고 있었다. 저마다 전통을 자랑하는 4개항공사가 6개의 정부와 12개가 넘는 노조를 어떻게 설득하여 인류최초로 다자가 공유하고 운영하는 단일항공사를 만드느냐 하는 것은 흥미진진한 사건이었다. 이들 4개 항공사는 「알카자」를 탄생시키기 위하여 10개월 동안 안간힘을 다했지만 결과는 허망했다.

그러나 던진 교훈은 컸다. 막바지에 쟁점은 「알카자」가 미국시장에서 효과적으로 경쟁사기 위해서는 미국적 항공사 하나를 영입해야만 하는데 누구로 할 것 이냐였다. KLM은 자기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NWA를 밀었고 8년 전부터 「질동맹」을 맺고 잇는 나머지 3개 사는 델타항공을 고집했다. 양측은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SAS의 사장 직까지 버리고 통합을 위하여 전력투구했던 잰카존씨는 일자리만 잃게 됐다.

동맹은 모두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도 애초에 기대했던 것 만 큰 힘을 발휘하는 것도 아니다. United와 Lufthansa의 코드쉐어링도 미국정부의 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이고, BA와 USAir도 영,미간에 항공협정이 근본적으로 개정될 때까지는 동맹이란 2인3각 경기에서처럼 파트너를 잘 골라야 하는 모양이다. 신장, 나이, 힘, 그리고 체질도 비슷한 상대끼리 만나야 한다.

상대가 너무 커도 곤란하고, 기운이 넘쳐도 곤란하다. 외견상 비슷한 상대를 만나도 정신상태가 문제가 된다. 기업에서 정신상태란 기업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데 예를 들어 영.미의 항공사들은 자유방임 시장경제에서 뼈가 굵어 경쟁력이 강하고 기회 포착에 과감하다. 반면에 국수주의적 보호주의 풍토에서 자란 국영 또는 반관반민의 항공사들은 정부의 지원에만 매달리고 공익성을 앞세워 부실경영의 책임을 변명하기 바쁘다.

동맹이 세계화의전략이던 세계화가 국제화의 상위개념이던 결국 동맹의 목적은 국제경쟁력을 갖추자는 것이고 동맹의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함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며, 그 최소한의 경쟁력이 합쳐서 공동상승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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