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한 나라에는 한국인의 급한 성질을 표현하는 용어 가운데 ‘pali pali'(빨리 빨리) 라는 것이 있다. 시간적인 여유를 두고 빨리 준비하는 습관이 아니라 막판에 가서야 급히 해치우는 급성체질을 나타낸 부끄러운 말이다. 자장면을 시킨 지 5분 정도 지나면 못 참아서 소리 지른다. ‘자장면 아직 안나와?' ‘예, 지금 나가요.' 그러고 10분 후에나 나온다.

이런 조급한 마음을 스스로 억누르면 미리 준비하는 습관으로 전환시키는 노력이 있어야 되지 않겠나. 미국 친구들의 결혼식에 여러 번 참석한 적이 있는데 결혼식이 있기 1년 전에 초대할 손님들을 선정하여 6개월 전에 초대장을 보내주는 것이 아닌가? 반년 후의 날짜와 시간을 예약한다는 데 가겠다는 대답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우리처럼 일주일 전에 받게 하면 될 것을 오랜 세월동안 준비하다니 놀라웠다.

손님들의 시간을 미리 예약해 놓으면 참석율도 거의 100%에 달한다. 초대자의 입장에서는 참석여부를 미리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음식주문도 정확하여 낭비도 막고 비용도 규모 있게 사용할 수 있어 좋다. 7월초의 중요한 국제행사와 관련하여 3장의 초대장을 받았는데, 놀랍게도 행사참여 후 대구에 내려와서다. 세미나 만찬은 7월 4일인데 코엑스 우체국 소인은 7월 4일, 나머지는 행사일 이틀 전 날짜의 우체국 소인이 찍혀 있었다.

다행히 만찬은 주최측에서 미리 알려줘 참석했지만 왠지 손님 수가 적다고 생각하였더니 사단이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초대받은 손님들이 약속이 전혀 없이 시간을 비워두고 있다가 무슨 초대만 받기를 기대하는 상황을 전제조건으로 할 때나 통할 수 있는 일이다. 억수로 운이 좋아 이런 상황을 맞을 때는 무리없이(?) 초대장이 힘을 발휘하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설령 받았다하더라도 하루 이틀 전인데 선약이 있는 경우는 어쩔 수 없이 불참하는 결례를 범하게 된다. 앞의 예는 너무 심한 것이지만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다. 평소 하도 이런 일이 많아서 호기심이 발동했다. 도대체 행사 일 며칠 전에 나에게 연락을 취하나 조사하고 싶어 작년부터 전국에서 오는 초대장, 회의연락용 서신이나 전화, 이메일, 그리고 서류제출 마감일 등을 모아서 살펴보았다.

초대장은 행사 일을 넘겨서 도착하는 게 종종 있었고, 서류도 불과 마감 며칠을 남기고 연락해오는 경우도 자주 있다. 물론 시간적인 여유를 충분히 주는 경우도 많지만. 이럴진대 10일 전쯤 연락해주는 사람을 보면 고맙다는 생각까지 든다. 미리 준비하는 습관이 국제화 시대에는 정말 필요하다. 외국 기업인과 상담 날짜를 잡거나 중요한 사람과의 약속은 한달 전 아니 늦어도 일주일 정도는 잡아야 한다.

그래야만 약속한 날에 미팅이 가능하다. 시간 여유를 두고 일찌감치 연락하면 받는 사람은 약속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성사되는 확률이 높다. 고맙다는 생각이 들 정도면 상대방에 대한 매너점수도 올라간다. 행사에 꼭 초대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한달 전에 초대장을 보내자. 그런데 여러분은 초대장을 언제쯤 받으시나요?

대구계명대 관광경영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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