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아주 가끔은 그럴 때가 있다. TV 속 광고에서처럼 당신만의 왕비가 되어 극진한 대접을 받거나 혹은 나만의 왕비를 모시는 수행원이 되어 호위하고 싶을 때가 있다. 삭막한 일상의 아스팔트길에서 뛰쳐나와 산새 지저귀는 좁다란 오솔길을 단 둘이서만 걷고 싶어질 때가 있다.

비록 왕비 없는 외톨박이 수행원에 불과했지만 태국 푸켓의 ‘르 메르디앙 (LE MERIDIEN)리조트’에서 농도 짙은 일탈감과 그 보다 더한 안락감을 맛보았다. 손을 뻗으면 금세라도 닿을 듯 코앞에 펼쳐진 안다만 해(Andaman Sea)의 둥근 수평선은 일상에 지쳐 흐릿해질 대로 흐려진 시야를 단번에 맑게 했다.

리조트 전용 해변이라고도 할 수 있는 릴렉스 베이(Relax Bay) 해변의 모래는 분가루만큼 곱디 고와 걸을 때마다 발가락 사이를 들락날락하며 기분 좋은 촉감을 선사했다. 젖은 머리 결 사이를 스치는 바닷바람 냄새와 남국의 한 줄기 햇살의 맛은 또 어떠했던가. 상큼함과 느긋함 그 자체였다. 오감만족이었다.

르 메르디앙 리조트는 그 자체의 시설이나 규모, 서비스도 물론이지만 낯선 이방인의 모든 감각 기관을 만족시키는 천혜의 지리적 위치에 자연스레 강한 시선이 꽂히는 게 사실이다. 티끌 없이 맑은 자연이 르 메르디앙을 감싸고 있어 아늑함이 이만저만 한 게 아니다.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은 푸른 산이 리조트의 좌우 뒷면을 병풍처럼 빙 에워싸고 있고, 앞면은 옥빛 바다가 앞치마처럼 펼쳐져 있어 너른 호수를 연상시킨다.

하늘 위에서 바라본다면 해안선은 바다를 향해 뚫린 말발굽 형태인데 그 안쪽 깊숙한 곳에 리조트가 들어선 것이어서 쏠쏠한 은둔의 맛을 선사하고 파도 또한 잔잔하기 그지없다. ‘말발굽’의 두 끝은 또 외부의 간섭을 차단하는 방패로도 작용한다. 말발굽 양 너머의 파통비치(Patong Beach)와 카론비치(Karon Beach)는 수많은 인파로 북적대지만 쉽사리 말발굽을 넘을 수는 없다.

때문에 르 메르디앙의 릴렉스 베이 해변은 그야말로 리조트 투숙객들만의 전용 해변인 셈이다. 이런 연유로 ‘자연 속의 현대성’이라는 르 메르디앙의 건축 및 운영 컨셉은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이와 같은 자연적 조건 하나만으로 르 메르디앙이 푸켓의 최고급 휴양리조트로 자리잡은 것은 아닐 터. 자연 속에 현대식 감각이 가미되고 조화를 이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르메르디앙은 영국 최대의 호텔 기업이자 유럽 3위 규모의 ‘포르테 호텔 그룹(Forte Hotel Group)’의 브랜드 중 최고급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현대적 감각의 화려함과 웅장함을 자랑한다.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 속에라도 들어온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로비에서부터 고객은 일종의 후련함을 느끼고 그와 동시에 아직 보지 못한 객실과 시설들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갖게 된다. 이어서 그 기대감이 괜한 것이 아니었음에 안도하고 미소를 띄운다.

총 470개에 이르는 객실은 종류에 따라 정원, 풀장, 바다를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어디에서든 회색빛 콘크리트가 아닌 자연의 싱싱한 색채와 접할 수 있다. 웰컴과일과 포도주로 여정에 지친 고객을 달래는 객실은 아늑하고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어 특히 신혼여행객에게 안성 맞춤이다.

또 각 객실마다 널찍한 개별 발코니가 붙어 있어 언제라도 남국의 향내를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자연의 혜택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다양한 부대시설도 자랑거리. 각각 깊이가 다른 5개의 대형 수영장이 리조트 앞마당을 채우고 있고 수영장 사이사이에는 식당과 바 등이 들어서 있어 호젓한 분위기가 물씬하다.

르 메르디앙은 태국음식은 물론 아시아, 유럽의 맛을 골고루 즐길 수 있는 11개의 레스토랑과 바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포르토피노(PORTOFINO)’는 푸켓 내에서 최고의 이탈리아 레스토랑으로 정평이 나 있다. 또 헬스클럽을 시작으로 양궁, 다트, 탁구, 당구, 테니스, 스쿼시, 미니볼링, 골프 스윙 연습장 등이 들어서 있어 다양한 레포츠 활동이 가능하고 동서양식 스파와 마사지실에서는 피로도 말끔히 씻을 수 있다.

물론 카누, 윈드서핑, 스노클링, 스쿠버 다이빙 등의 해양스포츠는 기본이다. 특히 리조트 내에 다이빙 센터가 있어서 전문 강사를 통해 바다 속 탐험에 나설 수도 있다. ‘펭귄클럽’이라는 탁아방은 어린 자녀를 동반한 부모들로부터 인기 만점이다. 전문 보모들이 각종 놀이와 게임 등으로 아이들을 돌보기 때문에 부부들은 안심하고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즐긴다.

이렇듯 르 메르디앙에는 자칫 서로 충돌하기 쉬운 자연과 현대라는 두 요소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때문에 달팽이의 여유만만한 꾸물거림에서부터 발바리의 시끌벅적한 호들갑까지 기분 내키는 대로 시도할 수 있다. 파도소리 넘실대는 야자수 그늘 속에서의 느긋한 낮잠에서부터 노랑, 빨강, 연두 색색의 열대어 탐험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매력이 층층 계단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취재협조= 에벤에셀투어 02-511-1230
태국 푸켓 글·사진=김선주
vagrant@traveltimes.co.kr

[인터뷰] 폰자펑 르 메르디앙 리조트 홍보담당
푸켓 르 메르디앙 리조트가 들어선 것은 지난 1987년. 천혜의 자연적 조건을 십분 살리면서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덕택에 그리 길지 않은 기간에 현재는 푸켓의 유명 휴양 리조트로 자리잡았다. 연중 평균 객실 점유율이 90% 안팎에 이르며 11월부터 2월까지의 최성수기에는 예약조차 힘들 정도다.

“최고급 시설에서 외부와 차단된 은둔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게 큰 매력 중의 하나”라고 홍보실 폰자펑(Porn ja pung)씨는 강조한다. 리조트 고객이 아니면 사실상 출입이 불가능한 지리적 특성이 르 메르디앙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작용해 신혼여행객은 물론 가족여행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고객의 대부분은 유럽인들이지만 한국, 일본, 중국 등도 허니문 상품을 중심으로 조금씩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폰자펑씨는 “지역에 상관없이 재방문 고객 비율이 매우 높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은 에벤에셀투어가 ‘방콕-르 메르디앙’의 3박5일 허니문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전일정 리조트식이 제공됨은 물론 각종 부대시설과 레포츠 시설 등을 무료로 즐길 수 있고, 고객이 원할 경우 산호섬 관광 등에도 나설 수 있게 구성해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이는 가이드 동행의 빡빡한 관광보다는 체류 및 휴양형 상품을 선호하는 허니문과 가족여행 추세에 맞춘 것이다. “한국인은 전체 고객 중 극히 일부분인 상황이지만 향후 잠재력이 매우 큰 시장으로 주시하고 있다”는 게 르 메르디앙의 현 입장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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