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 유람선을 타고 금강산을 간다. 인생 황혼기를 여행을 즐기은 유럽이나 미국의 노부부들이 아닌, 분단의 한맺힌 우리 실향민들이. 그러나 이들은 1천달러, 1백40만원 상당의 과다한 관광요금을 지불해야만 한다. 금강산 입산료를 포함 입국료로 3백 75달러를 북한 당국에 별도로 주어야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 우리는 지금 30만원짜리 동남아 여행도 자제하면서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현재도 1천5백22억달러의 외채를 안고, 내년 상반기까지 2백 40억달러를 갚아나가야 할 판이다. 우리 민족이 금강산을 마음대로 구경갈 수 있을 때도 ‘금강산도 식후경(食後景)’이라고 했다.

좋은 구경도 배가 불러야 할 맛이 생긴다는 속어다. IMF로 2백만명이 넘는 실업군이 생기고 경제위기로 나라와 국민이 사면초가에 빠져있는 판국에, 그것도 원화가 아닌 한푼이 새로운 달러를 주면서까지 금강산 구경을 해야한 한다는 것인가. 더군다나 미사일 인공위성까지 쏘아대며, 잠수정을 침투시키고 북한의 군사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달러를 퍼붓는 금강산 관광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여당인 자민련도 안보관련 당정회의에서, 정부가 현대측에 금강산관광사업을 승인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또 금강산이 열린다는 보도가 처음나왔을 때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반색을 했던 실향민들도 ‘우리는 봉이 아니다’라고 실망과 분노를 토로하고 있다. 이북5도민들의 최근 설문조사에서도 47.1%가 ‘전혀 다녀올 생각없다’는 등 80%가 현대의 금강산 투어에 부정적이다.

그런가하면 여행사들도 초기의 들뜬 분위기와는 달리 회의적이다. “금강산관광은 상징적 의미가 큰데 현대가 카지노에 골프연습장 까지 곁들인 초호화유람선을 하루에 14만달러의 임차료까지 주면서 도입한 것은 시대적 발상의 착오”라고 지적하고 또 현대측은 금강산관광상품 판매 대리점을 모집하면서 5천만원에 달한 보증금까지 여행사에서 챙기고 있다고 했다.

오늘(25일)로 첫 출항이 예정됐던 관광유람선, 현대 금강호가 암초에 부딪친 것도 이런 상황들 때문이다. 어느 실향민은 “금강산관광이 실현될 경우 입국료만 따져도 하루 1천명씩, 한달동안 가정하면 1인당 3백 75달러로, 무려 1천1백25만달러의 엄청난 외화가 북한에 흘러 들어간다”고 통탄했다.

그러나 우리는 오래전부터 우리 쪽이 비용을 투자해 남북이 금강산을 관광지로 공동개발하면 통일의 지름길도 될 수 있다는 제안을 해왔다. 천혜의 보고를 지니고 있는 금강산을 개발하면 미국 서부의 요새미티같은 수려한 국제 관광지로 내놓을 수 있어서였다. 이러한 금강산을 현대 정주영씨가 개발에 참여한다고 해서 어느 누구도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때마침 김대중대통령이 대북 햇볕정책을 내놓고 이 부문도 1백대 과제중의 하나로 삼아, 어느 기업이 참여해도 해나가야 할 일이다. 그런데 정주영씨는 너무 성급했다. 북한 당국자들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 정회장이 말이다. 금강산관광을 고향방문길로 착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이북5도민쪽에서는 “정주영씨가 통일을 위해 간 것이 아니고 장사하러 간 것이다. 남북문제를 돈만 챙기는 한 장사꾼에게 맡겨둘 것인가”라고 혹평들을 하고 있다. 금강산 공동개발에 부정적이었던 김정일도 속마음은 걸어 잠그고 앉아서 달러를 버는 호기로 삼고 있다.

북한을 자주 넘나든 정회장은 물론이고 정부당국도 금강산관광에 대한 계획수정에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정회장도 실향민이면서 똑같은 처지에 있는 친구들을 상대로 마지막까지 장사꾼 행각을 벌이고 있는 노신사의 행동거지가 안타깝고 서글프다. 이 기회에 필자가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호화유람선을 들여와 현대 금강호로 명명까지 부쳤고 관광객들의 도우미 역할을 하는 1백여명의 ‘관광조’까지 20대 젊은이들로 짜놓고 있다고 하니, 회장님의 친구들격인 실향민 1세들과 그 유람선으로 답사여행을 한 번 다녀왔으면 합니다. 물론 비용은 정회장님이 부담하시고. 그리고 다시 시작하십시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 잊지 마시고.

김병태 여행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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