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로라는 태양에서 초고속으로 방출되는 전자나 양성자 입자의 흐름인 태양풍과 지구 자기장과의 충돌로 생긴다. 물론 북유럽의 핀란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곳이 랩랜드이며 랩랜드의 시작을 알리는 곳이 산타마을로 유명한 로바니에미(Rovaniemi)다.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을 두고 이런 때 쓰나보다. 핀란드 최북단의 이발로(Ivalo)행 항공기가 만석인 관계로 로바니에미행 비행편을 이용해 북극권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미 늦은 밤이라서 그랬던지 산타마을은 한적하기만 하다. 굳게 닫혀진 창문사이로 전세계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을 한아름 간직한 엽서만이 수북히 쌓여 답장을 기다리고 있다.

잠시동안의 산타마을과의 만남을 뒤로 하고 다시 이발로까지 차로 4시간을 달렸다. 휘몰아치는 눈발에도 불구하고 시속 100km가 넘는 속력을 내는 가이드의 운전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야간주행으로 피로가 쌓인 것 같아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대신 몰겠다는 말을 옮겼으나 ‘눈길이라 숙달이 되지 않은 사람은 몰기가 힘들다’는 말이 돌아와 걱정하는 마음을 접어두고 편히 잠을 청했다.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는 느낌이 든 정도였다. 싸리첼카에 도착해 이미 랩랜드 내부로 깊숙히 들어왔다. 핀란드의 북극권은 랩랜드(Lap Land)라는 지역으로 더 유명한 곳이다. 랩랜드는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러시아북부를 포함한 땅으로 이 지역에는 원주민인 랩족이 살고 있다.

랩족은 현재의 국경선으로 분할되기 전에는 순록을 유목하면서 랩랜드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살았지만 국경분할로 현재는 랩족중 일부만 방목을 하고 대부분 문명화된 생활을 하고 있다. 랩랜드의 이미지는 랩족과 함께 눈과 얼음이다. 가이드의 소개로 우리들이 매체로부터 접했던 북극의 이글루와 비슷한 얼음집을 잠시 들렀다.

얼음집 속에 얼음 침대, 그 위에 순록의 털을 깔아 놓았지만 그 위에 누워 있는 것도 잠깐이었다. 몸속으로 스며드는 한기에 잠을 청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했지만 이곳에서 숙박하는 관광객들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특히 결혼식을 치룰 수 있는 얼음 예식장 또한 평생의 한번(?) 갖는 결혼식을 이색적으로 치루기에는 안성맞춤이며 예약자 또한 넘쳐난다고 하니 ‘요지경 인생’이라는 말이 과히 지나치지 않다.

◆ 랩족의 문화 탐방
랩랜드의 주인인 랩족의 문화를 만나기 위해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넬림(Nellim)으로 향했다. 1시간여를 달려 마을회관과 같은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이미 준비된 어린이들과 어른들의 춤공연이 이어진다. 랩족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는 것 같지는 않은 랩족의 춤은 아코디언의 강한 소리와 함께 시작되면서 남녀 각각 4명씩 어우러졌다.

랩족의 전통 춤은 러시아와 집시의 춤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얼마되지 않은 공연이 끝나고 우리네의 베틀과 같은 기구를 이용해 천을 만들어내는 과정과 함께 순록의 가죽으로 만든 신발 제작과정을 지켜보았다. 보온 효과를 위해 짚을 신발에 넣고 끈으로 발목을 둘러쌓아 직접 신어 보니 푹신함과 함이 발밑으로 전해졌다.

소수민족의 형편없는 문화라고 치부하기에는 시범을 보이는 랩족의 모습이 진지하기만 했다. 민속공연을 관람하고 지척에 있는 러시아와 국경을 닿고 있는 초소로 향했다. 시골길의 간이초소를 연상케 하는 국경검문소는 소련의 붕괴로 인해 어떠한 긴장감보다는 평온하기만 하다. 북한과 국경선을 두고 긴장감이 팽팽히 도는 것과는 달리 국경초소의 군인은 어떠한 무기도 소유하고 있지 않고 황량한 길 가운데 토끼만이 자유롭게 왔다갔다하는 자유로운 모습만 볼 수 있다.

다시는 광활한 랩랜드를 마음껏 돌아다니지는 못하는 상황에 처한 랩족, 국경이 분할되기 전의 그들의 삶 자체였던 유목생활에서 멀어져 버리면서 그들조차도 지키기 힘든 랩족 문화의 종말을 보는 것 같아 못내 아쉽기만 하다.

핀란드=김헌주 기자
hippo@traveltimes.co.kr

◆ 랩족과 그들의 언어
총 인구수는 약 3만명으로 핀란드의 랩족은 약 2,300여명으로 추산된다. 스스로는 사메(Saame) 또는 사브메(Sabme)로 부르고 있으나 주변의 다른 민족은 랩 또는 라프라고 부르며 노르웨이에서는 핀이라고도 지칭한다.

거주지역의 넓이에 비하면 인구는 턱없이 적다. 현재의 랩족은 그 생활양식에 따라 노르웨이의 북극해안에서 정주생활을 하고 있는 어민을 중심으로 한 해안랩, 스웨덴의 내륙산지를 이동하는 순록의 유목민인 산지랩, 스웨덴과 핀란드 일부와 러시아에 살면서 순록사육 외에 수렵을 병행하는 삼림랩으로 구분된다.

그들이 사용하는 랩어는 사메어라고하며 동부, 남부, 서부의 3가지 주요 방언으로 나뉘어지며 그 차이가 심해서 서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 정도다. 형질적 특징을 갖고 있어 핀계통의 다른 종족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따라서 랩족은 원래 판계 민족이 아니며 언어도 본래의 랩어는 핀계가 아니고 후에 핀우고르어파의 영향을 받아 현재의 랩어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회적으로는 모계가 중요시되는 한편 형제자매의 관계가 강하며 여성은 결혼 전의 성교섭과 순록사육의 권리를 가지고 있다. 종교는 일부의 러시아 정교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루터파 그리스도교도이다. 랩족에 관한 가장 오랜된 문헌으로는 타키투스의 ‘게르마니아’에 페니라는 민족명으로 그들의 매가한 생활을 기록한 것이 있다. 현재는 각국별로 랩협회가 설립되어 있고 최근에는 랩족의 학교, 신문, 라디오, 방송 등이 발족되어 그들의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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