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공 홀 세일러 시장 ‘꿈틀’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로 양분돼오던 홀세일러 시장이 최근 몇 년새 오케이투어, 허브투어 등으로 다각화되면서 여행상품 외에 항공권 판매에 대해서도 다양한 홀세일 움직임이 시도되고 있다. 최근 홀세일을 하는 여행시장에 공공연하게 떠돌아다니는 소문 하나.

아시아나가 아예 ‘아시아나 홀세일 지정업체’로 세방여행사, 하나투어, 모두투어를 공식적으로 지정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다른 여행사보다 경쟁력 있는 가격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 이같은 소문은 최근 41주년을 맞은 세방여행사가 ‘여행업 유통구조의 변화’ 차원의 아시아나 항공권 홀세일 판매를 표방하면서 그 신빙성을 더해왔다.

그러나 이같은 소문에 대해 아시아나측은 “사실과는 전혀 다른 모르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패키지, 홀세일, IVR(Incentive Volume Rate), 상용 등 에이전트의 ‘특성별 관리’를 하는 것 뿐 지정업체 선정은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패키지업체에게는 광고비지원의 이름으로 가격 프로모션을 하고 소규모 무역 전문 대리점에게는 화물쪽을 강화하는 방식의 지원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아시아나의 한 관계자는 특히 “이번에 불거진 세방여행사의 일은 세방쪽 자체내의 의지이지 결코 아시아나와의 협약에 의한 게 아니다”라며 “철저한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의견은 세방쪽에서도 이견이 없다.

이번 아시아나 항공권 홀세일러로의 변화는 인바운드 쪽에서 확실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세방이 아웃바운드 실적을 위해 구축한 변신의 일환이라는 것. 아시아나항공을 시작으로 향후 항공권 홀세일러로 자리잡는다는 계획이다. 세방여행사의 김국성 과장은 “이번 움직임은 옛날 아웃바운드에서의 명성을 회복키 위한 세방의 의지로 아시아나는 그 첫 번째 단계일 뿐”이라며 “무리한 광고나 직접 영업보다는 세방의 노하우와 시장의 수요공급 원리에 맞춰 차근차근 밟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세방이 “새로운 유통구조를 위한 사업투자 용의도 있다”고 밝혀 시장 개척을 위한 새로운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항공권 홀세일을 위한 여행사의 움직임은 비단 세방뿐이 아니다. 현대드림투어나 범한여행사 등 그룹사를 끼고 있는 여행사의 경우 그룹사 수요에게만 제공하는 IVR요금을 일부 개별 여행객을 송출하는 여행사에 저렴하게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

특정코스에 대해 단발적으로 단체요금보다는 비싸지만 개별요금보다는 훨씬 저렴하게 티켓을 제공한다. IVR요금에 대한 증빙서류가 간편하기 때문에 공공연한 편법이 일부 진행돼 왔다. 이외에도 홀세일러들이 특정구간이나 일정기간동안 수수료를 전혀 가지고 가지 않거나 일부만 챙기면서 좀더 경쟁력있는 가격으로 판매 하는 경우도 왕왕있다.

오케이 투어의 한 관계자는 “다른곳보다 더 좋은 요금을 받았을 때 7% 커미션이 아닌 9%를 떼주는 경우가 있는데 밖에서 보면 노 커미션으로 오해하기도 한다”며 “한시적이기는 하지만 괌 사이판 등 일부구간의 그룹을 모으는 과정에서 자체 수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 손은 많이 가고, 커미션은 적고

항공권 홀세일러의 등장에 대해 거의 대부분의 업체들이 ‘왠만한 조직력 가지고는 운영하기 힘들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예약하는 카운터 직원은 물론 항공권을 배달(delivery)해주는 인원까지 투입되는 일손이 적지 않다. 그렇게 해서 받는 수수료는 보통 2%. 물론 훨씬 저렴한 항공가를 받아 미리 항공가격을 올린 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면 그 수익은 조금 더 늘어난다.

그렇다고 해도 들어가는 인원과 수고로움을 생각하면 결코 만만한 운영이 아니다. 하나투어의 한 관계자는 “조그만 여행사에서 손님을 넘기면 그 손님의 여행상담부터 예약, 티켓까지 모두 다 하나투어가 대신한다. 그렇게 해도 수수료의 7%는 그 여행사로 가기 때문에 농담으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누가 챙긴다’는 말을 할 정도”라며 “이처럼 체계적이고 방대하게 움직이는 시스템이 없이는 항공 홀세일러가 무리”라고 설명했다.

또한 “소규모 여행사일수록 전체 운영에서 항공수수료가 차지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빠른 입금과 안정적인 공급 등 자금력 부분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외국항공사의 경우도 특별 프로모션을 하는 여행사에 대해 작게는 1개에서 많으면 몇십개까지 특수 대리점을 가지고 있다.

E외항사의 한 관계자는 “성지순례가 전문인만큼 성지순례 전문여행사 4군데와 함께 상품 및 가격 프로모션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며 “홍보와 개발차원에서 더 좋은 가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F항공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직항노선이 아니기 때문에 큰 규모의 한두군데 여행사보다는 20군데의 소규모 여행사를 중심으로 판매활동을 벌이고 있다.

◆ ‘거대 항공권 홀세일러는 싫어”

일본의 경우 항공권 판매를 몇몇 대형 홀세일업체가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일부 구간좌석에 대해서 아예 1년치 좌석을 사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좌석을 어떻게 판매하는지는 여행사 소관. 하나투어는 동남아나 일본쪽 항공기 특히 24시간 운영되는 인천국제공항의 스케줄에 따라 시간때가 좋지 않아 활성화되지 못한 비행기의 좌석을 일부 사버리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모두투어 역시 블록차터 계약을 위한 물밑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투어의 한 관계자는 “항공사와 조건을 조율중으로 조만간 결정이 날 것”이라며 “방콕과 괌·사이판 구간에 30∼40석의 좌석을 6개월에서 1년간 아예 구매할 예정”이라고 귀뜸했다. 항공권 홀세일에 대해서 일본 여행업 패턴의 초기단계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움직임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물량확보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다. 국내 항공사들이 일본의 예를 빌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기 때문이다. 국적기의 한 관계자는 “항공권 홀세일러가 자연스러운 흐름인 것은 사실이지만 항공사를 움직일 수 있을만한 물량을 아예 공급해주기는 힘들다”며 “항공입장에서는 여러 업체가 서로 공정한 경합을 벌여 서로를 견제해주는 것을 바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도 “ATR수수료를 낮춘 것은 항공권 판매처를 한곳으로 모아 자신들의 인력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항공사의 의지인 것은 분명하지만 자본이나 인력을 떠나 우선 항공사가 특정 여행사를 키우는 데서 소극적이기 때문에 일본처럼 큰 대규모 홀세일이 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 잘하면 여행사 항공사 모두 윈윈

항공권 홀세일러는 특화된 여행사가 특별요금을 적용받아 ATR 및 다른 여행사에 좀더 저렴한 가격으로 항공권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소규모 여행사에게 좋고, 항공사 역시 관리의 편리성과 티켓판매로 인한 인력을 줄일 수 있어 환영할 만 하다. 홀세일 여행사 역시 해당 항공사에 실적을 쌓을 수 있어 향후 더 좋은 조건과 좌석을 받을 수 있어 그야말로 윈-윈(WIN-WIN) 전략인 셈이다.

그러나 여행업 많은 관계자들은 항공권 홀세일이야말로 ‘운영의 묘미’를 살려야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항공사와 항공권 홀세일과의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홀세일 여행사와 일반 여행사와의 관계도 조정되기 때문. 자칫하다가는 ‘또다른 주종관계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심심찮게 나오는 상황이다. 또한 일본의 경우처럼 홀세일과 소규모 여행사 사이에 위치한 중간규모의 여행사가 점차 설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점도 절대 간과할 순 없다.

박은경 기자 eunkyung@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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