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산을 즐겨 찾는 것도 아닌데 가끔 무리를 하는 경우가 있다. 3년전 가을 3박4일로 지리산 종주를 했고 지난 2월 호주 에어즈락을 찾을 때도 그랬다. 줄곧 체력에 부쳐 ‘왜 내가 이 고생을 사서할까’ 되뇌이면서도 막상 끝내고 나면 해냈다는 쾌감에 마음이 먼저 가뿐해졌으니.

킹스캐년은 전초전에 불과했다. 그래도 그날은 하늘에 수많은 조각구름이라도 걸쳐있어서 간혹 해가 구름 뒤로 숨을 때는 견딜만 했으니까. 하지만 Mt 올가(Olgas), 카타츄타(Katatjuta)에서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었고 대지 위의 모든 것이 태양볕 아래 노출돼 있었다.

신발 끈을 조이고 물을 넉넉히 챙기면서도 내심 걱정이 먼저 앞섰다. 그렇다고 다국적 일행들 앞에서 大한국인이 약한 모습을 먼저 보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카타츄타 트레킹이 오전 중에 진행됐다는 점이다.

카타츄타로 가기 위해 일행을 태운 차가 캠핑촌을 출발한 시각은 오전 5시40분. 킹스캐년 캠핑촌에서 카타츄타까지는 약 3시간 넘게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남한의 약 70배에 이르는 넓디 넓은 호주에서 하나의 목적지로 이동하기 위해 서너시간쯤 차를 타는 것은 기본이다.

게다가 이동 중 사막에서 맞이한 일출은 할 말을 잊게 만든다. 해가 직접 뜨기까지 여운이 짧다. 금새 주위가 붉게 물들었나 싶었는데 어느새 붉은 머리가 슬며시 땅을 박차고 기어나온다. 나즈막히 흐르는 탄성들. 흐르는 바람소리만 귀가에 맴돌고 가슴만 쿵쾅쿵쾅 벅차오른다.

카타츄타는 에버리진이 Mt. 올가를 부르는 말로 ‘많은 머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에어즈락에 비해 지명도는 떨어지지만 총 면적 35㎢, 둘레 22㎞에 걸쳐 크고 작은 36개의 돔형 바위가 모여있는 바위산이다. 가장 높은 바위가 546m. 바위와 바위 사이에는 깊은 계곡이 형성돼 있다.

카타츄타 역시 보는 방향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가지고 있다. 올록볼록한 바위들이 사이로 해가 지는 일몰 광경이 장관이다. 해의 각도에 따라 색깔 또한 다양하다. 일출시 에어즈락 위에서 바라보는 카타츄타의 모습은 마치 화롯불과 같이 이글거린다. 광활한 사막 위에 거대한 모닥불을 피워놓은 것만 같다.

트레킹 코스는 가장 높은 마운트 올가 계곡 코스와 왕복 4시간 만에 바위 주위를 도는 6km의 바람의 계곡 코스 두가지가 있다. 주의해야 할 것은 이 산에 대해서 애보리진들이 신성시하고 있기 때문에 들어갈 수 없는 지역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바위가 많은 곳이라 잘못 길을 들었다가는 헤어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항상 오가는 방향을 알려주는 화살표를 주의깊게 살피며 가는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또한 산을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산 주위를 오르락 내리락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는 도중에는 별로 피곤함이나 힘드는 것을 느끼지 못해 무리를 하다보면 돌아올 때 다소 힘이 부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해를 가릴 만한 것도 거의 없어 몸 상태에 맞게 코스를 택해야 한다. 물을 충분히 준비하고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한 선크림을 구석구석 충분히 발라야 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보통은 주차장 입구에서 바람의 계곡 코스로 접어들기 전까지 진행되는 코스를 택한다.

코너마다 모양새를 달리하는 카타츄타를 감상하며 쉬엄쉬엄 걷다보면 바람의 계곡에 접어드는 언덕 위에 오르는데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내부에는 바위로 둘러싸인 넓은 광장이 있다. 계곡 너머 불어오는 바람이 자못 시원하다. 거친 호주 중부 사막의 다양한 모습들을 감상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기는 하지만 캠핑 투어는 그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멋이 있다. 에어즈락과 킹스캐년 주변에는 캠핑촌이 형성돼 있다.

성인 3명이서도 넉넉히 잘 수 있는 텐트들이 부엌 겸 식당으로 쓰이고 있는 메인 건물을 중심으로 6∼7개 씩 모여있다. 한켠에는 모닥불을 피울 수 있는데 모닥불을 피우기 위해서 미리 사막에 널려있는 마른 나무가지들을 주워온다. 캠핑촌 한켠에는 공동 화장실과 샤워장도 마련돼 있다.

에어즈락에서의 캠핑은 에어즈락 리조트 지역내 위치하고 있다. 에어즈락 리조트 지역에는 각 등급별 호텔에서부터 배낭여행자들을 위한 숙소, 버스터미널, 식당, 우체국, 병원, 쇼핑숍 등이 있는 하나의 마을이다. 수영장도 있어 한낮의 더위를 식히기에 안성맞춤. 사막 투어 중 더위로 인한 피로에서 회복하기 위해서는 점심 식사 후 잠깐씩 수영을 하거나 샤워를 하는 것이 좋다.

캠핑투어 중 모든 식사는 직접 캠핑촌에서 조리해서 먹는다. 식단도 다양하다. 아침식사는 간단히 토스트와 씨리얼 등이 마련되고 점심 또한 재빠른 이동을 위해 샌드위치가 주를 이루지만 저녁만큼은 만찬을 준비한다. 지글지글 바비큐 파티와 동화속에서나 보았음직한 두꺼운 솥단지에 각종 재료를 넣고 모닥불위에 끓여내는 맛은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이다. 요리 준비와 설거지, 청소 등은 함께 참여한 팀원들이 나누어서 한다.

낮의 고단한 일정 때문인지 저녁 식사를 끝내고 나면 9시 전에 잠자리에 들지만 쉽게 잠에 빠지기 어렵다. 모두들 두런 두런 모닥불가로 모여들어 맥주나 와인한잔에 얘기 꽃을 피우기도 하고 각자의 상념에 빠지기도 한다.

더군다나 총총히 덮힌 밤하늘을 지붕삼아 매트리스 위에 누워 쳐다보고 있노라면 밤을 꼴딱 새워도 좋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사막에서 밤하늘을 쳐다보는 일. 그것도 주위에 거칠 것 하나없는 광활한 사막말이다. 세상에 저렇게 많은 별이 있었나 싶다. 남반구에서만 보인다는 남십자성을 찾아 저마다 고개를 한껏 쳐든다. 캠핑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하이라이트. 나를 중심으로 까맣게 뒤덮고 있는 세상이 온통 내 것이다.

호주 Mt. 올가 글·사진 =김남경 기자 nkkim@traveltimes.co.kr
취재협조 = 키세스투어(02-733-9494)
어드벤처투어스(www.adventuretou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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