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열렸다. 정부가 본래부터 얘기하던 ‘열린 청와대’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항의를 위해 청와대로 쳐들어갔다는 것이다. 사건의 경위야 이미 언론에 대대적으로 공개된 바 있다. 담당 여행사였던 하이센스는 유치 자격이 취소됐고 정부는 여행사의 과열 덤핑 경쟁에 대해선 강력하게 단속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지만 정작 뭔가는 빠져버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것은 그동안 우리가 대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있어서 자꾸 중국에 끌려가고 있다는 인상이다. 사건의 발단이야 한국 여행사가 실수했지만 중국인들이 청와대 앞에서 항위시위를 벌였다는 사실 또한 기가 막히다. 더군다나 관광공사 관계자도 부르니 달려가고 서울시 관계자도 부르니 달려가고 이들이 기자회견이 필요하다고 하니 기자들까지 불러주고….

중국에서, 미국에서, 태국 등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대통령이나 왕궁 앞에서 항의 시위를 펼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아마도 우리는 이유를 막론하고 국가 망신이라고 비난할 것이다. 아마 누군가 경호대에 의해 다친다 할지라도 우리 국민의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나무랄 것이다. 책임의 반은 중국 여행사측에도 있다. 국내 여행사가 거래를 맺은 것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아니라 중국의 유치 여행사이다. 행사 전반에 걸쳐 손님들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그들에게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냥 자기네 나라로 돌아갔다. 여행사의 실수를 두둔하는 것은 아니다. 일의 해결 과정에서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못내 답답하다.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는 한국에서 뭔가 불편 사항이 생기면 청와대 앞에서 항의하라는 소문이 나돌지도 모른다. 중국 정부와 언론들은 이 사건을 어떻게 볼까? 한국인임이 서글퍼진다.

김남경 기자 nkkim@traveltimes.co.kr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