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유럽의 우울한 하늘을 배경으로 감상하는 네덜란드의 도시 풍경은 그야말로 ‘독특하다’. 정면의 폭이 좁고 앞뒤로 긴 형태로 서로에게 어깨를 기대며 서 있는 네덜란드 건물들은, 바다보다 낮은 땅, 약한 지반 등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며 살아온 네덜란드 사람들, 그 자체다.

안네 가족들이 나치의 박해를 피해 24개월간 숨어살았다는 집. 회전식 책장을 통해 들어가는 독특한 건축양식을 가진 이 건물은 이곳은 현재는 개조되어 그녀를 기리고 나치의 만행을 고발하는 작은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다.

네덜란드의 옛 건축물들이 앞쪽의 폭이 매우 좁고, 건물과 건물 사이에 아무런 빈틈없이 서로 붙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집의 폭에 비례해 세금을 책정하는 정책 때문이었다. 어쩌면 ‘눈가리고 아웅하기’처럼 허술한 눈가림이지만, 그 만큼 정부가 융통성을 발휘했던 것은 아닐까?

최초의 공창(公娼) 건설, 동성간의 혼인과 자녀 양육 합법화, 그리고 마약에 대한 느슨한 단속. 우리의 가치관으로는 이해하기도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이런 모습들도, 네덜란드에서는 규제와 처벌만이 왕도가 아니라는 융통성 있는 정책과, 그 근본정신이 되는 인간 존엄 사상이 살아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지난 세기에 네덜란드의 특이한 건축양식과 인간존중이 합작으로 내 놓은 걸작품이 하나 있다면 전 세계인의 필독서인 ‘안네의 일기’를 들 수 있다. 안네 프랑크와 그녀의 가족들은 나치스의 박해를 피해 당시에는 안전지대였던 네덜란드로 넘어왔지만 곧 탄압이 시작됐고 1942부터 44년까지 24개월 동안이나 그 독특한 건축양식의 이점을 살려 비밀 공간에 숨어 살 수 있었다.

집 앞쪽은 평범한 사무실이지만 회전식 책장을 통해 들어가는 뒤쪽의 공간에는 안네와 그녀의 부모와 언니, 그리고 다른 4명의 유대인 가족이 이웃의 의심을 피해 살았다. 안네는 결국 나치에게 발각되어 유태인 수용소에서 해방되기 두 달전에 전염병으로 사망했다. 히틀러가 정권을 잡은 1933년부터 무조건 항복한 45년까지 12년 동안 나치 독일이 유럽 각지에서 학살한 유태인은 600만명으로 추정되며 그 가운데 150만명이 어린이였다고 한다.

지금 이집은 개조되어 아래층이 작은 박물관으로 꾸며졌다. 나치 통치하의 고통스러웠던 시절들에 대한 관련 자료들과 당시의 반유태주의, 나치즘, 파시즘의 흐름을 모니터해 전시하고 있다. 1층에는 각국어로 번역된 ‘안네의 일기’가 진열되어 있는데, 거기에는 한국어 번역서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안네와 그 가족들이 은신하였던 다락방에 올라가면 맹목적인 나치즘의 이데올로기와 상식을 뛰어넘는 민족주의의 희생타로 전쟁동안 내내 죽음의 두려움에 떨어야 했던 안네의 절절한 목소리가 그녀의 책상과 침대에 배어있는 듯 하다. 관람시간은 4월∼8월 오전9시~오후9시, 9월∼3월 오전9시~오후7시

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 24시간 잠들지 않는 ‘도시’
공항을 ‘투어’한다는 말에 우리의 공항을 떠올리며 고개를 갸우뚱한 것은 무지의 소산이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키폴 공항(Amsterdam Airport Schipol)은, 단순히 하나의 공항이 아니라 ‘도시’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항공편의 뿐 아니라 의식주의 기본과 비즈니스, 엔터테인먼트까지 거의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다.

근무하는 직원만 5만명이라니, 그것만으로도 이미 작은 도시의 인구수를 훌쩍 넘어선다. 그래서 그 스키폴은 네덜란드에서 가장 최근에 건설된 하나의 도시, ‘에어포트시티(Airportcity)’라고 불린다. 매일 수십만에 이르는 여행객들은 이 도시의 유동인구다. 한 해에 3,700만명에 이르는 승객들이 오는 길, 가는 길은 물론이고 지나가는 길에 ‘스키폴’이라는 도시를 들른다.

사방 200Km안에서만 따져도 3,300만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고, 이 곳에서 50개의 유럽 항공사들이 120편의 정기항공편을 운항하고 있으니, 일주일에 3,000회 이상의 운항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유럽의 경제를 부양하는데 있어서 스키폴은 일등공신이지만 ‘유럽의 허브공항’이 그들의 목적은 아니다. 전세계 100여곳의 도시로 취항하는 주 500편 이상의 비행기를 띄우고 있다.

무엇이 이 많은 항공사들이 앞다투어 스키폴을 사용하게 만드는지에 자세히 알 수 없다. 그러나 단언할 수 있는 사실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스키폴’은 다시 찾고 싶은 공항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공항 전체가 ‘한 개의 터미널’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동 거리도 짧고, 복잡하지 않다.

또한 연결편을 기다리는 시간은 절대로 지루하지 않다. 한국에서처럼 ‘쇼핑’과 ‘의자에 앉아 TV 보기’ 중 택일을 해야하는 난처함은 없다. ‘feel at home’이 스키폴이 추구하는 것이라면, 이미 그 정도의 선은 이미 넘어섰다고 할 수 있다. 쾌적한 사우나 시설, 다양한 레스토랑, 공항내에 자리잡은 호텔 등 먹고, 자고, 씻는 생존의 기본은 언급할 필요도 없다.

부모들을 위한 어린이 놀이방, 누구의 방해도 없이 명상이나 기도를 할 수 있는 공간,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 카페, 마사지 서비스, 입장료가 없는 카지노 등 없는 시설이 없다. 시설도 만점이지만 공항에서 주관하는 암스테르담 투어는 아이디어와 서비스의 승리다. 한시간이든 하루 종일이든, 고객이 원하는 시간과 코스에 따라 시내관광이 가능하다.

서비스가 이 지경(?)에 이르면 24시간 해가 지지 않는 도시, 스키폴에서의 시간은 아쉽기만 하다. 게다가 쇼핑센터들은 얼마나 이쁘게 꾸며져 있는지. 스키폴 공항청사의 로비에서는 통유리창을 통해 활주로에서 뜨고 내리는 비행기들을 가깝고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로비의 인테리어는 ‘바다보다 낮은 땅’이라는 네덜란드 국토의 특성을 담아 바다를 컨셉으로 꾸몄다.

천장에는 고기들이 날아다니고, 배를 연상시키는 2층 테라스와 해초가 넘실거리는 모양의 의자들, 그리고 야자수가 늘어진 해변의 분위기로 꾸민 레스토랑. 이런 감각적인 디자인들은 보는 즐거움을 더하다. 공항 자체가 하나의 인기 목적지가 된다는 것은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각 대륙에서 날아온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스키폴을 최고의 공항이라고 극찬한다.

그러나 고객의 마음은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인지 스키폴의 업그레이드는 멈출 줄을 모른다. 올해내로 2개의 피어(Pier)가 증설되면 110개 이상의 게이트가 늘어난다. 2003년에는 서쪽 터미널이 새로 들어서고, 2005년에는 브리셀과 파리로 연결되는 고속열차가 입주한다.
항구도시인 암스테르담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 그리고 불과 1시간 거리에 로테르담 등의 인구가 많은 대형 도시를 이웃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유럽의 허브공항으로 손꼽히고 있다는 점 등. 3월말에 오픈 할 인천신공항과 언급한 스키폴의 유사점들은 새삼 신공항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드러날지에 대한 궁금증을 더한다. 협찬=KLM 네덜란드항공 02-735-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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