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업계 맥을 짚어내는 날카로운 시각과 재치를 바탕으로 본지 칼럼니스트로 왕성하게 활동중인 오익근 교수가 최근 공격적 마케팅으로 관광정책을 선회한 아시아 최고의 관광도시 홍콩을 찾았다. 그의 눈에 비친 변화하는 홍콩은 어떤 모습일까. 본지는 지령 500호를 맞아 오익근교수의 홍콩방문기를 담았다.

◆ 홍콩관광 키워드가 변하고 있다.
구룡반도 북쪽 신계지, 오른쪽 사이쿵 지역은 떠오르는 생태관광지. 특히 사이쿵타운 항구 해산물 시장은 랍스터등 싱싱한 해산물 가득해 2002년부터 해산물 축제 개최 예정. 홍콩 컨벤션 전시센터는 지난해에만 2,500건 행사 거뜬히 소화해 낸 최첨단 시설로 세계 10대 컨벤션센터로 선정 되는등 홍콩 컨벤션산업 선도.


홍콩이라면 빅토리아 하버라인에 줄지어 서있는 수많은 고층건물, 야경, 침사추이의 북적거리는 모습을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홍콩은 지금 변하고 있다. 금년 4월 1일에 홍콩관광협회(Tourist Association)는 홍콩관광진흥청(Tourism Board)으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 현재까지 업체회원의 회비로 운영해 왔지만 이를 없애고 홍콩정부의 전액지원으로 관광진흥을 위해 공격적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앞으로 홍콩관광의 변화를 짐작하게 한다.

2000년에 홍콩을 방문한 숫자는 1,300만명이나 되는데, 아시아에서는 중국 다음이지만 태국이나 말레이시아보다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호텔이 많기로도 유명하지만 워낙 많은 관광객이 찾다보니 호텔 숙박율은 연평균 83%를 유지한다. 홍콩의 주요시장은 중국(29%), 대만(18.3%), 한국과 일본(13.4%), 동남아시아(13.4%) 순으로 아시아 역내관광의 대표적인 목적지로 자리를 잡았다.

우리 나라에서는 작년 한해 동안 37만명이 다녀갔고, 전년 대비 증가율이 28%로 1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보내는 나라 중에서 최고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작년에 관광객이 홍콩에서 지출한 비용은 593억 홍콩달러(약 8조9천억 원)이다. 빅토리아 해안중심에 위치한 컨벤션·전시센터를 비롯한 고층건물들의 찬란한 불빛, 란콰이퐁 거리와 나스포 테라스 골목의 재즈 바, 스탠리 마켓의 문화거리, 빅토리아 피크에 위치한 카페데코(cafe Deco)가 홍콩의 낭만을 대표하고 있다.

그러나 리젠트 호텔 바에서 사랑하는 이와 카카오피즈 마시면서 확 트인 창문을 통해 빅토리아 피크(Peak) 아래에 펼쳐지는 바다 건너편의 야경을 바라본다면 낭만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되겠다. '낭만을 위하여' 라는 관광코스를 개발하면 젊은 층과 중년층에게 꽤 인기가 있을 것 같다. 낭만이 홍콩 방문객들이 찾는 매력이라면 앞으로는 자연을 주제로 한 생태관광이 또 다른 매력으로 관광객에게 어필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홍콩을 작은 도심지역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필자도 홍콩이 서울 한 복판 정도의 크기라는 선입관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조금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이런 생각은 금새 없어진다. 구룡반도의 북쪽에 있는 산을 넘어 중국과의 경계선까지를 신계지(New territories)라 부르는데 이 곳은 아직 농촌지역의 자연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생태지역이다.

그 중에서도 심천이 바라다 보이는 룩켕지역의 호수는 중국과 맞닿고 있으며, 철새들의 도래지이기도 하다. 아! 사람뿐만 아니라 철새들도 홍콩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구나. 구룡반도의 오른쪽에 위치한 사이쿵 지역은 홍콩이 전략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지역이다. 침사추이에서 차로 약 1시간을 달려 도착한 그 곳은 숲이 우거지고 바다와 인접해 있어 주민이나 관광객들이 나들이하기 좋은 공원지역이다.

홍콩은 22개의 자연공원을 갖추고 있는데 주민이나 관광객들이 하이킹이나 피크닉 장소로 이용한다. 곳곳마다 서양식 바비큐 시설이 있어 문득 미국 유학시절 주변공원에서 바비큐를 즐긴 기억을 떠올리게 하였다. 홍콩의 번잡한 여행일정에서 벗어나 반나절이라도 휴식을 취하기에 안성마춤이다.

그러나 알고보니 필자가 다녀온 지역도 사실 사이쿵 반도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안내판에 쓰여진 '閣下在此'라는 글귀가 있길래 '閣下'라는 단어에 관심이 갔다. 나를 각하(?)라고 하다니… 사실은 '당신은 여기에 있습니다' 라는 표현인데 괜히…. 신계지와 사이쿵을 돌아보니 홍콩의 크기를 새롭게 가늠하게 되었고, 도심의 고층빌딩이라는 이미지도 달라지게 되었다.

홍콩의 70%가 녹지지역이고, 그 중의 40%가 자연보호지역이라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외국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사이쿵 타운 항구에 위치한 해산물 시장은 거리가 250미터나 되는데, 랍스터, 가리비, 조개, 새우 등 여러 갑각류와 대형 활어들이 십여 개의 칸으로 나누어진 컨테이너 박스에 빼곡이 차 있다.

홍콩의 서민들이 모여 사는 몽콕 지역의 인구밀도가 높아 기네스 북에 올라와 있다는데 여기서는 생선들의 밀도도 저렇게 높구나. 영등포 수산시장에서도 보기 힘든 광경이다. 즉석에서 골라 식당에 주면 원하는 대로 요리를 해주는데, 해산물을 즐겨먹는 우리 나라나 일본 관광객들이 군침을 삼킬 만하다. 홍콩에서 가장 좋은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지역이라 2002년부터 해산물 축제를 개최하여 방문객을 끌어올 계획을 갖고 있다.

홍콩의 또 다른 변화는 컨벤션 및 전시산업의 성장에서 찾을 수 있다. 홍콩컨벤션·전시센타(HKCEC)는 1988년 이후 아시아의 무역중심 도시와 최고의 국제컨벤션 및 회의장소로서의 지위를 차지하려고 애쓰고 있다. 2단계 시설은 1997년에 완공되어 전시홀, 컨벤션홀, 극장, 회의실, 식당이 들어서 있는데 센터 내에만 2개의 호텔(총 1,400실 규모)이 있다.

주위에는 39층 오피스 타워, 630실의 아파트 타워, 9개 호텔(총 객실 수 3,900실)이 있다. 작년에는 전시회, 컨퍼런스/세미나, 영화제/콘서트, 연회, 기업이벤트 등 총 2,500건의 행사를 소화해냈다. 우리 나라에서도 여러 지역에 컨벤션센타가 있는데 전시회나 컨퍼런스 중심의 행사에서 벗어나 다양한 행사개최로 시설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HKCEC 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10대 컨벤션센터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드웨어 측면만이 아니라 고객서비스 교육과 직원 행동강령의 철저한 실시 등 소프트웨어도 강조한다. 특히 부정, 차별, 성희롱 등 직업 윤리적인 이슈에 대한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실천함으로써 국제적인 규범을 준수하여 HKCEC의 명성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컨벤션 장소를 선정하는 회의기획자는 시설은 물론, 접근성, 숙박시설, 가격, 관광매력성을 중요한 결정요인으로 본다.

빅토리아 하버라인의 비즈니스 심장부에 자리잡고 있는 HKCEC는 현대식 시설 및 규모, 홍콩이라는 관광매력, 아시아 비즈니스의 중심 등 이점이 많아 더 많은 이벤트를 유치하게 될 것이고, 따라서 현재보다 더 많은 방문객이 홍콩을 찾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컨벤션 참가자의 평균 체재기간이 보통 관광객보다 길고, 일인당 지출이 많아 우리 나라에서도 컨벤션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지만, 절대 간과해서는 안될 점은 시설을 아무리 먼저 훌륭히 꾸며 놓아도 이벤트나 시설만 보고 저절로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홍콩, 라스베가스, 파리처럼 역사적으로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지역이나 즐길수 있는 시설이 생겨야 컨벤션산업도 성공할 수 있다. 컨벤션 장소를 결정하는 요인들을 생각하면 당연하다. 홍콩을 찾는 사람들의 평균 체류기간은 3박 4일인데, 홍콩 내의 유명지역만을 방문한다면 이런 일정으로도 별로 시간적 부담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홍콩을 충분히 감상하려면 적어도 4박5일이 필요하다는 게 PR 매니저인 보이드 펑(Boyd Fung) 씨의 솔직한 조언이다. 여기에서 소개하지 않은 문화행사에 참여하거나 사이쿵을 비롯한 신계지를 여행하려면 어쩌면 이 정도도 부족하겠다.

홍콩=오익근교수 ickoh@kmucc.kei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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