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낮은 지역은 평균 해수면보다 400미터가 낮다는 이스라엘의 사해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 마음을 가장 낮게 가질 수 있는 곳은 골란고원을 오른쪽 어깨에 지고 바다보다 120m나 내려앉은 갈릴리 호수다. 사람을 낚는 어부의 마음처럼 욕심없는 공동체를 이룬 키부츠의 사람들이 있다.

이스라엘 최대의 상수원인 갈릴리 호수. 이 지역의 수도인 티베리아스(Tiberias)는 2000년 이상 전세계 각지로 흩어져 있던 유대인들이 시온주의 운동에 따라 이스라엘 땅으로 회귀했을 때 주요 정착지였다.

그러나 1948년 이스라엘 개국후에도 이 지역은 레바논과 시리아와의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된 것은 76년 6일 전쟁으로 이스라엘이 골란고원을 점령한 이후였기 때문에 갈릴리는 아직 자연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지금의 풍성한 숲과 나무들을 보면 개국할 당시 이스라엘 전체에 단 한 그루의 나무도 없었다는 말은 허풍같다.

하지만 나무 하나 하나를 ‘숭배한다(worship)’고까지 말하니 척박한 땅을 개척하기 위한 이스라엘 사람들의 수고는 이만 저만이 아니었나 보다. 한 때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 이스라엘 붐을 이뤘던 ‘키부츠(Kibbutz)’라는 집단 농장은 타민족들의 테러 위협 속에서 황무지를 개간해야 했던 상황에서 필연적인 삶의 형태였다. 공동생산과 공동소유, 그리고 집단방어를 위한 요새화가 키부츠를 단위로 이루어졌다.

1909년 이 호숫의 남쪽에 데가니아(Degania)라는 최초의 키부츠가 세워졌다. 초대 수상인 벤구리온이나 6일 전쟁을 승리로 이끈 모세 다얀 장군 등 초창기 이스라엘 지도자들도 대부분이 키부츠 출신이다. 지금의 티베리아스는 고급 호텔과 온천 시설이 들어선 관광휴양지로 각광받고 있으며, 지역의 키부츠들도 농업뿐 아니라 고급 호텔이나 오락, 스포츠 시설 등을 갖춘 종합위락단지로 변모해 관광산업에 막대한 기여를 하고 있다.

◆ 기노사르 키부츠- 예수시대의 배

당연히 예수는 어부가 아니었다. 배를 만들었다면 몰라도 배를 소유한 적은 없다. 그러나 그는 가장 훌륭한 어부였다. 그가 이 곳 갈릴리에서 설교를 하고 기적을 행하면서 여행할 때 어디를 가도 수많은 군중들이 그를 따랐다. ‘오천명을 먹이신 기적’을 행한 곳도 바로 갈릴리 호숫가였다.

갈릴리에서는 예수가 사람들을 피해 홀로 기도했을 바로 그 새벽에 만선의 위용을 자랑하며 뭍으로 돌아왔을 당시의 배가 1986년 갈릴리 호수가의 진흙속에서 발견됐다. 심각한 가뭄으로 갈릴리의 수면이 낮아지자 그 모습을 드러낸 예수시대의 배를 복원하기 위해, 많은 학자와 자원봉사자들이 손으로 진흙을 걷어가며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발견된지 14년만에 길이 8.2m, 폭 2.3m의 이 배는 기노사르 키부츠(Kibbutz Ginosar)에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순례객들은 이 곳에서 배의 실물과 구조, 역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보고 난뒤 ‘예수의 배(The Jesus’ Boat)’와 같은 모양으로 축조된 유람선을 탈수도 있다.

홀리랜드 세일링(Holyland Sailing L.T.D)에서 운영하는 이 배는 호숫가의 성지들을 이동하면서 관광객들의 요구에 따라 코스나 시간을 맞춰주기 때문에 성지순례 프로그램에 많이 이용된다.

◆ 에인게브 키부츠- 베드로 물고기

갈릴리 호수 동남쪽 해안에 위치한 에인게브 키부츠(Kibbutz Ein-Gev)는 1937년 새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으로 건설됐다. 그러나 지금은 전통적인 키부츠의 기능외에도 식당, 카페, 박물관, 극장에다가 가족 단위의 숙소까지 갖춘 리조트 타입의 인기 관광지로 변모했다. 작은 3D 극장에서 즐기는 ‘가스펠 트레일(The Gaspel Trail)’이라는 영화는 갈릴리에서의 예수의 행적을 재미있게 보여주는 기대 밖의 횡재다.

에인게브에서 빠뜨리지 않아야 할 것은 피쉬식당(Fish Restaurant)에서 성지순례객들의 별식인 ‘베드로 물고기’를 먹는 것. 바스(Bass)종인 이 민물고기는 지느러미가 빗처럼 생겼다고 해서 갈릴리아 빗(Galilean Comb)라고도 불린다. 아무 양념없이 칼집 몇 번으로 구워져 나오는데 맛보다는 의미가 오래 남는다.

◆ 긴네렛 키부츠 - 요르단강 세례터 야데닛(Yardenit)
갈릴리 호수의 원천은 이스라엘, 시리아, 레바논을 가르는 해발 9,234피트의 헤르몬산 북쪽에서 많은 샘들이 합수하여 만들어진 요르단 강(Jordan River)이다. 이스라엘 동쪽을 위아래로 관통해 사해까지 이어지는 이 요르단강의 중턱 어디에선가 여호수아와 야곱이 물을 건넜으며 예수가 요한에게 물로 세례를 받았다.

갈릴리 호수에서 다시 요르단강이 시작되는 길목에 위치한 긴네렛 키부츠(Kibbutz Kinneret)에는 사시사철 침례를 받으려는 순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하얀 옷으로 갈아입은 순례객들의 표정에는 약간의 두려움과 기대감이 혼재한다. 그러나 간단한 기도와 함께 물 속으로 첨벙 누웠다 일어서는 찰나의 순간이 흐르고 나면 사람들의 표정은 안개가 걷힌 듯 명료하다.

회심의 오열을 터뜨리는 사람과 차가운 물에 한기를 느끼는 사람. 긴네렛 키부츠에는 세례복 대여는 물론 샤워장과 탈의실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서 누구나 특별한 준비 없이도 세례를 받을 수 있다.

◆ 갈릴리의 어부들

돌아오기 전날 아침 호텔방에서 해돋이를 지켜보다 햇빛을 탕탕 튕겨내는 호숫가로 내려갔다. 바위위에 서서 낚시에 열중하는 사람들의 실루엣을 바라보다 돌아서는 길에 이제 막 호수에서 돌아온 어부들을 발견했다. ‘갈릴리의 어부들!’ 이 두 단어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묘한 감동은 뭐라고 설명하기가 힘들다.

예수는 갈릴리에서 공생활의 대부분을 보내면서 많은 기적을 행했다. 그리고 이 호수 위에서 베드로와 다른 어부들을 제자로 받아들여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라”고 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2000년전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살고자 사람사이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인내한다.

그러나 정작 이곳 갈릴리의 어부들은 스스로 욕심을 버리는 간단한 방법을 택했다. 어부들은 매일 해가 질 무렵이면 호수로 나가서 아침이 되어서야 돌아온다. 두 사람이 올라타면 꽉 차는 그런 작은 배에 어구를 싣고 나가면 하루의 일용할 양식을 살 수 있을 만큼의 고기 이상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러나 그들의 표정에는 근심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이스라엘=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취재협조=이스라엘 관광청 02-733-1021
EL AL 이스라엘 항공 02-779-5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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