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비자계약법 그 내용과 대책>

이번달 들어 본격 시행된 일본의 소비자계약법은 상당히 애매하고 까다로운 게 사실이다. 사례에 따라 법 적용 여부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발생 가능한 경우의 수 또한 방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본 소비자의 권익은 한층 더 강화되겠지만 이로 인해 한국 인바운드 업체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거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이에 한국 인바운드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소비자계약법의 내용과 그 대응방안을 모색해본다.

◆ 어떤 내용인가

소비자계약법은 고객이 '오인'과 '곤혹'에 의해 여행계약을 체결했을 경우 그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중 여행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오인 항목. 이는 구체적으로 ▲불성실 고지 ▲단정적 판단의 제공 ▲고의적인 불이익 사실의 불고지 행위를 일컫는다.
불성실 고지 행위는 고객에게 계약체결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사항에 대해 사실과 다른 거짓사항을 알려주는 행위다. 예를 들면 바다가 보이지 않는 객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객실이 오션뷰 객실인 호텔이라고 설명하고 여행계약을 체결하게 한 경우다. 단정적 판단의 제공 행위는 여행일정, 금액, 기후 등 향후 변동할 가능성이 있는 사항에 대해 단정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를 말한다. 고래관광의 경우 고래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고래를 볼 수 있다고 설명하는 행위다.

고의적인 불이익사실의 불고지 행위는 말 그대로 소비자가 받게 될 불이익 사항을 알고 있으면서도 고의적으로 알리지 않는 행위다. 예를 들면 호텔 수영장이 공사 중이어서 이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고객에게 이를 알리지 않고 계약체결을 유도한 행위다.

이상의 행위에 의해 고객이 계약을 체결한 경우 고객은 여행 출발 전은 물론 여행중과 여행 후에도 계약 취소를 요구할 수 있다. 계약 취소권 시효는 여행 종료 후 6개월이다. 여행전이면 여행사는 취소료 없이 경비전액은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위자료까지 물어야 한다. 여행중이나 여행 후에 계약이 취소될 경우에는 고객이 지불한 대금과 고객이 제공받은 서비스의 손익을 상쇄해 지불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명확한 손익상쇄 기준이나 방식이 결정되지 않아 향후 이를 둘러싼 잡음이 크게 일 것으로 보인다.

◆ 법 적용을 받는 대상은

소비자계약법 상의 계약은 개인 소비자가 여행업체와 개인적으로 체결한 계약을 말한다. 즉, 개인 대 사업체 사이의 계약이 그 대상이다. 따라서 사업체 대 사업체 사이의 계약인 사원 인센티브 여행, 수학여행, 업무출장 등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이 또한 쉽게 일반화시킬 수 없는 사항으로 사례에 따라서는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다. 소규모 기업의 경우에서처럼 같은 업무출장이라 하더라도 사업체가 아닌 개인 신분으로 직접 계약을 체결한 경우는 적용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현재로선 구체적인 계약 취소 사례가 없어 앞으로 업계에 미칠 파장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2001년 4월1일 이후 체결한 계약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적어도 5월은 지나야 구체적인 사례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일본측은 물론 한국측 업체도 '일단 두고보자'는 관망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이 법을 고의적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란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 있어 업계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여행 중이나 후에 계약이 취소되기라도 하면 한국측 인바운드 업체도 어느 정도의 피해 감수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일단 이미 배포된 팜플릿 내용대로 행사를 진행하는 한편 서로 정확한 정보만을 주고받도록 노력하고, 추이를 지켜보면서 향후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는 게 현재 인바운드 업체 대부분의 상황이다. 일본측과의 책임 감수 비율이나 기준, 방식 마련문제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노투어피, 덤핑으로 온 고객들도 소비자계약법의 적용대상이냐""며 강한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지만 ""기존의 여정보증제도, 손해배상 등에 이어 소비자계약법까지 시행돼 영업여건이 더욱 까다로워졌다""는 점은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무엇보다 일본측 업체에 정확한 정보만을 제공하는 게 관건이다. 지난달 말 소비자계약법 설명회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일본여행업협회(JATA) 법부·변제부 히로세 히로카즈 부부장은 ""소비자계약법은 소비자에게도 업체가 제공하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히고 ""따라서 일정, 호텔, 식사 등 여행 전반에 걸쳐 정확한 정보, 최신정보, 진실만을 제공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일본 에이전트에 전화 등으로만 정보를 제공하지 말고 팩스나 문서 등 향후 정보제공 증거물로 활용할 수 있는 채널을 이용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더 나아가 ""문제 발생시 특정 정보를 통보 받지 못했다고 발뺌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팩스나 문서에 구체적인 수신인명을 밝히고 수신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계약취소권 시효가 6개월인 점을 감안해 투어가 끝난 뒤에도 최소 6개월 동안 증거물을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일본측 거래업체와 새로운 정보교류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밖에도 당분간은 기존에 배포된 안내책자나 팜플렛의 내용을 최대한 지킬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빨라야 5월 이후에나 본격적으로 법 적용을 받는 고객이 들어오겠지만 이미 배포된 책자나 팜플렛을 교체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계약법의 보다 자세한 내용은 일본 내각부 홈페이지(www.cao.go.jp)상의 '국민생활행정·소비자의 창' 코너에서 얻을 수 있다.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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