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어를 마친 후 가장 소중한 것은 일상에서도 밀어부칠 수 있는 자신감이 새록새록 날 일깨웠다는 점이다. '언제 내가 다시올 수 있겠냐'고 대부분은 생각하지만 다시 일상에 지치고 힘이 들면 찾게 될지도 모르겠다. 벨기에 친구 조엘의 말처럼 '자연에서 힘을 얻은 것이다(I got energy from nature)'.

역시 캠핑투어의 하이라이트는 지구의 배꼽으로 불리는 에어즈락이다. 아니 호주 여행 중의 정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어즈락에 가기 전 시드니, 멜버른 등을 거쳤던 기억들이 에어즈락 투어 이후에는 무색해졌으니 말이다. 말로만 듣고 그림으로만 보던 에어즈락을 눈앞에 맞닥뜨리면 그 거대한 위용에 누구나 할 말을 잃고 만다.

어떤 과학적인 이유를 막론하고 높이 348m, 면적 3.3㎢, 둘레 9.4km에 달하는 하나의 거대한 붉은 바위가 거칠 것 없이 탁 트인 사막 한가운데 놓여있다는 사실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세계는 편평하고 그 한 가운데 에어즈락이 있다는 호주 원주민 에보리진들의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부터는 에어즈락을 울룰루(Uluru)라고 부르자. 1872년 탐험가 어니스트 길드에게 발견될 때 당시 총독의 이름 따서 에어즈락이라고 불리게 됐지만 그 전부터 울룰루를 중심으로 한 이 땅은 에보리진들이 살아왔고 신성시해온 곳이다. '레드센터(Red Centre)'라고 불리는 이 땅은 2만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최근 호주 정부는 노던 테리토리를 특별자치지구로 인정했고 에보리진들은 이제 '우리의 땅(에보리진 랜드)'이라고 부른다. 울룰루는 에보리진의 영원한 고향이다.

일반적인 울룰루 투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울룰루를 배경으로 일출과 일몰을 보는 것. 둘째는 울룰루 등반. 셋째는 울룰루 주위를 따라 걷는 것이다. 또 하나, 잊지 말고 방문할 것을 권하고 싶은 곳은 울룰루 한켠에 위치한 에보리진 문화센터. 일출과 일몰은 각각 그것을 보기 위한 포인트가 마련돼 있는데 해가 비치는 각도에 따라 그 색을 달리하는 모습은 장관이다.

원래 색이 무엇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울룰루는 태양의 각도나 그 후광에 따라 다양한 빛을 발한다. 해가 막 뜨기 시작할 때면 밝은 주황색이다. 밝은 낮에는 멀리서보면 보라빛이 되지만 가까이갈수록 이글이글 타오는 불구덩이 같다. 해질녁이면 붉은 색에 가까운 주황색이 되었다가 해가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면 암갈색으로 변한다. 그에 따라 하늘도 화답한다.

일몰 포인트에서는 일몰을 지켜보며 간단한 파티를 마련한다. 그간의 노고에 대한 격려를 서로 나누며 삼페인이나 맥주를 나눠 마신다. 울룰루를 배경으로 어울려 사진도 찍고 말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상념에 빠지기도 한다. 이때 즈음이면 어색했던 팀원들간의 분위기가 누그러지고 한껏 고조된다. 에어즈락 리조트에서는 일몰을 바라보며 만찬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가 제공되기도 한다.

울룰루의 등반은 전적으로 관광객의 선택에 따른다. 밧줄을 잡고 올라가야 하는 가파른 등반 코스도 문제지만 오전 10시가 넘어가면 뜨거운 태양과 지열에 의해 체감온도가 50도는 훌쩍 넘어가는 살인적인 더위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오르다가 심장마비 등을 이유로 죽은 사람들도 있다. 때문에 오전 10시가 넘으면 등반을 금지한다.

등반의 선택을 결정짓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이곳을 신성시하는 에보리진들은 '제발 오르지 말라'고 호소한다. 에보리진들이 운영하는 울룰루 옆에 위치한 문화센터에서는 이에 대해 자세한 안내를 하고 있다. 에보리진들은 절대 오르지 않는다. 이러한 문화를 존중한다면 오르지 말아달라고 정중하고도 간절하게 호소한다.

이 때문에 많은 여행객들이 오르려고 했다가 포기한다. 애보리진의 문화를 존중해서다. 전적으로 선택에 맡기긴 하지만 에어즈락 주변 곳곳에는 절대 사진을 찍거나 들어가서는 안되는 금기 장소들이 많다. 울룰루의 등반은 일반인들이면 보통 왕복 2시간 정도 걸린다. 초반 3분의 2까지가 올라가기 힘들다고 하는데 쇠줄을 잡고 올라야 할만큼 그 경사가 가파르다.

대부분 울룰루 위에서 일출을 맞이한다. 다양한 울룰루 투어 일정 중에서도 백미로 꼽히는 일출맞이는 그 어느 것하고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장관이다. 드넓은 사막에 해는 코너산 위로 떠오르고 반대편으로 카타츄타가 시시각각 다른 붉은 빛으로 화답한다. 오르지 않는다면 울룰루를 한바퀴도는 베이스 투어에 참석할 수 있다. 거대한 하나의 바위같은 울룰루를 가까이서 보면 참으로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어 놀라게 된다.

오랜 옛날 원주민들이 남긴 그림이 새겨진 동굴도 있고 비가 오면 물이 흘려내리는 폭포도 있다. 햇볕에 따라 색깔을 달리하는 모습도 아름답고 다양한 들꽃이나 나무, 사막 갈대 등에 둘러싸여 쓸쓸한 풍광을 만들어 내는 것도 일품이다. 울룰루에서의 숙식은 울룰루 근방에 위치한 에어즈락 리조트 지역에서 해결할 수 있다.

에어즈락 리조트 지역은 고급 호텔부터 배낭여행객들을 위한 저렴한 숙소와 캠핑 구역, 각종 숍, 병원, 식당 등이 들어선 곳이다. 이곳내에 위치한 방문객 센터를 방문하면 각종 정보와 투어프로그램을 알 수 있다. 다채로운 레드센터의 풍경과 문화를 즐기기 위해선 커다란 풍선이나 헬기를 타고 한바퀴 돌 수도 있고 낙타를 타고 사막 투어에 나설 수도 있다. 또 에보리진 문화를 직접 체험하기 위해 그들의 부락을 방문하는 투어일정도 있다.

에어즈락 투어는 그전에 가보았던 어느 곳에 대한 기억도 무색하게 만들만큼 강렬한 경험으로 남아있다. 당시에는 결코 두 번 이상은 갈 곳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때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자꾸만 아련한 추억에 잠긴다. 더욱 잊을 수 없는 것은 거친 원시 자연에서 맞닥트린 내 모습과 마주친 사람들이다. 직접 그 안에 있고 그 위를 걸으며 만지고 보았기에 느낄 수 있었던 감정들. 자신감은 갖되 한없이 겸손하게 살고 싶다.


호주 에어즈락 글·사진 =김남경 기자 nkkim@traveltimes.co.kr
취재협조 = 키세스투어(02-733-9494)
어드벤처투어스(www.adventuretours.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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