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에어즈락을 다녀왔다고 하면 그곳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들의 반응은 대개 두가지로 나뉜다. “와, 거기도 다녀왔냐”는 부러움 혹은 경외로운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과 “거기, 볼 거 없잖아!”하며 왜 갔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짓는 사람들.

그럼 이렇게 대답한다. “두 번 이상 갈 필요는 없겠지만 여행을 좋아한다면 한번은 꼭 다녀와 볼만한 곳”이라고. 사실 멋모르고 거기까지 갔었다. 남호주의 중심도시 애들레이드(Adelade)에서 노던 테리토리(Northern Territory) 에어즈락 투어의 관문으로 통하는 엘리스 스프링스(Alice Springs)까지 20시간이 넘도록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날씨가 너무 더운 때라 힘들거라는 주위의 충고를 듣긴 했지만 예의 성격대로 ‘뭐, 잘 견디겠지’라고 치부했다. 이미 버스는 오가는 차도 별로 없는 호주대륙 중부에 위치한 사막 지대에 들어서 있었다. 해가 뜬 이후 엘리스 스프링스에 도착할 때까지 내내 붉은 모래로 이루어진 똑같은 풍경을 신기하게 쳐다 보면서….

다국적 여행자들을 실은 미니 캠핑버스는 정확히 오전 6시40분경 집합장소에서 출발한다. 선택한 경로는 ‘에어즈락 3일 사파리’. 엘리스 스프링스에서 출발하려면 당일 일정으로는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없다. 적어도 1박2일 코스는 택해야 한다. 에어즈락 관광의 백미인 일몰과 일출의 장관을 보기 위해서다.

일정에는 에어즈락(Ayers Rock) 이외에 킹스캐년(kings Canyon)과 호주 원주민들이 카타추타(Kata Tjuta)라고 부르는 올가산(Mt. Olgas)이 포함돼 있다. 노던 테리토리 지역은 거친 자연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 꼽힌다. ‘지구의 배꼽’으로 불리는 호주의 상징인 에어즈락 이외에도 다양한 협곡과 산, 사막의 호수 등을 중심으로 거대한 자연 국립공원이 형성돼 있다.

코너산(Mt. Conner), 서부 맥도넬 지역(Western Mcdonnell Ranges), 캐서린 골짜기(Katherine Gorge) 등이 대표적. 이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일정의 투어 프로그램은 단순히 감상하는 것보다 거친 자연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인상깊다. 금방 해가 떴나 싶었는데 금새 땅이 달구어진다.

붉은 땅과 함께 하얀 조각구름들이 끝없이 조화를 이룬 하늘이 멋지게 어우러져 있다. 저렇게 넓은 하늘은 사막이 아니면 보기 어려울 것이다. 도무지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 붉은 사막, 이제껏 보지 못했던 땅이다. 삭막하기만 할 것같은 사막에 붉은색이 생기를 불어 넣고 있다. 생명체가 없는 벌건 황무지가 아니다.

가끔씩은 바위로 이뤄진 낮은 구릉이 지나가고 이글거리는 태양에도 아랑곳 없이 푸른 빛을 발산하는 식물들도 있다. 앙상하지만 기묘한 형상을 한 나무들도 독특한 풍경을 만든다. 첫 번째 목적지인 킹스캐년까지 걸리는 시간은 점심식사 시간을 포함해 약 7시간. 차가 몇 번의 휴게소를 거치고 일행끼리 자기 소개를 하며 떠들다가, 다시 저들만의 침묵 속에 빠져들었다가, 무심코 창밖을 보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 깨기를 수차례.

평평한 지평선 위로 하늘을 살짝 가리는 거대한 협곡이 눈앞을 가로막는다. 호주 중부에서도 가장 빼어난 자연 경관을 지니고 있다는 킹스캐년이다. 킹스캐년은 앨리스 스프링스로부터 약 300km 떨어진 워터루커(Watarrka) 국립공원내에 위치하고 있다. 호주판 그랜드 캐년이라 불리울 정도로 절벽과 바위가 어우러져 장엄한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트레킹은 입구 주차장에서부터 시작된다. 인솔하는 가이드는 무엇보다도 ‘물’을 준비하라고 강조한다. 주차장을 떠나면 마실 물을 얻기가 힘들다. 모두들 썬크림을 잔뜩 바르고 모자를 눌러쓰고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물(최소 1.5ℓ패트병)을 짊어지고 준비를 마쳤다. 시계 바늘이 오후 2시를 가르킨다. 해가 머리 꼭대기 위에 있다.

1시간과 4시간짜리 두 개의 코스 중 킹스캐년을 제대로 보기 위해선 대부분 4시간 코스를 택한다. 트레킹 코스는 잘 정비돼 있는 편. 첫 번째 전망대까지는 40여분 정도면 올라가지만 초입에서부터 헐떡인다. 뜨거운 태양볕 아래 지열까지 겹쳐 실제 체감온도는 50도가 웃돈다. 그야말로 땀이 비오듯 흐른다.

잠시 쉬기를 수차례 반복. 간혹 태양을 가려주는 구름이 너무 고맙다. 뷰 포인트까지 오르자 드넓은 시야가 장쾌하다. 거리낄 것 없는 시야는 차로 2시간 이상을 가야 하는 에어즈락까지 펼쳐진다.협곡 내부는 생각 보다 깊고 가파르다. 약간의 색깔 차이를 둔 붉은 겹이 끝을 알 수 없도록 쌓여있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어 깊이를 가늠하지만 알 수가 없다.

협곡 내부는 계곡과 울창한 수풀로 덮여있다. 계곡이 흐른다. 깊이가 최고 10m에 이른다니 신기하기 짝이 없다. 황량한 사막 가운데 협곡 내 물이 흐를 줄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여러 각도에서 협곡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뷰포인트를 지나 계곡 안으로 내려간다. 연못을 발견하자 너나 할 것 없이 옷을 벗어젖히고 뛰어든다.

30여분의 수영과 휴식. 정말 사막의 오아시스가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이곳의 이름은 가든 오브 에덴(Garden of Eden). 그야 말로 낙원이다. 층층이 겹이 진 둥그런 바위가 무덤처럼 펼쳐진 로스트 시티(Lost City). 다시 몇 개의 전망대를 지나면 내려가는 길이다. 물은 이미 다 떨어졌다.

일행들에게 몇 모금 얻어 마시지만 갈증이 쉽게 풀리지 않는다. 메고 갔던 카메라 마저도 던져버릴 것 같아 가방 속에 집어 넣었다. 남은 2명을 제외하곤 앞선 일행들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 쉼없이 흐르는 땀을 훔친다. 손이 퉁퉁 붓는 것이 느껴진다. 몸은 물을 달라고 외치고 있다. 겨울 나라에서 왔던 탓일까. 아님 나태했던 일상에 대한 꾸지람일까.

유독 뒤처지는 것 같아 부끄러우면서도 ‘왜 이 고생을 사서 할까’ 되뇌인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조금만 더 힘을 내!’ 스스로를 격려하는 것 뿐. 마침내 물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입으로 끝없이 들이키고 손을 적신다. 한줄기 부는 시원한 바람. 일행들이 서로에게 엄지 손가락을 치켜든다. 내일도 이럴까 걱정부터 앞서면서도 얼굴엔 웃음이 배시시 흘러나온다. 땀으로 푹 젖은 윗도리가 결코 불쾌하지 않다.

호주 킹스캐년 글·사진 = 김남경 기자
취재협조 = 키세스투어(02-733-9494)
어드벤처투어스(www.adventuretours.com.au)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