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범죄를 뜻한다'는 한국영화 '자카르타'가 지난 연말 극장가에서 히트를 쳤다. 전국 70만 관객 동원이라니 영화팬들 입에 '자카르타 자카르타' 많이도 오르내렸겠다. 그럼 자카르타는 범죄를 지은 사람들이 숨어사는 도시?

자카르타를 방문한 3월 14일, 때마침 인도네시아 와히드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시위가 대통령궁이 위치한 자카르타 중구 일대에서 열려 좀 소란스럽긴 했어도 자카르타를 범죄와 연결시켜 지난해 우리나라가 영화화한 것은 이 곳 사람들이 알면 기분이 좋지는 않겠다 싶다. 자카르타에서의 이틀이 지나면 발리로 갈 예정이다.

헐리우드는 '남태평양(South Pacific)'이라는 영화를 만들어 아카데미상을 쥐어주고는 국제적인 휴양지로서 발리를 알리는 일등공신이 됐는데, 우리는 자카르타를 국제적인 범죄도시로 잘못 알릴 수 있는 영화를 떡 하니 내놨으니. 실제로 발리에서는 아직도 영화 남태평양의 주제곡인 '발리 하이'를 상표로 사용한 맥주회사, 여행사, 크루즈회사 등이 성업중인 것을 보면 영화가 한 지역을 국제적인 관광지로 만들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인 것만은 틀림없다.

자카르타를 건너뛰어 바로 발리를 둘러보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런 기분 있잖은가.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들른 도시에서 공항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공항 창문 밖으로 그저 그 도시의 분위기만 느껴야 할 때. 얼마나 나가서 맘껏 둘러보고 싶던지.

자카르타 국제공항은 인도네시아 초대 대통령과 부통령의 이름을 따서 수카르노-하타 국제공항이라고 불리운다. 공항청사의 빨간 지붕과 주변 녹음이 어우러져 한적한 느낌을 주고 여객터미널 내부는 국제공항치고는 매우 한산한 편이다. 서울은 3월이라 아직 찬 기운이 가시지 않았는데 공항 출입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니 '훅' 하니 더운 기운이 발끝부터 가슴까지 순식간에 휩쓸고 올라간다. 그러고 보니 이곳의 3월은 평균기온 27℃의 사바나(savanna)기후가 위력을 발휘하는 건기(乾期)의 초입이구나.

다행히 스콜(squall)은 6일간의 인도네시아 일정을 비껴갔다. 스콜은 열대지방 관광도중 시시때때로 관광객들의 일정을 방해하며 퍼붓는 열대성 소나기. 지난해 말레이시아 랑카위에서 만났던 스콜은 자동차 보닛을 쿵쿵 두드릴 정도로 위력적이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서울보다 약간 큰 대도시 자카르타에는 인구 1,100만이 거주하고 있다. 대통령궁이 있는 중구와 동서남북구를 합쳐 총 5개 구로 이뤄진 자카르타의 중심은 역사적인 건물과 정부기관, 공원, 박물관, 이슬람 사원, 교회 등이 자리잡은 중구 메르데카(Merdeka)광장이다. 또 이 광장 한가운데에 우뚝 선 높이 137m의 모나스(MONAS) 탑은 인도네시아의 독립을 상징하는 기념탑으로 무게 35kg의 황금이 탑 꼭대기에서 불꽃처럼 빛나고 있다.

그래도 이런 곳은 좀 딱딱하다. 해서 젊은이의 거리로 유명한 '블록M'이 있는 시 남부로 향한다. 때마침 해도 뉘엿뉘엿, 자카르타의 젊음이 기대된다. 블록M은 일단 쇼핑가가 발달돼 있다. 특히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은 세계 어디나 그렇듯 그들 취향에 맞는 브랜드의 의류와 악세서리로 포장된 알디론플라자, 메라웨이플라자 등의 백화점이 있고 만남의 장소가 될 서양식 레스토랑도 눈에 띤다. 외국인이 밤 한때를 보낼 수 있는 유흥가와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식당도 길 한 켠에 크게 자리잡았다.

2 억1,000만명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인구의 80%는 이슬람교를 믿는다. 낮에 들렀던 시 동부 '수하르토 전 대통령 기념관'에서 만났던 여학생들처럼 머리에 천을 두른 무슬림들이 대부분이다. 우스운 것은 이들 여학생들은 학교에서 또는 사원을 갈 때 머리에 둘렀던 천을 벗으면 그때부터는 남학생들과 자유롭게 어울린다는 것이다.

블록M의 활기찬 풍경은 낮에 만난 수줍은 미소의 여학생들과 함께 묘하게 교차된다. 중구와 동·남구를 둘러보고도 시간이 남는다면 인도네시아 경제의 6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화교들이 모여 사는 곳, 차이나타운에서 중국 상인들의 활기찬 장사판을 보러 가도 좋다.

자카르타 글·사진=김성철 기자 ruke@traveltimes.co.kr
취재협조-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 한국지점 02-753-8848 발리 투어 02-757-4592

◆ 수하르토 박물관과 인도네시아 민속촌
자카르타의 중심 메르데카광장에서 동남쪽 방향으로 1시간30분 가량 달리면 흔히 인도네시아 민속촌이라고 부르는 곳이 나타난다. 볼거리가 한 곳에 그득하기 때문에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잦은 편이다.

'뮤지움 푸르나 박티 페르티위(MPBP)'라는 복잡한 이름의 '수하르토 대통령 박물관'과 '따만 미니 인도네시아 인디(TMII)'라는 인도네시아 각지의 명소를 미니어처로 만들어 전시한 '인도네시아 민속촌'이 이 곳의 주요한 볼거리이다.

수하르토 대통령 박물관은 수하르토 전 대통령이 집권할 당시 세계 각국의 정상들과 유명인사들이 인도네시아를 방문, 선물로 남기고 간 '작품'들이 전시된 곳이다. 특히 노태우, 김영삼 등 한국의 전직 대통령들이 남기고 간 청자, 백자, 자개장들이 다른 세계 정상들이 선사한 이색적인 선물과 함께 전시돼 일면 '세계속의 한국'의 위상을 보기도 하고 세계 각국의 인도네시아에 대한 태도를 엿볼 수 있기도 하다.

박물관 입구의 '투쟁관(Hall of Struggle)'에는 인도네시아 최고의 조각가들이 수하르토 대통령에게 헌정한 '라마 탐박'이라는 조각이 전시돼 있다. 이슬람, 힌두, 불교의 상징을 거대한 나무에 부조로 새겨 뿌리가 위쪽을 향하도록 전시한 이 작품은 박물관 입구를 통해 도저히 안쪽으로 들여올 수 없어서 이 작품을 중심으로 밖에서부터 박물관을 지었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인도네시아 민속촌으로 불리는 TMII에는 축구박물관, 아이맥스영화관, 통신박물관, 수공예품박물관, 족자카르타의 보로부두르 사원 모형, 새공원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섬 보유국으로 알려진 인도네시아의 모습을 연못 위에 흙을 메우고 잔디를 심고 나무를 가꿔 표현한 '미니 인도네시아'가 이채롭다. '미니 인도네시아'를 조성한 연못 주위로는 가로로 5,000km의 긴 나라만큼이나 다양한 가옥구조를 각 지역별로 그대로 옮긴 미니어처들이 둘러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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