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쫑’이 어깨 위에 떨어졌다. 다 자라봤자 새끼손가락 크기 정도일 뿐인 아주 작고 앙증맞고 깜찍하기까지 한 도마뱀 녀석이다. 머리 위에 떨어지면 재물 복이, 발등에 떨어지면 애정 운이 있다는 식으로 찐쫑은 태국인들에게 뜻밖의 행운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존재로 통한다.

낯설기만 한 태국의 조그마한 섬 코사멧(Koh Samet). ‘과연 어떤 섬일까’하는 어린아이와도 같은 호기심과 낯선 외딴 섬에 발을 딛는다는 설렘은 슬그머니 어깨 위에 내려앉은 찐쫑 녀석으로 더욱 커지고 말았다. 어깨 위에 떨어진 녀석은 과연 어떤 기쁨을 안겨다 줄 것인가.

사실 코사멧에 대한 기대와 설렘은 반페(Banphe)부두에서부터 절정을 향해 오르기 시작한다. 방콕에서 자동차로 약 2시간30분 정도 동남쪽을 향해 달리면 라용(Rayong)지방의 반페부두에 닿는다. 파타야 바로 아래 지역이다. 반페부두에서 또 20분 뱃길이면 태국의 숨겨진 보석 코사멧이 수줍은 듯 그 자태를 드러낸다.

2월 남국의 시골 부두는 참 활기차다. 저 앞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는 고기잡이 조각배 서너 척은 둥근 수평선만큼이나 아득하게 한가롭다. 그 아득한 한가로움을 꿰뚫는 것은 성질 급한 유럽의 젊은 배낭족 무리들. 정기여객선을 기다리지 못하고 그새 스피드보트를 빌려 타고 고래고래 환희의 고성을 내뱉으며 미지의 섬으로 향한다.

비릿한 생선 냄새 진동하는 부두에는 삼삼오오 모여 재잘대는 하얀 피부 금발의 관광객들과 아무 것도 새로울 것 없다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태평스런 오수를 즐기는 까만 피부 흑발의 현지인들이 묘한 대조를 이뤄 콘트라스트 강한 흑백사진처럼 진한 인상을 남긴다. 우리나라 강화도 크기의 반의 반 정도나 될까 말까한 코사멧은 아직도 열대 원시자연의 미를 만끽할 수 있는 섬이다.

태국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터라 회색 빛 콘크리트가 그리 쉽사리 밀려올 수 없었던 게 그 주된 원동력이다. 미끈미끈 포장길보다는 울퉁불퉁 흙길이 더 길고 넓다. 가끔씩 길 잃은(?) 커다란 뱀이 흙길을 가로지를 정도로 울창한 열대숲은 아직도 각종 동물들의 보금자리로 남아있다. 때문에 젊은 배낭족들은 해수욕만큼 트래킹이나 산악자전거에 열광하는지도 모른다.

푸른 파도 넘실대는 해변에서의 느긋한 해수욕과 일광욕만큼 일상의 멍에를 후련하게 벗겨내는 일이 또 있을까. 더군다나 손때 묻지 않은 미지의 섬에서 즐기는 은밀한 것이라면야…. 북에서 남으로 길쭉하게 뻗은 코사멧의 동쪽과 서쪽에는 많은 해변이 자리잡고 있다. 동쪽 해안선에는 실버샌드(Silver Sand)비치에서 사이케우(Saikaew)비치 등으로 길게 이어지는 이른바 다이아몬드 비치가 아침해를 맞이하고, 동쪽 해변과 달리 아담한 맛을 내는 동쪽의 크고 작은 해변들은 해질녘이면 온통 황금빛으로 물든다.

동쪽은 주로 유럽의 젊은 배낭족들이 찾는다. 해변을 따라 수많은 방갈로가 들어서 있고 야외 바와 식당들이 줄지어 서 있어 그나마(?) 번화가로 볼 수 때문이다. 특히 남쪽 끄트머리의 뱀부(Bamboo)레스토랑은 밤이 되면 한산해진 해변 위에 테이블을 설치하고 오직 흔들리는 촛불의 불빛에 의존해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인기가 높다. 운 좋으면 식사도중 아슬아슬한 불쇼도 감상할 수 있다.

동쪽과 달리 서쪽은 아담하고 평온한 느낌이 강하다. 굴곡이 심한 지형상 해변은 그다지 길거나 웅장하지는 않다. 대신 매우 호젓하고 안락하다. 거친 파도도 일지 않는다. 때문에 신혼여행객이나 가족여행객들이 주로 찾는다. 그들의 목적지는 코사멧의 대표적인 휴양리조트인 ‘아오 프라오 리조트(Ao Prao Resort)’다.

아오 프라오 리조트는 방갈로가 대부분인 코사멧에서 호텔식으로 운영되는 유일한 휴양리조트다. 이 역시 지난 94년 방갈로 촌으로 시작했지만 끊임없는 발전을 이뤄 현재는 52개 호텔식 룸과 코티지(Cottage)식 룸 등 약 90개의 객실을 갖춘 고급 리조트로 자리잡았다. 얼마 후면 대형 수영장도 들어선다고 한다.

리조트 앞의 해변은 500∼600m 정도에 불과하지만 탁 트인 시야 덕택에 결코 폐쇄적이지 않다.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리조트 투숙객들만이 이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넓다고도 볼 수 있다. 아오 프라오 리조트에서 절대 놓쳐서는 안될 게 있다. 바로 해넘이다. 이미 소문이 난 터인지 오후 예닐곱 시가 되면 비치의자든 모래 위든 발코니든 혹은 레스토랑이든 해넘이를 감상하려는 이들이 무리를 이룬다.

바다와 하늘과 산과 해변 모두가 시나브로 붉게 물들어 갈 때 숨죽인 탄성이 이곳저곳서 들린다. 둘만의 황금빛 사랑이 절정을 이룬다. 어깨 위에 떨어진 찐쫑이 암시한 것은 어쩌면 황금빛 낭만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태국 코사멧 글·사진 =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취재협조=에벤에셀투어 02-511-1230

유럽인 즐겨찾는 유명 휴양지 100만원 이하 체류형 상품 나와
코사멧은 여행목적지로서 아직까지도 희소성이 매우 높은 섬이다. 오스트리아, 독일, 영국 등 유럽인들에게는 유명 휴양지로 일찍부터 이름이 알려져 많은 이들이 찾고 있지만 한국에는 여전히 생소한 게 사실. 어지간히 헤집고 돌아다니지 않으면 마주치기조차 힘들 정도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상품은 에벤에셀투어의 ‘방콕-아오 프라오 리조트’ 휴양형 3박5일 상품. 지난해의 경우 약 100쌍 정도의 신혼여행객이 이용했다. 코사멧의 다이아몬드 비치까지 보트를 타고 들어와 반나절 정도 일정을 즐기고 다시 되돌아 나가는 정도의 상품이 운영된 적은 있어도 리조트에서 이틀 숙박하는 상품은 이것이 처음이다.

대부분 고가이기 마련인 리조트 체류형 상품인데도 100만원 이하의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게 큰 특징이다. 물론 식사, 스노클링, 카약, 요트세일링, 비치 마사지, 코끼리 트래킹 등 모든 것을 포함한 ‘노 옵션’형 상품이다. 방콕에서 자동차로 2시간30분이면 닿을 수 있고 육지에서도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지리적 특징이 이점으로 작용한다.

항공이 아닌 육로 이동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책정이 가능한 것이다. 방콕에서 첫날 숙박한 후 왕궁관광 등을 즐기고 코사멧으로 이동, 아오프라오 리조트에서 이틀 동안 숙박하면서 다양한 해양스포츠와 자유일정 등을 즐긴다. 또 파타야에서 코끼리트래킹 등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에벤에셀 한형석 사장은 “태국도 모든 것이 포함된 리조트 체류형 상품으로 하루빨리 자리잡지 않으면 이미 리조트 상품이 활성화된 필리핀으로 시장 자체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이번 상품기획의 배경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또 “코사멧은 국내항공편을 이용해야 하는 등의 비용상승 요인이 없어 저렴한 가격의 보다 실속 있는 상품 구성이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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