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것은 다들 회사의 자존심이나 사활이 걸린 문제가 아니라면서도 그 과정은 첩보영화처럼 쉬쉬하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는 것. 사전 시장 조사를 위해 현지를 답사하기도 하고, 평소 인맥을 동원해 핵심 정보를 빼내기 위한 보이지 않는 물밑작업들이 착착 진행되어 왔다. 그 과정에서 누가 적이고, 누가 동지인지에 대한 편가르기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최종 프리젠테이션이 끝난 지금, 아직도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본지에 보도가 나간 후 일부 업체는 프리젠테이션에 참가하지 않았다는 연막작전을 펼치기도 하고, ‘어느 업체가 유력하다’는 말과 함께 ‘사전에 내정되어 있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당혹스러움을 잇는 감정은 답답함이다. 뚜껑을 열기 전에 미리 흔들어 소리도 들어보고 싶고, 틈새로 코를 들이밀어 냄새라도 맡아보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는 걸 십분 이해한다.
그러나 너무 흔들어 대는 것은 아닌지. 결국, 어떤 요리가 나올지는 얼마나 성실하게 요리에 임했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싱싱한 재료를 얻지 못했을 수도 있고, 불 조절에 실패했을 수도 있고, 그날따라 손이 둔하게 움직였을 수도 있지만, 어머니의 손맛이 살아있듯, 진실한 것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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