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 칼럼] 바퀴 위에서 본 다른 세상
[이태희 칼럼] 바퀴 위에서 본 다른 세상
  • 여행신문
  • 승인 2000.07.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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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전에 들렀던 밴쿠버. 그 도시를 떠올릴 때 생각나는 것은 스탠리 공원이나 웅장한 모습의 팬 퍼시픽 호텔이 아니다. 이국적인 차이나 타운이나 그랜블 스트리트의 패션부티크도 아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남는 기억은 이상하게도 지하와 지상을 오가며 승객들을 실어 나르던 경전철이었다. 밴쿠버 도심은 물론 도시 근교에 이르기까지 어떤 구간은 지하철로, 어떤 구간은 지상으로 연결하던 모노레일.

그 안에서 바라본, 있는 그대로의 밴쿠버의 친근한 바깥 경치는 아주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고 살아남아 있다. 모노레일하니 시애틀도 떠오른다. 시애틀 도심과 시애틀의 남산 타워 격인 스페이스 니들을 연결하며 운전자 없이 앞 뒤 양방향으로 달려가던 그 경전철의 승차경험이 쾌적함과 신기함으로 남아있다. 북미지역이 이런 하이테크 교통수단으로 대변된다면 유럽은 마차가 지나다니는 고풍스런 길로 다가온다. 스위스의 인터라켄이나 브란덴 빌트의 깨끗하고 아담한 거리를 지나다니던 우람한 네 마리의 말이 끌던 마차들.

짤즈부르그의 성당 앞에서 나란히 옆으로 줄서 관광객들을 기다리던 마차 마부들의 무표정한 얼굴도 떠오른다. 한 겨울에 찾아간 오스트리아의 제펠트. 그 동화 속 마을 같은 휴양도시 주변 숲 속 길을 마차를 타고 달려보았다. 때마침 함박눈이 내렸다. 그때의 눈 내리던 숲의 풍경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는다. “말은 마구에 달린 방울을 한번 흔든다. 그 외에 나는 것은 느슨한 바람 따라 눈송이 쓸리는 소리…” 프로스트의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라는 시를 떠올리게 했던 숲길과 눈과 마차였었다.

파리하면 베르사이유 궁의 숲, 그 녹음 짙은 나뭇길을 따라 자전거를 탔던 낭만적인 추억이 떠오른다. 이거야말로 진정한 여행이 아닌가 싶은 기억을 주는, 주변 분위기와 행동이 자연스레 연출되는 곳이 관광으로 잘 나가는 도시나 나라들의 특징이 아니겠는가. 큰 섬에서 다시 작은 섬으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인도네시아의 아주 작은 섬도 기억난다. 그 섬에서 엔진으로 회전되는 바퀴가 달린 자동차 종류는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말이 끄는 마차가 섬의 택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동남아시아의 경우, 말이 끄는 마차라는 점은 같으나 유럽과는 이미 다른 분위기다. 말도 다르고 마부도 다르다. 왜소한 체격에 검게 탄 마부. 달리는 도중, 말의 분뇨 배설을 해결하기 위해 말 엉덩이 부분에 걸쳐놓은 분뇨 통. 그래도 모두 인간적으로만 느껴지는 삶의 한 부분이다. 태국이나 인도네시아와 같이 동남아시아 쪽에는 대부분 뚝뚝이라고 불리는 간이 택시들이 차선도 분명하지 않은 시내 길을 마차와 함께 돌아다닌다.

런던은 걸어 들어갈 수 있는 넉넉한 공간의 블랙 캡 택시와 빨간 색의 런던버스가 도시의 상징처럼 도시의 구석구석을 다닌다. 그렇다면 한국이나 서울의 경험을 색다르게 만들 수 있는 우리 고유의 교통편은 과연 무엇인가 생각해볼 때가 되었다. 교통수단도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는 적극적인 마인드가 필요한 것이다.

경희대 관광학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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