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준칼럼] 항공여행과 인명의 가치
[김효준칼럼] 항공여행과 인명의 가치
  • 여행신문
  • 승인 1997.09.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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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0년대이후 젯트여행이 보편화되면서부터 대부분의 항공사고는 일어났다하면 대형이고 치명적이며 국제적이고 또 다른 지상사고에 비해 비싼 사고가 되는 4가지의 특징을 갖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항공사고로 사망한 경우에 보상한도액은 다른 지상교통사고에 비해 훨씬 높고 사고의 귀책사유가 누구에게 있는지를 알게 되면 보상액이 달라진다.

항공사고에서 인명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는 輸送器機 자체가 비쌀뿐만 아니라 타고 다니는 사람도 생명의 「가치」에 대하여 높은 보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B747-400기종은 신품 한 대는 1천4백억원을 호가한다. 최신형 벤즈 승용차를 우리시세로 1억원이라 치면 1천4백대와 맞먹는다. 이런 비싼 항공기를 사업자가 보험에 들지 않고는 안정된 경영을 할 수가 없다.

또 고가의 항공기를 구입하려면 금융기관에 항공기를 담보로 하고 조건이 좋은 융자를 받는 것이 회사의 자금부담을 덜어준다. 이때에 금융기관은 담보로 잡은 항공기의 가치가 변하지 않아야 보험을 들도록 요구하게 돼 결국 자의반 타의반으로 비싼 보험을 들어야 하는데 워낙 보험액이 커서 일개 보험회사 혼자서는 맡을 수가 없어 세계의 여러 보험회사들이 나누어 맡는다. 이때에 사고가 잦은 회사로 평가되면 보험요율은 더욱 높아진다.

여객은 여객대로 비싼 사고보상을 요구한다. 국민소득이 높아지는 만큼 생명의 「가치」도 높아진다. 1929년 「바르샤바 협약(Warsaw Convention)」의 채택으로 국제항공운송에서 항공사고시에 인명에 대한 보상은 국제기준으로 미화 8천3백달러 정도였다. 그 당시의 기준으로도 매우 낮은 보상액이었지만 1925년에서 1929년간 민간항공사고의 치사율은 1억여객km(여객수 × 여행거리)당 28로 1995년 국제민간항공기구의 치사율 통계 0.03에 비하면 9백30배를 넘는다.

당시의 최신형 항공기는 미국 록히드사의 「베가」機였다. 6명의 승객을 태우고 1명의 조종사가 시속 1백90km로 8백80km를 비행할 수 있어 지금의 보잉747에 해당된다. 나머지는 거의다 1차대전때 사용하던 낡은 군용기를 개조한 것으로서 항공여행은 목숨을 건 도전이나 다름 없었다. 이런 유아기에 있던 항공운송산업에 실제의 생명가치를 보상했다면 그런 사업에 돈을 댈 사람이 없었다.

항공사고는 조종사와 여객과 수하물 모두를 깡그리 파괴하기 때문에 사고 한번이면 회사가 거덜이 날 수 밖에 없었다. 그후 2차대전을 통한 항공과학기술의 눈부신 발달로 항공사고의 빈도가 현저히 줄어들어 항공산업을 더이상 과잉보호를 해야할 필요성이 줄어들자 1955년에 「헤이그 議定書」를 통해 인명의 가치를 미화 1만3천달러 수준으로 올렸다. 그 수준에도 미국은 불만이었다. 미국은 2만5천달러 이하는 절대로 합의할 수 없다고 고집하여 가입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아프리카의 한 대표가 『왜, 제왕의 安危를 가난한 농부가 부담해야 하느냐』고 항의를 했다는 일화가 있었지만 1966년 「몬트리올 協定」에서 다시 미국이 미화 7만5천달러(소송비 및 제경비 포함)로 끌어 올렸다. 미국보다 국민소득이 낮은 나라들이 거세게 항의를 했지만 미국은 「몬트리올 협정서」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에게는 미국취항불허로 맞섰다.

그후 이 협정은 추가의정서를 거쳐 인명의 가치를 10만 SDR(특별인출권)로 다시 올렸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자기들의 기준으로 인명의 가치를 보상하는 정책을 취하여 왔고 미운수성의 기준으로는 사고시 인명의 평균가치는 미화 2백70만달러 라고 한다.

지난번 괌 사고때에도 추가로 보험을 가입해 스스로 인명의 가치를 높인 사람이 많았음을 보았다. 사람의 생명만큼 더 존엄한 것은 없다. 그러나 그 존엄성을 화폐가치로 환산하지 않고는 보상기준을 마련할 수 없는데에 고민이 있다.
보험은 결국 인명의 가치를 지켜준다는 역설적 기능때문에 죽고 나면 아무 소용없는 보상을 위해 생전에 가입하는 아이러니가 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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