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서울의 ‘시티투어’가 다시 시작될 모양이다.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개별 관광객들이 서울시내 주요 관광코스를 시간제약없이 돌아볼 수 있는 도심순환 시티투어버스가 운행될 차비를 마쳤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지난번 발표한 자료를 보면 덕수궁-광화문-경복궁-대학로-동대문시장-덕수궁을 경유하는 이른바 ‘600년 고도탐방코스’ 노선에 14곳의 정류장을 설치, 올 하반기부터 시티투어버스를 투입키로 되어 있다.

시티투어 버스의 장점은 누구나 다 아는 것처럼 관광객들이 내리고 싶은 정류장에 내려 버스운행 시간내에는 시간 제약을 받지 않고 가보고 싶은 곳을 둘러본 뒤 다시 다른 투어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이 점은 더욱 분명해진다. 가까운 일본 동경의 예를 보자. 동경시내를 단체여행시켜주는 ‘하토버스’란 독특한 프로그램이 바로 그중의 하나다.

이 프로그램은 여행자용 전용버스가 동경 구석구석을 운행하면서 관광객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개인적으로 돌아 다니는 것보다 요금은 좀 비싸지만 그에 못지않게 알찬 내용이 이를 상쇄시키고도 남을 정도다. 한나절 코스, 하루 코스, ,야간 코스 등이 있어 관광객들이 자기의 구미에 맞게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이 제공되는 데다 짧은 시간안에 폭넓은 관광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술의 도시 파리도 마찬가지다. ‘시티라마’, ‘파리비전’ 등 시내를 일주하는 관광 버스를 이용하면 파리의 명소는 모두 돌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곳의 경우는 한가지 흠이 있다. 버스 안에서만 관광을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발로 찾아가서 보는 것과는 느낌이 떨어지는 단점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도 야경이 아름다운 파리의 밤풍경을 돌아보는 재미는 어디에도 비할 수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달리는 유람선에 몸을 실어보는 것 또한 색다른 즐거움이 따를 것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다.

더욱이 파리는 치안이 잘 돼 있기로 정평이 나 있다. 그렇다면 관광객들은 안심하고 자기가 가보고 싶은 곳을 즐겁게 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 우리는 관광 선진국들의 이러한 예를 익히 알고 있다. 그런데 이를 모방(?)한 서울의 ‘시티투어’가 번번히 실패의 과정을 밟았다는 데 정책당국의 철저한 보완조치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97년 첫선을 보인 서울시티투어는 시작 9개월만에 적자누적을 이유로 슬그머니 중단됐었다.

그때 서울시는 운행중단 열흘이 넘도록 그 사실조차 제대로 홍보하지 않아 서울시의 관광 이미지를 흐리게 했었다. ‘시티투어’가 이렇게 된 것은 사업자체가 적자 투성이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루 평균 이용객수가 11명, 1개 노선 기준으로 하루 평균 4명에 불과했던 관광객 수를 볼 때 수지 맞추기가 불가능했음은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는다.

새 천년을 맞아 다시 시작하는 시티투어가 이런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대도시 관광을 원하는 외국인이나 짧은 시간동안 한국에 체류하는 통과여행객을 위한 ‘시티투어’ 사업이 활성화된다면 귀중한 외화획득은 물론 관광한국의 이미지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당국은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철두철미한 계획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을 일임하고 실천해야 한다.

문화관광부는 이와 관련, 여행사나 호텔 등이 내・외국관광객들의 수요가 있을 때에 한해 불규칙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현행 시티투어와는 다른 개념으로 이 제도를 대도시 관광상품으로 정형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내년은 한국방문의 해다. 모처럼 재개되는 ‘시티투어’가 좋은 결실을 맺어 이것이 우리나라의 관광 이미지 제고에도 기여해 주기를 바란다.

삼성언론재단 미디어실 연구위원
전 연합뉴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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