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행사에서 내놓은 제주도 트래킹 상품은 책상머리에 앉아서 펜끝으로 개발한 상품이 아니다. 제주도에 지사를 설립하고 전담 직원을 두어 코스 답사만 해도 몇 번을 했는지 모른다. 큰돈을 들여 일반인들을 초청해 시험적인 투어까지 마치고 나서 상품을 확정하고 이제 막 모객을 시작한 시점이었다.
결국 이 사건은 문제를 일으킨 여행사에서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판매를 중단하는 것으로 해결이 났지만 건강까지 해쳐가며 이번 프로젝트에 애정을 쏟았던 D여행사 사장은 아직도 분한 마음을 달래지 못하고 있었다.
또 다른 사건. 근래에 만난 E여행사 직원은 최근 몇 달 사이에 회사 전체의 운명이 달려있는 복잡한 사건에 휘말려 냉가슴을 앓고 있다. E여행사의 사장과 채무관계에 있던 G여행사의 대표가 빚을 독촉하며 배낭여행으로 꽤나 이름이 알려진 E여행사의 상호와 홈페이지 주소를 달라고 요구한 것.
E여행사의 직원들은 기존 사장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사원들끼리 별도의 법인으로 재기하려고 노력중이지만 과거의 채무관계 때문에 G여행사에게 도메인을 빼앗기고 철자 하나를 덧붙인 새로운 도메인으로 홈페이지를 옮기고 있다. 현재 G여행사는 기존 홈페이지에 E여행사는 강남역에서 선릉역으로 이전했다는 메시지를 띄우며 속사정을 모르는 소비자들을 끌어가고 있다.
이런 식의 ‘상품베끼기’나 ‘남의 밥그릇 뺏기’가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몇 년씩 쌓아올린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얌체족들은 얼마나 튼튼한 위를 가졌길래 소화불량에도 안 걸리는지 궁금할 뿐이다.
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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