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시즌 문턱에 들어서자 여행사들의 전면광고가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웬만한 항공사들 마저도 주저하는 巨砲로 火網을 구성하고 이른바 블릿츠 크리그(Bliz Krieg) ""2차대전때 독일군이 사용한 것으로 대량폭격과 포격에 기계화부대를 앞세워 스피드를 주축으로 하는 일명 번개작전과 같은 전쟁수행 방법"" 같이 시장을 공략한다.

광고는 양적으로만 성장한 것이 아니라 기법도 다양해져서 일용품 광고처럼 소비자에게 상품정보를 직접 전달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추억이니 낭만이니 하는 진부한 표현을 과감히 팽개치고는 초점을 상품에 맞춰 라면처럼 규격화 시켜 나열하고 가격을 표시한다. 할인가를 퍼센트로 표시하던 낡은 수법대신 기존가격을 가위표로 그어버리고 할인한 가격을 표시했다. 이것도 일용품의 가격할인판매 방법과 같은 것으로 소비자들이 이미 친숙해져 있는 방식을 도입했다.

그리고 이름이 비슷한 회사나 자회사끼리 전면을 공동게재하거나 연면으로 게재하여 광고효과의 상승작용(Synergy Effect)까지 노린다. 광고에 사운을 걸고 소비자 시장에 정면으로 직격탄을 퍼붓는 모양이다. 불과 2, 3년전만 하더라도 여행사의 매출규모가 일간지에 전면광고를 지탱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것이 작년부터 사정이 사뭇 달라지고 있다.

관광공사의 통계를 보면 93년에 비해 작년에 한국인의 해외여행객 숫자는 30%이상 늘어났다. 93년대에 들어서서 최대의 성장률을 기록한 셈이다. 국내외 소비시장 가운데 연간 30% 성장을 기록한 업종이 달리 또 있는지, 이런 기록적 호황국면에 들어선 여행시장에 기업가적 판단력과 뱃심을 가진 업주라면 이른바 「사자의 몫(Lion's share)」을 차지하기 위한 승부수를 한번 던져 봄직하다.

반면에 전면광고 한번 시원하게 두드리기도 힘든 여행사들은 시장방어전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손쉬운 방법으로 비용을 줄여서 원가를 낮추고 때로는 용감하게 가격경쟁에 맞서기도 한다. 변변한 광고지원도 없이 모객전선에 내몰린 세일즈맨들은 포격을 맞지 않은 곳을 찾느라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뛴다. 누가 누구를 탓할 수 없는 치열한 공방전이 매일 올라가는 수은주의 눈금을 따라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자유시장경제하에서 경쟁은 생존자체를 의미한다. 그래서 광고전은 「To be or not to be(죽느냐 사느냐)」를 건 한판의 승부처럼 보인다. 단 모두가 한번은 생각해 볼만한 것은 시장점유율과 수익성은 함수관계가 없다는 점이다. 누군가 시장을 독점하게 되면 사정이 달라지겠지만 자유경쟁체제에서 독점이 허용될 리 없으니 수익성은 불변의 과제로 남게될 것이다.

여행사들의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비명이 높다. 그런데 「얕은 물에서는 새우가 고래보다 유리하다」는 서양의 격언이 있다. 전면광고로 맞설 수 없는 경우에 컨틴젼시 플랜(Contingency Plan)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사전적 정의는 「발생할 수 있으나 그럴 것 같지는 않은 가능성에 대비하는 계획」을 말한다. 설마에 대비하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설마가 사람죽인다」고 경고한다.

월남전때 쏟아지는 미군의 포격을 피해 달아나는 월맹군이 택한 「컨틴젼시 플랜」은 무조건 도망을 가는 것 보다는 이미 포탄이 떨어져 패인 웅덩이로 뛰어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하면 생존할 확률이 더 높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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