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괌 시장이 죽고 있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괌의 최대 시장인 일본이 오랜 경기침체의 여파로 성장률 하락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 시장도 비수기를 맞아 저조한 송출실적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경제상황의 악화로 인한 단기간의 추춤세일 뿐, 전체 괌관광시장의 큰 줄기에는 아무런 이상도 없다. 지난 한해동안 전년도 대비 84%의 성장을 보였고, 9만명에 가까운 한국인들이 괌을 찾았다.

이런 상황에서 ‘괌이 죽고 있다’는 말이 회자되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괌지역 군소랜드사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기 때문. 엄밀히 말하자면 ‘괌이 죽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괌을 팔기가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현지 랜드사 관계자들에 의하면 최근 한달 사이에도 두어 군데의 업체가 무너졌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FIT(개별여행객)의 증가라든가 경제위기가 이유가 되겠지만 괌지역의 랜드사들은 또 다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 궁지에 몰린 랜드사 영업

첫 번째는 옵션이나 쇼핑으로 수익을 얻기가 쉽지 않는 이유다. 관광자원이 다양하지 않은 괌에서 팔리는 옵션은 고만고만하다. 해양스포츠, 비치나 섬투어, 선셋 크루즈 정도. 쇼핑도 DFS 갤러리아를 중심으로 밀집된 상점과 오락시설이 입장이 전부다. 그러나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어느 리조트의 경우 관광객들이 일단 도착하면 가이드를 만나기조차 거부하고 있다.

리조트 자체에서 모든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별도의 옵션이나 쇼핑을 해야 할 이유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때문에 랜드사들의 입장에서는 기본적인 지상비를 맞추기조차 쉽지 않다. 그렇다고 손님을 안 받을 수도 없는 입장이라 주중에는 팔수록 손해보는 장사를 하다가 주말 패키지팀을 받아서 그 적자를 겨우 메우고 있다.

두 번째는 여행사에서 모객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동남아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윤이 낮다는 이유로 다른 지역으로 팀을 돌리는 일이 허다하다고 한다. 특히 올해 허니문 시즌에는 대형 여행사들이 태국 등 지사를 설립한 지역이나 노투어피가 가능한 지역으로 세일즈를 돌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세 번째는 랜드사나 여행사들이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민감하지 못한 이유다. 괌이 휴양목적지로서 독보적인 인지도를 누리고 있던 시대는 지났다. 새로운 허니문이나 휴양 목적지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아무리 쉬러 간다지만 괌은 너무 ‘심심하다’거나 ‘볼 것이 없다’라고 말하는 소비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무기개발에 게을렀다.

◆ 한국 죽이기 아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현지 특급 호텔들의 가격인상이다. 그 동안 일본 업체들과 비교해 몇십달러씩 낮은 가격으로 방을 공급받고 있던 한국 랜드사들에게 최근 현지 호텔들이 가격 인상을 선언하고 나섰다. 특히 PIC나 아웃리거, 하얏트 등의 투몬만(Tumon Bay)에 밀집한 호텔이 주도하는 가격 인상에 대해 ‘가격정상화’라는 입장과 ‘한국시장 죽이기’가 아니냐는 의견이 분분하다.

현지 호텔의 입장에서 90% 이상의 객실이 일본인들로 채워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 그 동안은 이윤을 포기하고 시장개척을 위해 투자를 해왔지만, 결과적으로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을 수 없었고, 더 이상 낮은 가격만을 요구하는 한국업체들의 요구에 응해 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지 호텔에서는 물가상승을 고려해 가격을 올리되 일본업체보다는 한국업체들에 대한 상승폭을 더 크게 잡아서 두 시장사이의 가격격차를 줄이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현지 호텔들이 가격 정상화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은 지난해 괌 최대의 호텔 밀집지역인 투몬만에 ‘플래져 아일랜드’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DFS 갤러리아를 중심으로 게임웍스, 플래닛 헐리우드, 언더워터 월드 등을 갖춘 관광거리가 조성되면서 이 부근의 호텔들은 큰 부가가치와 자신감을 함께 얻었다. 문제는 이러한 가격상승이 상품가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국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내놓는 호텔로 거래선을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인상을 계기로 특정 호텔로 집중되는 판매구조를 다각화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드러나는 모습은 가격만을 쫓아가는 위태로운 모습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한국 업체들이 다양한 특급 호텔을 쓰는 것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결국 현지에서 한국시장의 위상도 떨어지게 된다.

저가 중심의 세일즈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은 현지 옵션업체들이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다. 소비자에게는 같은 가격에 팔면서도 거의 절반 이상의 커미션으로 챙겨가는 행태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 탈출구는 어디에?

괌을 찾는 한국 관광객들은 여전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도 가파른 성장률을 보인 것은 물론이고 올해 1월에도 전년대비 60%의 증가를 보였다. 게다가 장기적으로 대한항공이 재취항하고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전개하면 다시 한번 괌이 뜨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겉으로 보이는 것과 업계 관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상황이 상반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괌을 팔기 어렵다’고 푸념하기 전에 이 모든 것이 ‘인과응보’가 아니겠느냐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 동안 보여주던 한국관광업계의 파행적인 비즈니스에 대해 소비자와 괌업체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는 것이다.

아직도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는 잠재요소들이 있다. 대한항공의 재취항을 앞두고 계속 새로운 랜드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재취항 이후에도 두 항공사간의 경쟁으로 인한 특가상품이 남발되어 시장이 과열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 당장이야 단기적으로는 괌을 찾는 관광객들의 계층이 상류층에서 중류층으로 대치되면서 일정한 수요를 공급해주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새로운 시장을 찾거나 지속적인 재방문객을 확보하기 위해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전체적인 공감대 아래에서 이루어지지는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깝다.

지난해 출범한 괌한인관광협회가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구심점으로 자리잡기에는 역부족이다. 괌한인관광협회 내에서도 대형 여행사의 지사설립에 대한 대응책이나 덤핑상품거부 운동 등에 대한 회원사들간의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또한 현지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해 책정한 공탁금도 내지 않은 업체들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변화의 조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더 이상 가격 내리기에만 치우쳐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서서히 형성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섬투어나 크루즈 등의 옵션을 아예 포함하는 새로운 상품패턴에 주력하고 있는 랜드사들이 증가하고 있다.

호텔이나 옵션 업체들과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계약을 맺으면서 한국시장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키려는 노력도 있다. 여러 가지 길 중에 어디가 출구인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하지만 끊임없이 시도되는 개선의 노력들이 빛을 볼 수 있도록 멀리 내다보는 지혜가 아쉬운 때다.

괌=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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