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도 길 따라 날아다닌다. 서울에서 로스앤젤리스까지 직선으로 비행하는 것이 아니라 김포에서 강릉을 거쳐 일본의 북해도 쪽으로 올라가 캄차카반도를 지나 알라스카의 앵커리지 남단을 경유, 북미대륙의 서해안을 끼고 비행하는 이른바 큰 반원(Great Circle)을 그린다. 이렇게 비행하는 것은 거울에서 로스앤젤리스까지 직선으로 비행하는 것보다 거리가 훨씬 짧다.

지구는 공모양으로 생겨 지름이 가장 큰 중간보다는 윗 부분이나 아랫부분의 횡단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항공로를 항상 지름길만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항공로란 말은 1910년대 초기의 항공기가 주간에는 강, 호수, 교회의 종탑, 학교, 산봉우리와 같은 지형지물을 목표로 삼아 비행하고 야간에는 군데군데 피워놓은 횃불을 따라 비행을 했는데 이 길을 항공로라고 부른데서 유래한다.

그 후에 무선탑에서 발신하는 「삑 삑」라디오 신호음을 따라 비행했고 이 무선탑이 지금은 항로무선 표지소(VOR)로 바뀌어 전파를 발사하여 하늘의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 197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장거리 노선에는 항법사가 탑승하여 배에서 사용하던 육분위라는 관측기구로 비행기의 위치를 측정했다. 그 후 관성방법장치(INS)를 발명해 항로를 기억시켜 놓으면 비행기가 자동으로 길을 따라 날고 조종사는 중간중간에 위치를 확인해 보기만 하면 된다.

이제 몇년후면 모든 항공기는 인공위성을 통해 항로관제를 받게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항공로는 모든 육지를 옆에 끼고 있다. 이유는 항공기에 갑작스런 이상상태가 발생했을 때 비상착륙을 할 수 있는 비행장이 있는 곳과 가까이 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엔진을 2개만 장착한 항공기가 한쪽엔진에 고장이 생겨 나머지 하나로만 비행해야 하는 경우에는 2시간을 지탱할 수 있어야 대양횡단 비행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외신에 의하면 보잉사가 개발한 B777기는 2개의 엔진으로도 3백명이상이 탑승한채 8천5백㎞를 비행할 수 있는 혁신적인 과학기술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미국 연방항공청은 B777기종에 대하여 3시간 해상비행능력을 인정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대서양횡단항로에는 2시간 이상 해상비행을 해야할 정도로 육지의 대체 비행장이 멀리 떨어진 곳이 없으나 미국서부에서 하와이까지는 만약 바다 한중간에서 엔진 하나가 고장나면 어느 쪽으로 가든 2시간을 넘는 거리의 중간지점이 있다.

따라서 쌍발 젯트 엔진의 여객기가 태평양횡단노선에 취항하려면 싱글 엔진으로 3시간의 해상비행능력을 필수조건이 되는 것이다. 얼마 전 우리 국적항공사가 중국 영공을 통과해 유럽을 잇는 항공로를 개설했다. 이와 같이 육지 위로만 비행하는 경우는 공해상의 상공을 비행하는 기술적 요소와는 달리 상대국이 영공을 열어주는 정치적 상업적 이해와 관련된다.

그래서 항공로를 새로이 개척하러나 단축하는데는 과학기술과 정치, 외교, 경제적 역량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항공로가 단축되면 그로 인한 이득은 푸짐하다. 우선 비행시간이 짧아지니 운항비가 절감되고 항공기의 가동률이 높아지며 승무원들의 근무도 덜게되고 승객들은 목적지에 더 빨리 도착할 수 있고.

세계의 대부분 간선항로는 이미 포화상태이다. 비행하는 항공기간에는 전후 16마일(약 25㎞)상하로 1천피트(약 3백m)의 안전거리를 유지시켜 주어야 한다. 가끔 하늘을 쳐다보다. 저위에도 서울도심의 도로와 같이 복잡한 항로가 엉켜 있고 수용능력이 부족해 항공기의 출발간격을 얻지 못하여 김포공항에서 엔진을 공회전시키는 항공기가 줄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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