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한국국제관광전을 주관하는 (주)코트파의 임시사무실은 아침부터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출입증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여섯명의 스텝들이 분주하게 움직이지만 진척되는 일은 보이지 않았다. 같은 시간 아래층 코엑스 인도양홀의 입구에서는 개막식이 예정시간 11시를 훨씬 넘긴 채 지연되고 있었다.

관계자들이 로비에서 웅성거리고 있는 가운데 테이프 커팅에 참가할 고위관계자들의 도착 지연을 알리는 안내방송만 간간히 흘러 나왔다. 그러나 어리둥절해 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영어안내 방송은 끝끝내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코트파 같은 대규모 국제 행사의 개막식이 한 시간씩 지연되고 출입증조차 사전에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이 어려운 얘기다.

그리고 이런 돌발 상황에 아무런 대비 없이 우왕좌왕하는 것은 ‘16년간의 경험’라는 말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내막이 어찌됐건 주최측은 준비 소홀에 대한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실무자들의 상황대처 능력을 탓하기 전에 그들이 토로하는 어려움도 한번 귀를 기울여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여유있게 모든 스케줄을 짜고 연락을 취해도 정작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 전까지 참가자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행사 개최 2∼3일전이 되어야 도착하는 명단에 때문에 며칠씩 밤샘 작업을 피할 수 없다. 상황이 이러하니 다시 최종점검을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고 매번 임기응변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일들은 시행착오가 아니라 아예 고질병이 되어버린 버린 모습이다. 한 이벤트 전문가의 말을 빌리면 ‘행사’는 ‘약속’이다. 사전에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그 때부터 순간부터 모든 상황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일정표, 시간표, 역할 분담표 등은 한낱 휴지조각에 불과하다. 그리고 결국은 서로가 서로를 믿을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지게 된다.

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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