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여행 상품의 질을 따져보는 논쟁이 한참동안 뜨거웠다. 현지 옵션비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저가 해외여행 상품을 지양하자는 업계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가고 있다. 해외여행객의 소비 마인드도 변화해 더이상 외국 나들이 자체에만 의미를 두지 않으려 한다. 정-반-합의 과정을 통해 발전하고 있는 우리나라 해외여행 문화의 단면을 보고 있는 것 같아 흐뭇하다.

그러나 국내여행은 어떠한가. 매년 휴가철 저녁 뉴스의 카메라 고발시 간에 단골 메뉴로 나오는 것은 피서지 바가지 상흔과 계곡을 뒤덮은 쓰레기의 난상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없어 국내로 여름 휴가를 떠나듯이 얼마전 H씨도 가족의 성화에 못 이기는 척 강원도로 피서를 나섰다. 그런데 시작부터 꼬이는 거다.

차를 끌고 나가자니 더욱 고생이 될 것 같아 예매해 놓은 관광버스건만 설악 국립공원 입구에 위치한 숙소까지 간다던 K고속관광버스의 좌석을 배정받던 날 아침, 사무실 여직원은 『차가 막혀 입구까지 못 올라가니 버스를 타든지 걸어 가세요』라는 무책임한 대답을 하는 것이다. 이럴수가 있느냐고 따져도 허사. 당장 다른 교통편을 구할 수도 없거니와 모처럼 떠나는 여행인데 좋은 게 좋은거지 하는 생각으로 꾹 참았다.

한데 버스가 떠난지 10분쯤 지났을까 버스가 찜통이 되기 시작하는 거다. 원인은 에어컨디셔너 고장. 『출발 전 점검도 안 하나』 투덜거리며 손부채질 끝에 도착한 첫번째 휴게소에서 버스에 탔던 승객들은 목적지별로 나뉘어져 다른 관광버스에 얹혀타는 불청객으로 전락해야 했다. 이렇게 출발부터 고생이었던 여름 휴가를 생각하면 H씨는 머리가 아프다.

바가지 요금으로 돈은 돈대로 들고 철장사라는 생각으로 성의없이 준비한 음식과 숙박시설에 『완전히 봉 노릇하고 왔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매년 되풀이되는 여름 바캉스전쟁을 통해 바라본 국내여행 실태는 황금알을 낳는 산업이라며 인바운드 활성화를 외치는 우리 현실에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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