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를 타고 교외를 달리다 보면 통일동산을 만날 수 있다. 여기에 인간과 문화예술, 자연이 하나로 숨쉬는 대안마을 ‘헤이리 아트밸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헤이리’는 파주지역의 전통농요 ‘헤이리소리’에서 따온 것으로, 95년부터 추진해온 문화예술마을 ‘서화촌’의 새이름이다. 헤이리 아트밸리는 지난해 토목공사에 착수했고 올 봄부터는 건물을 짓기 시작한다.

헤이리 아트밸리에 주목하는 이유는 다름아닌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출판·문화계인사 200여명이 참여하는 자연과 문화를 소통하는 대안운동이자 자발적 공동체 실험이다. 문화예술인의 창작공간이자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이 경연하고 협업하는 문화예술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도시설계 또한 기존의 도시개념을 완전히 벗어나 문화예술의 메시지를 담되, 생태계가 살아 숨쉬는 마을을 지향한 것이 특징이다. 원래 있던 산지와 늪지, 자연수로, 소로 등을 모두 살리고 마을 전체를 자연녹지로 연결해 숲속의 마을이 되도록 했다.

여기에다 국내외 최고의 건축가들이 건축설계에 참여, 헤이리에 들어설 하나 하나의 건축물들을 개성을 갖추면서도 일정한 메시지를 가지는 예술작품으로 만들어 마을 전체가 건축박물관이 되게 한다는 계획이다. 헤이리 공동체의 핵심은 역시 헤이리에 들어설 각종 문화예술시설의 내용과 여기서 열릴 다양한 이벤트들이다. 아트밸리의 예술성과 공공성을 고양할 전문 박물관만 20여개가 유치됐으며, 미술관, 기념관만도 각각 10개가 넘는다.

여기다 갤러리, 공방, 서점, 아틀리에, 스튜디오가 들어서고 크고 작은 음악홀, 연극관, 영화관 등이 세워진다. 여기서 매년 헤이리페스티벌을 열어 국제조각심포지엄, 컬트영화제, 세계고서전, 동아시아연극제, 세계재즈페스티벌, 도예전 등의 다채로운 이벤트를 펼칠 계획이다. 이외에도 시인학교, 뮤지컬학교, 담그기축제 등의 계절이벤트와 작은 음악회, 단편·독립·실험영화 감상회, 앤틱벼룩시장, 고서벼룩시장 등의 정기 이벤트를 개최한다.

헤이리가 어떤 모습으로 완성되건 중요하지 않다. 그 결과보다는 변화를 이끌기 위한 노력이 이미 시작되었으며 앞으로 만들어질 도시와 관광지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경기도 고양시 일원에 30만평 규모의 관광숙박문화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최근 관광객은 크게 늘어나는데 반해 숙박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왜 또다시 거대 숙박단지인가? 숙박단지로 명명한 기본개념과 철학의 빈곤함은 논외로 하더라도 최소한 실패한 관광단지에 대한 반성은 있어야 한다. 지난 20년간 경주보문단지, 제주중문단지를 비롯해 9개나 되는 관광단지를 추진했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운영되는 것이 없다.

이제 어떤 매력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일 것이며,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어떤 즐거움과 감동을 전할 것인가? 차별화된 체험을 어떻게 전하고 다시 찾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관광객들은 매일 매일 새로운 매력이 넘쳐나는 활기찬 커뮤니티를 기대한다. 호텔촌이나 여관촌이 아닌 것이다. 또 하나의 중문관광단지, 유성이나 수안보가 탄생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귤화위지(橘化爲枳)라 했다. 토양이 맞지 않는 곳에 무조건 옮겨 심는다고 귤이 열릴리 없다. 잠을 잘 수밖에 없는 매력을 만들면 숙박시설은 저절로 갖추어 진다. 헤이리 아트밸리에서 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삼성경제연구소 정책연구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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